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비리' 혐의 조국에 징역 5년 구형... 정경심 "남편은 양육에 무관심" 두둔

검찰 "입시 불신 초래·공정성 훼손"
'피고인 신문 자청' 정경심 조국 두둔
조국 "가족 5년간 사회적 형벌 받아"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자녀 입시 비리 의혹' 관련 항소심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자녀 입시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피고인 신문에서 조 전 장관이 자녀 입시 문제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두둔했고,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조 전 장관은 재차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18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김우수)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혐의 재판에서 조 전 장관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을 포함해 12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국민들은 청와대 민정수석 등 고위공직자를 지낸 조 전 장관과 명문가 교수이자 지식인인 정 전 교수가 높은 공정성을 갖기를 기대했을 것"이라며 "피고인들은 기대를 저버리고 기득권과 네트워크를 이용해 특권을 누려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시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딸 조민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재학 시절 장학금 600만 원 부정 수령 혐의와 관련해 "누군가에게는 그 장학금이 절박했을 것인데도 조 전 장관은 오늘까지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절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혐의에 대해서는 "대통령 측근 비리를 감시해 대통령이 공정하게 인사를 하도록 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는데도 국가권력을 사유화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피고인 신문을 받은 정 전 교수는 조 전 장관을 감쌌다. 그는 조 전 장관에 대해 "한국 남자들 중에서도 양육에 관심이 없었다"며 "제가 아이에 관한 부탁을 했을 때 협박까지 해야 미안해서 도와주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박사학위를 딸 때까지 남편이 아이들을 돌봤기 때문에 마음의 빚이 컸다"며 "제가 처리할 수 있는 건 웬만하면 제가 하자는 게 제 방침이었다"고 덧붙였다.

정 전 교수는 조 전 장관이 입시비리와 무관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이 조원씨의 미국 조지워싱턴대 재학 시절 온라인 시험 문제를 대신 풀어준 혐의에 대해서도 "조 전 장관은 '스스로 해야지'라는 입장이었는데, 제가 '당신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 그것도 못 하냐'며 화를 냈다"고 밝혔다. 1심에서 허위로 인정된 조원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에 대해서도 "내가 담당 교수에게 발급 요청을 해 직접 받아왔으며 남편은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교수는 남편 혐의를 부인하면서 자신의 혐의도 적극 방어했다. 1심에서 허위로 인정된 아들의 청소년 인문학 프로그램 수료증에 관해서 "수료증을 주는 사람이 엄마(정 전 교수)라는 점에서 '셀프 스펙'이고, '셀프 상장'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아들이 인문학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했기 때문에 수료증을 발급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원씨의 봉사활동 확인서에 대해선 "아들이 실제 '노가다'라고 하는 일을 많이 했고, 그걸 발급하는 데도 엄밀하게 따졌다"고 답했다.

조 전 장관도 최후진술에서 "공직자와 교수로서 자식들의 대학 진학이 문제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면서도 "몰랐던 점을 알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항변했다. 이어 "법을 공부하고 가르쳤지만 피고인이 의지할 수 있는 건 법원이라는 게 (이처럼) 절실하게 다가온 적이 없다"면서 "검찰의 의심과 추론이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걸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제 가족 전체가 5년간 사회적 형벌을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