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4월 주차장 붕괴 사고 후 ‘내 집 입주’ 꿈 사라진 인천 검단 | 인근서 전세 찾기 나선 집주인들…“재시공 가까이서 보겠다”
11월 28일 찾은 인천 검단신도시의 한 아파트. 골조가 다 올라간 아파트 17개 동이 7개월째 덩그러니 놓여 있다. 레미콘 차와 트럭 등이 오가던 철문은 굳게 닫혔다. 높은 펜스 안에는 공사 자재가 그대로 쌓여 있었다. 그 자재를 옮기던 크레인은 거센 바람에 흔들리기만 할 뿐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4월 29일 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 한 곳의 천장이 무너진 이후 모든 것이 멈춘 상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하고 GS건설이 시공을 하던 인천 검단 AA13-1·2블록의 이야기다.
붕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한창 내 집 입주를 준비했을 입주 예정자들은 인근에 전세를 구하느라 바삐 움직이는 분위기였다. 도로 하나 건너에 있는 호반써밋1차는 현재 전용 84㎡의 전세가 딱 한 가구 남아있었다. 11월 28일 기준 3억5000만원에 중층 매물이 유일한 전세 매물이었다.
호반써밋1차 상가 내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자녀들의 학교 문제도 있겠지만 재시공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겠다는 사람이 많다”면서 “재시공 과정이 5년이나 되는 만큼 1600여 가구가 인근에서 계속 전세를 살게 될 것 같다”고 했다.
호반써밋1차는 AA13-1·2블록 붕괴 사고의 여파가 가장 큰 아파트다. 2021년 6월 입주한 이 아파트는 사고가 일어난 지난 4월 이후 2개월 만에 입주 2년째를 맞았다. 많은 집주인이 실거주 2년을 채우고 집을 팔려고 했을 때다. 적게는 5000만원 많게는 1억원을 손해 보고 집을 팔았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얘기다.
인천 검단의 B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호반써밋1차 중에 AA13-1·2블록을 바라보고 있는 동은 사고 당시 전세조차 나가지 않았다”면서 “재시공이 결정된 이후에는 철거,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먼지·진동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고 했다.
AA13-1·2블록 옆에 나란히 있는 호반써밋1차와 우미린1차더시그니처(이하 우미린1차), 금호어울림센트럴(이하 금호어울림) 등 일명 ‘호·우·금’은 검단신도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파트들이다. 전세 매물을 찾기 힘든 건 우미린1차, 금호어울림도 마찬가지였다. AA13-1·2블록 입주 예정이었던 1666가구가 대부분 주변에서 전세 매물을 찾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들은 아파트가 완공될 5년 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할 곳을 찾아야 한다. 우미린1차와 금호어울림은 전용 84㎡가 3억8000만원 수준으로 호반써밋1차보다 조금 더 비싸다.
AA13-1·2블록을 포함해 이 아파트들은 검단 상권과 가깝고 인천 1호선 101신설역(GTX 예정)과도 멀지 않다. 전세는 물론 매매 물건을 찾는 이도 요즘 들어 적지 않다. 호반써밋1차의 경우 전용 84㎡ 기준 저층 매물이 6억4000만~5000만원, 로열 매물의 경우에는 7억4000만원까지 호가가 올라가 있다. 실거래가는 지난 9월 6억9700만원(20층)을 기록했다. 우미린1차의 경우 같은 평형이 지난 9월 7억5000만원(27층), 11월 5일 7억원(28층)에 거래된 바 있다. 금호어울림은 11월 5일 7억1000만원(13층)에 거래됐다.
인천 검단의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붕괴 사고가 있기는 했지만 오히려 더 튼튼하게 지어질 것으로 보고 AA13의 매물을 물어보는 경우도 더러 있다”면서 “이 일대에는 호재만 남아 매수를 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Plus Point
사고 7개월 만에 보상 합의한 검단 아파트
허윤홍 GS건설 대표 “안전하고 튼튼한 명품 자이 짓겠다”
11월 28일 오후 AA13-1·2블록 인근의 LH 검단사업단에서는 원희룡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장관과 이한준 LH 사장, 허윤홍 GS건설 대표가 입주예정자협의회(입예회)와 만나 보상안에 합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최종 보상안은 주거 지원비로 가구당 1억4000만원(전용 84㎡ 기준)을 무이자 대여하고 이사비 5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입주가 5년가량 지연되는 데 따른 지체 보상금은 9100만원으로 책정됐다. 중도금 대출은 GS건설이 대신 갚은 뒤 나중에 청구하도록 했다.
전면 재시공을 결정한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이 자리에서 ‘명품 자이’를 입예회에 약속했다. 그는 “안전하고 튼튼하고 살기 좋은 명품 자이 단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날은 허 대표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는 첫 공개 일정이었다. 갓 선임된 40대 젊은 대표지만 GS건설의 위기를 수습하는 면모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허 대표는 “GS건설이 이번 사고로 위상이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민도 신뢰할 수 있고 직원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원 장관도 이 자리에서 붕괴 사고를 발생시킨 LH와 GS건설에 쓴소리를 전하는 동시에 입예회에 빠른 보상을 약속했다. 원 장관은 두 기관에 “재탄생 수준으로 자기 혁신을 해야 한다”면서 “국내 주택 1등 브랜드라는 무게와 그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감안할 때 이번 사고에 대한 충격과 부끄러움을 깊이 새기라”고 했다. 이어 “보상 이행을 확약할 뿐만 아니라 속죄하는 마음으로 일정을 하루라도 당기겠다”고 덧붙였다.
이한준 LH 사장은 “붕괴 사고가 일어난 지 7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보상 합의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국민 주거 안정을 책임지는 기관장으로서 사과 말씀드린다”면서 “신속한 보상과 사태의 원상 회복을 중심에 두고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겠다”고 했다.
4월 29일 무량판 구조로 된 인천 검단 AA13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철근 누락’ 때문에 무너지자, 시공사인 GS건설은 공정률 70%였던 17개 주거동까지 철거한 후 전면 재시공하기로 했다. 또 5년 후 완공될 아파트 브랜드는 입주 예정자의 요구에 따라 LH 브랜드 ‘안단테’에서 GS건설 브랜드인 ‘자이’로 변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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