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 첨가물 아질산나트륨도 이제 '자살위해물건'

아질산나트륨 자살 증가, 고시 개정 추진
식품 첨가물은 엄격히 관리, 먹어도 되는 양

소시지 등 가공육에 첨가된 아질산나트륨은 엄격히 관리돼 먹어도 되는 양이다. 정부가 자살위해물건으로 지정하는 아질산나트륨은 몰래 빼내 자살 목적으로 유통하는 것에 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가공육 첨가제로 쓰이는 아질산나트륨이 '자살위해물건'으로 지정된다. 최근 아질산나트륨으로 자살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자살 수단으로 유통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 1월 제정한 '자살위해물건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달리 분류되지 않은 해독제 및 킬레이트제에 의한 중독 효과를 유발하는 물질'을 자살위해물건으로 추가 지정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여기에 포함되는 대표적 물질이 아질산나트륨이다. 고시 개정은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자살예방정책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면 확정된다.

아질산나트륨은 식중독균의 성장을 억제하고 항산화 및 향미 증진 효과가 있어 오래전부터 유럽과 미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육제품 첨가제로 쓰이고 있다. 식품에는 극소량이 첨가되는데, 우리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잔류 허용기준을 해외보다 엄격하게 관리한다.

고시로 지정하는 아질산나트륨은 식품이 아닌 '자살약' '안락사약' '자살키트' 등으로 유통되는 경우다. 2017년만 해도 국내에 한 명도 없었던 아질산나트륨 중독(자살) 사망자가 2020년 49명, 2021년 46명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호주와 일본 등에서도 아질산나트륨은 신종 자살 수단으로 보고되고 있다. 사람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성인 치사량이 6g 정도로 알려졌다.

자살 유발 목적으로 자살위해물건을 정보통신망으로 유통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고시 제정 당시 자살위해물건은 △일산화탄소(번개탄 등) △제초제 및 살충제·살진균제(농약 등)였는데, 지난해 1월 △항뇌전증제, 진정제, 수면제 및 항파킨슨제에 의한 중독 효과를 유발하는 물질이 추가됐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