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한마리 3만원, 무서워 먹겠어요?”…잇단 할인 이벤트에도 소비자는 ‘시큰둥’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2023. 12. 1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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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브랜드 내고 앞다퉈 행사
고물가에 가정 내 치킨 소비↓
전현직 경영인들 배임 혐의도
고물가와 대체재 증가로 치킨업계 매출이 예년 같지 않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팬데믹 기간 배달 수요 급증으로 특수를 맞았던 프랜차이즈 치킨업계가 예년과 달리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달비를 포함한 1마리당 가격이 3만원에 육박하면서 주문이 줄어들고 있는데 배임·횡령 혐의 등 경영진 리스크까지 겹쳐진 분위기다.

18일 치킨업계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는 내년 1월 중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파이낸스타워 2층에 한식 면요리 전문점 ‘메밀단편’ 1호점을 선보이고자 준비 중이다. 4년 만에 한식 사업에 재도전하는 것이며 특허청 상표 출원은 지난 5월에 이뤄졌다.

외식기업이 신규 브랜드를 선보이는 건 종종 있는 일이지만, 상표 출원이 이뤄질 때까지만 하더라도 교촌은 브랜드 정체성인 치킨 사업에 매진하는 분위기였다. 창업주인 권원강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치킨 사업 ‘과의존’에 대한 극복 의지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교촌은 지난해 4989억원의 매출을 내며 경쟁사 bhc치킨(매출 5075억원)에 1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10년 만에 업계 2위로 밀려난 데다 3위인 제너시스BBQ(매출 4188억원)와 격차도 줄었다. 업계에서는 교촌 내부의 위기감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촌뿐만 아니라 다른 치킨 기업들도 시장 수요 감소로 고전하고 있다는 지표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각종 할인행사와 프로모션이 앞다퉈 이뤄지는 게 가장 대표적인 신호다.

주요 3사 중 3위인 BBQ의 경우 이달 한 달간 BBQ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시그니처 메뉴 3000원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지난 15일 밝힌 바 있다. 또 사흘 뒤인 이날에는 앱으로 치킨을 주문한 이들에게 5000원 상당 사이드 메뉴까지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연말인 만큼 한 해 동안 소비자들이 보내준 성원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행사로 볼 수는 있다”면서도 “며칠 새 서로 다른 행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건 매출이 이전 같지 않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소비자는 “치킨 한마리 가격이 3만원 다 되어 간다는게 솔직히 믿기지 않는다. 더이상 서민 음식이 아닌 것 같다”며 “아무리 할인 이벤트를 한다고 해도 편의점 등 대안으로 옮겨갈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치킨이 주춤하는 사이 저가 전략으로 무장한 대형마트 치킨이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실제로 소비자들의 프랜차이즈 치킨 수요는 엔데믹 전환 후 빠르게 줄어드는 분위기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3일 발표한 ‘가금육 소비조사’에 따르면 닭고기의 ‘가정 내 배달 소비량’은 지난 2020년 1인당 3.29kg에서 올해 3.10kg으로 감소했다.

외출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치킨을 대체할 메뉴가 다양해진 데다 외식업계의 잇따른 가격 조정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된 영향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치킨의 지난달 생활물가지수(2020=100)는 119.94로 3년 전보다 20% 뛰었다.

치킨업계가 본업 외 신규 브랜드 론칭과 해외 사업을 통한 외형 확장 등으로 판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경기 불황으로 국내에서 받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전·현직 관계자들의 배임·횡령 혐의 논란까지 불거져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고 있다.

bhc의 지주사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GGS)의 경우 지난달 6일 이사회에서 박현종 bhc 회장과 임금옥 bhc 대표이사를 동시에 해임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두 사람이 지난해 bhc가 교촌을 꺾고 치킨업계 1위를 탈환하도록 이끈 이들이기에 이례적인 인사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지난 11일 박 전 회장의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에 대해 압수수색에 착수하자 의문점이 해소됐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입장에서는 굳이 경영상 리스크를 더 안고 있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두 주자들을 빠르게 쫓고 있는 BBQ에서 역시 윤홍근 회장이 지난 4월 배임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윤 회장은 BBQ의 지주사인 제너시스가 그의 개인회사에 자금 수십여억원을 대여하게 하고 상당액을 회수하지 못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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