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치매 예방 토종 유산균 개발 함준상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박사 | 요구르트·치즈로 만들어 국산 우유 소비 확대 힘 싣는다
치매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이라고 불린다. 기억력을 점점 잃으면서 가족은 물론 자신까지 잊게 만들기 때문이다. 뚜렷한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도 없어 병에 걸리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촌진흥청은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토종 유산균’을 개발했다.
11월 23일 전북 전주시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유산균 개발을 이끈 함준상 축산물이용과 농학박사를 만났다. 서울대 축산학 학사 과정을 마치고 같은 대학에서 동물자원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94년 농진청에 입사한 뒤 약 30년간 ‘유산균 연구 외길’을 걸었다.
함 연구원은 3년간의 연구 끝에 우유 속 항산화 유산균인 ‘락티카제이바실러스 (Lacticaseibacillus casei)’가 치매 위험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유산균이 알츠하이머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가 뇌 속에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이다. 베타아밀로이드는 작은 단백질인데, 단백질이 뇌에서 지나치게 생성되고 쌓이는 것이 알츠하이머 유발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한 알츠하이머병 신약들이 있지만, 두통 등의 부작용으로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나 기능성 식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이다. 함 박사는 “토종 유산균은 오랜 기간 먹어도 몸에 무리가 없다는 점에서 안전하게 알츠하이머 예방에 도움을 주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개발된 토종 유산균을 활용한 국내산 치즈나 요구르트 등에 대한 개발도 함께 이뤄질 전망이다. 농진청은 전북 임실군과 12월 4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유산균이 들어간 치즈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농진청은 유산균이 상용화되면 국내산 유제품 소비량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함 박사는 아토피와 천식 등 예방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유산균을 개발하기도 했다. 롯데웰푸드는 농진청에서 기술이전을 받아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들을 타깃으로 유산균이 함유된 분유를 제조해 ‘위드맘제왕’이라는 제품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지난 5월 기준 누적 판매량 100만 개를 넘기고,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함 연구원은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심화하고 있는 만큼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산균에 대한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음은 함 박사와 일문일답.
알츠하이머 예방에 어떻게 도움이 되나.
“알츠하이머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에 쌓이면서 기능이 떨어지는 병이다.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한 질환이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쥐를 6개 집단으로 나눠 실험했다. 알츠하이머 모델 쥐에 3개월 동안 유산균을 먹이니 뇌 조직에서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쌓이는 게 줄었다. 유산균을 고농도로 먹인 그룹에서는 유의적으로 단기 기억이 개선되는 결과도 나왔다. 유산균은 오랜 세월 인류와 함께하며 건강을 지켜온 미생물이다. 유산균을 첨가해 만든 유제품을 먹으면 유산균의 유익한 효과와 더불어 단백질, 칼슘 등 노화 예방에 필요한 영양소 섭취도 늘릴수 있다.”
어떻게 연구를 시작하게 됐나.
“연구 과제로 항산화 유산균 개발 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고령화 시대인 만큼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치매라는 질병에 주목했다. 전국의 목장들을 돌아다니며 유산균을 분리해서 선발하고 항산화 활성도를 측정했다.
이후 경상대와 함께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사람으로 치면 고령에 해당하는 70주령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알츠하이머 모델 쥐로 실험에 성공하게 됐다.”
목장 우유에서 유산균을 찾은 이유가 있나.
“동물자원학을 전공했는데, 그중에서도 유가공 및 낙농미생물 실험실에서 연구를 맡았다. 주로 유제품 속의 유산균을 개발하는 데 30년째 매진하고 있다. 최근 인구의 고령화와 출생률 저하 등으로 마시는 우유 소비는 크게 줄었지만, 수입 유제품 소비는 늘어 낙농 업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우유에서 발견한 유산균인 만큼 유제품에 적용했을 때 가장 좋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수입품과 차별화된 발효유, 치즈 등 유제품 제조에 활용하기 위해 토종 유산균을 선발할 필요가 있어 국내 목장의 우유에서 유산균을 분리하고 항산화 유산균을 선발하게 됐다.”
일반 유산균과 효능에 차이가 있나.
“일반적으로 알려진 ‘장운동 개선’ 등의 유산균 효과도 함께 볼 수 있다. 특별한 유전자 효소나 기능에 의해 알츠하이머를 예방할 것으로 기대되는 유산균으로 특화된 것이다. 알츠하이머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산균인 락티카제이바실러스를 ‘KACC 92338’이라는 이름으로 특허 출원했다. 6개월 뒤 국제 특허도 출원할 예정이다.”
유산균은 어떻게 먹을 수 있고 얼마나 섭취해야 하나.
“알약이나 분말뿐만 아니라 요구르트, 치즈 등으로도 먹을 수 있다. 발효유 요구르트에도 유산균이 상당히 많이 투입된다. 요구르트 100㎎을 마시면 유산균 100억 마리를 섭취하는 셈이다. 유산균을 넣어 치즈를 만들 수도 있다.
알츠하이머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유산균을 섭취하려면 체중이 60㎏인 성인의 경우, 발효유나 치즈를 하루 약 80g 이상 섭취하는 것이 좋다.”
언제쯤 실제로 먹을 수 있나.
“유산균은 지식재산권 출원을 마친 상태다. 농진청에서 기술이전을 받고 싶은 기업의 지원을 받아 기술을 전수하면 추후 제품화로 이어질 수 있다. 유산균 생산 업체와 기술이전 협의 중인데, 기업을 통해 제품이 생산되려면 빨라도 1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임실군과 MOU를 맺었다. 유산균이 들어간 치즈나 발효유는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국내산 우유 소비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농진청에서는 유산균이 들어간 치즈 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다. 치즈 100g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유가 1㎏ 필요하다. 국산 우유가 수입산보다 가격이 높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니 국산 치즈 산업 발전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알츠하이머 예방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유산균이 들어간 치즈라는 특색을 부여하면 소비자의 수요도 늘고, 국산 치즈 산업도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