‘한동훈 비대위원장 추대’ 우세… “당 비상이라 아껴쓸 상황 아냐” [與 ‘한동훈 비대위’ 가시화]

박지원 2023. 12. 1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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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석회의 최종 의견수렴 안팎
당 주류 친윤계 물밑서 여론조성 힘써
추대 여부 결정 ‘분수령’으로 여겼지만
반대 목소리 적지 않아 결론은 못 내려
정진석 “韓장관에 다들 호감 갖고 있어”
하태경 “내리꽂기 이미지 입혀져 우려”
원희룡 “국민 기대 살리려면 변화 필요”
나경원 “우리 모두 내려놓고 반성 기원”

김기현 전 대표 사퇴로 총선을 약 4개월 앞두고 당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맞은 국민의힘이 18일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에 관한 의견을 최종적으로 수렴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는 다양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듣기 위한 회의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당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가 물밑에서 ‘한동훈 비대위’ 출범을 위한 여론 조성에 힘써온 만큼 이날 회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할지 여부를 결정할 분수령으로 여겨졌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회의에서는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이견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석회의에서 의견 합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원내 지도부는 더욱 고심에 빠지게 됐다.

윤 권한대행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연석회의 모두발언에서 “당 지도체제 확립과 관련된 의견을 모으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런 자리를 가지게 됐다”며 “김기현 전 대표 사퇴 이후 국민의힘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당 지도체제 정비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이런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국민께서 보고 계신다. 얼마나 건강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체성과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을 거치며 강한 회복력을 갖고 있는지 국민이 유심히 보고 계신다”면서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이 다양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말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역 국회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비대위원장 인선을 둘러싼 논의가 진행됐다. 여러 의원이 발언대에 올라 비대위원장 인
국민의힘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가운데)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 입장하면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선에 관해 목소리를 냈지만 한 장관 비대위원장 임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 일부 인사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한 장관 외의 인물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는 비대위원장 추대가 현재 여권 최대의 스타인 한 장관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 대비한 당의 소중한 자산인 건 맞지만 그런 만큼 선관위원장 등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비대위원장 출신의 정진석 의원은 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놓고 한 장관에 반대하는 의견은 못 들어봤다. 한 장관에 대해서는 다 호감을 가지고 있고 뛰어난 역량에 대해서도 인정하는 것 같다”면서도 “우리의 소중한 자원을 괜히 다치게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어떤 분들은 지금 데뷔하는 과정에서 너무 ‘내리꽂기’ 이미지가 많이 입혀져서 오히려 한 장관에게 기스가 많이 났다는 우려를 하기도 했다”며 “한 장관을 쓰는 방법론에 차이가 있을 뿐 다들 (한 장관이) 당의 자산이고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뉴스1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경우 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과 관련해 역할 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당이 비상상황인 만큼 ‘한동훈 카드를 아낄 때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더 많았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서울 지역구 중심부의 지상욱 전 의원도 ‘지금 아껴 쓸 때가 아니다. 보석이라면 빨리 써야 한다’고 절절하게 얘기해서 크게 공감됐다”며 “지금 분위기를 보면 우리가 가장 어렵다고 하는 수도권 원외는 거의 일방적으로 열렬하게 (한 장관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분들은 영남지역의 현역 소수 정도”라고 덧붙였다.

여의도 밖에서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 구성 논의에 대해 “국민들의 기대를 되살리기 위해서 무엇보다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뉴시스
원 장관은 이날 천안시청에서 충남 국가산단 조성을 위한 현안회의 및 상생협약식에 참석한 뒤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아는 바가 전혀 없다”면서 이같이 답했다. 원 장관은 “당이 어렵고, 국정 지지기반을 회복하고 확장하기 위해 앞으로 어려움이 큰 만큼 어떤 희생도 각오하고 헌신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누구도 어려워하고 꺼려하는 부분을 저부터 떠맡아야 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정권교체 당시 국민들의 기대를 되살리기 위해서 무엇보다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반성은 구체적이고, 국민의 눈높이에 찰 때까지 구체적인 변화의 행동을 앞장서 보여드릴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우리 모두 내려놓고, 반성하며 생동감 있는 정당을 만들어 가길 기원한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비대위와 관련한 이런저런 내 생각이 있지만 말을 아끼고 싶다”며 이렇게 밝혔다.

한 장관은 이날 예정된 외부 일정을 돌연 취소하고 언론과 대중에 드러나지 않는 비공개 일정만 소화해 일각에서 비대위원장직 수락을 위한 준비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여당에서 한 장관 비대위원장설이 대세가 되며 한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집중된 만큼 공개 행사에서 시선을 끄는 일을 가능한 줄이려는 의도라는 풀이도 있다. 한 장관은 19일 국무회의와 국회에서 열리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는 참석할 예정이다.

박지원·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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