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연료 사용 땐 발사징후 포착 안돼… 美 전역이 사정권 [北 ICBM 도발]

구현모 2023. 12. 18.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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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화성-18형 시험발사
73분간 비행… 최고 고도 6000㎞
4월·7월 도발 이어 세 번째 시험
액체연료 ‘화성-14형’ 대체할 듯
美, 한·일 안보수장과 공약 재확인
北 향해 “조속히 대화 나서라” 촉구
美 핵탐지 특수 정찰기 추가 배치

북한이 18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신형 고체연료 추진 ICBM인 ‘화성-18형’으로 추정된다. 화성-18형이 맞는다면 이번 발사까지 세 번의 시험발사를 모두 성공한 것으로, 전력화에 한층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합동참모본부와 일본 방위성 발표 등을 종합하면 고각으로 발사된 북한 ICBM은 약 73분간 1000㎞가량을 비행했다. 최고 고도는 6000㎞를 넘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지난 7월 화성-18형 2차 성능시험 발사 시 발표했던 제원과 유사하다. 당시 북한은 “(화성-18형은) 정점 고도는 6648.4㎞까지 상승해 1001.2㎞ 거리를 4491초(74분51초)간 비행해 조선 동해 공해상 목표 수역에 정확히 탄착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북한이 지난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를 감행했다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화성-18형은 올해 2월 북한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한 신형 미사일이다. 4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이번 발사는 표면적으로는 최근 한·미 핵협의그룹(NCG)에서 내년 8월 한·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합연습 때 처음으로 핵 작전을 훈련한다고 합의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미 계획된 미사일 개발 일정대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선 두 번의 발사도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기술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차례 점검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지난 두 차례는 성능을 80% 정도로 조절해 발사했다면 이번에는 추력 등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시험해 봤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도 “북한의 고체연료 기술이 상당히 빠르게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며 “고각으로 3차례 시험 발사했으니 재진입 기술이 완성됐는지 평가하기 위해 다음 발사 때에는 정상 각도로 발사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고체연료 ICBM은 발사 전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액체연료와 달리 별도의 준비시간이 필요없다. 따라서 발사 명령이 내려지면 이동식 발사대(TEL)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다. 발사 준비시간이 짧아 발사 징후가 쉽게 포착되지 않아 전략적 가치도 크다.

북한은 화성-18형을 전력화해 기존의 사거리 1만㎞급 액체연료 ICBM ‘화성-14형’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방위성은 이번에 발사한 ICBM이 탄두 무게에 따라 사거리가 1만5000㎞ 이상으로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악관은 북한의 ICBM 시험발사 후 한·미·일 3국 안보실장이 전화로 회의를 갖고 북한의 도발을 규탄했다고 밝혔다. 17일(현지시간) 백악관 성명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통화하고 한·일 양국 방위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공약을 재확인했다. 또 지난 8월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이뤄진 3국의 안보협력에 관한 합의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尹, 긴급 NSC 참석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북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임석해 합참의장의 상황 보고를 받고 대응 방안을 지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이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뉴스1
미 국무부는 이날 북한의 ICBM 시험발사에 대한 세계일보의 서면 질의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이번 발사는 올해 북한이 실시한 다른 탄도미사일 발사와 마찬가지로 여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이웃 국가들에 위협이 되고 지역 안보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미국은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에 전념하고 있으며 북한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면서 “한국과 일본에 대한 우리의 방위 공약은 철통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 공군은 핵탐지정찰기를 추가로 배치했다. 미 네브래스카주에 있는 오펏 공군기지는 제55비행단 45정찰비행대대에 세 번째 핵탐지정찰기 WC-135R ‘콘스턴트 피닉스’가 지난 4일 전달됐다고 밝혔다. WC-135R는 핵탐지 전문 특수 정찰기로, 동체 옆에 달린 대기 표본수집 장비로 핵 활동 징후가 있는 지역의 상공에서 공기 입자와 가스를 수집해 분석함으로써 핵실험 및 핵폭발 여부를 판단하도록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WC-135 계열 정찰기는 2006년 북한 1차 핵실험 때부터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핵실험 동향이 포착되면 동해 상공에 출동해 방사성물질 수집 등 활동을 해왔다. 미 공군은 2019년부터 핵탐지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그동안 2대의 WC-135W 정찰기로 운영됐던 것을 업그레이드된 WC-135R 정찰기 3대로 전환하는 계획이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구현모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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