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중앙지검장 때 '삼성 노조 파괴범' 방어한 김홍일
기사 요약
① 2018년 윤석열 중앙지검장이 지휘한 삼성 '노조 파괴' 사건 변호인은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자
② 검찰 수사 때부터 변호한 김홍일...이건희, 이부진 등 삼성 오너 일가로 수사 확대 막은 의혹
③ 1심 판결문에도 등장한 김홍일...삼성 측 피고인들 대부분 '집행유예'로 솜방망이 처벌 받아
④ 노조원 사찰, 어용노조 설립, 경찰과 짬짜미 수사...조직적 기업 범죄 맡은 배경에 '사적 친분' 의혹
뉴스타파는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이 삼성 그룹의 조직적인 '노조 파괴' 사건을 변호한 사실을 확인했다. 2018년 윤석열 중앙지검장은 이 사건을 수사한 책임자였다. 김홍일은 검찰 수사 단계부터 삼성의 임직원들을 변호했고, 1심 판결문에도 변호인으로 등장한다.
김홍일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검사 선배로 알려졌다. 방송통신위원장 인사청문요청안에서 윤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지명한 이유를 '오랜 기간 다양한 조사 및 수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국민 피해 구제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인식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방송통신 분야 불공정거래 등에 따른 복잡 다양한 이용자 불편 해소에도 앞장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됨'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취재한 변호사 김홍일은 주로 국민이 아닌 기업의 편이었다. 그는 삼성 그룹의 조직적인 '노조 파괴' 사건을 맡아 수사와 재판에서 피해자가 아닌 재벌 기업의 이익을 옹호했다. 삼성 측이 그에게 이 사건을 의뢰한 것도 윤석열 중앙지검장과의 친분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장관 후보자가 '전관 예우'와 '사적 친분'을 활용해 돈벌이를 한 사실이 있다면, 그 자체로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
안기부 공작 같은 삼성의 '노조 파괴' 변호한 김홍일이 '국민 피해' 구제?
2018년 서울중앙지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 비용을 삼성이 대납한 사건을 수사하던 중, 삼성의 '노조 파괴' 공작 정황이 담긴 문건 6천여 건을 발견했다. 이보다 앞선 2013년 심상정 의원이 국회에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폭로했지만, 검찰은 문건의 진위를 알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었다. 이후 새로운 증거가 발견됨에 따라, 검찰은 3년 만에 재수사에 착수했다.
2010년부터 삼성 그룹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인사지원팀 인사지원파트는 그룹 전체의 노사문제를 다루면서, 각 계열사로부터 주요 노사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는 등 그룹의 노사 정책을 총괄했다. 2018년 서울중앙지검은 미전실이 삼성전자서비스와 에버랜드 노조의 설립과 운영을 방해한 혐의를 광범위하게 수사했다.
에버랜드 노조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 검찰은 단순한 노조 방해가 아닌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불법 행위를 확인한다. 미전실은 에버랜드 건물 지하에 '상황실'을 설치해서 수시로 노조원을 사찰하고, 경찰과 미리 짜고 노조원을 체포하게 하거나, 노조원에 대한 징계 사실을 언론에 흘리는 등 상상조차 어려운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빼앗기 위해 사측이 조종하는 이른바 '대항 노조'를 만들기도 했다. 삼성 측은 노조 설립을 '사고'로, 노조를 설립하려는 직원들을 '문제 인력'으로 규정했다. 노조 설립을 위해 만든 문건은 '불온 문서'라고 불렀다.
에버랜드 노조 사건 관련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노조 파괴에 가담한 삼성 임직원들을 변호한 김홍일은 명백한 증거들을 부정했다. ▲'비노조 경영'은 직원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영 환경 조성을 의미하는 기업 경영 방식의 하나일 뿐 노조 와해와 탄압을 위한 강령이 아니라고 하거나 ▲'S그룹 노사 전략' 문건은 미전실 인사지원팀 노사 업무 담당자들이 복수 노조 시행을 앞두고 노사 환경을 전망하고 근로 조건 향상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사항 등을 정리한 자료에 불과하다고 변론하거나 ▲노조 업무 방해와 사찰(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해선 이미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맞섰다.
정리하면, 회사가 과도하게 대응한 건 맞지만 불법을 저지른 건 아니라는 논리다. 이에 대해 1심 판사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 '어려운 시절'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이 사건은 21세기를 사는 피고인들이 풍자 대상이 되는 소설 속 인물과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았나 의심을 들게 한다"고 판시했다. 영국 산업화의 폐해를 다룬 이 소설 속 인물은 노동자를 톱니바퀴 취급하며 탄압을 일삼는다.
유죄 판결에 소설까지 인용했지만, 처분은 비교적 가벼웠다. 2019년 12월 13일 내려진 1심 판결에서 미전실 강경훈 부사장 등 2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회사의 징계조차 피해가며 여전히 '잘 먹고 잘 사는' 것으로 지난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되었다. (관련 기사 : 삼성 ‘노조 파괴범’들 잘 먹고 잘 산다)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검사 선배 김홍일...삼성 오너 일가에 대한 수사 막았나
김홍일은 2013년 4월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퇴직해서 줄곧 법무법인 '세종'에서 활동했다. 2018년 삼성 '노조 파괴' 수사에서 윤석열 중앙지검장이 창이라면, 김홍일 변호사는 방패 역할을 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김홍일을 중심으로 세종 소속 변호사가 17명이나 등장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들은 피의자인 삼성 임직원 10명을 방어했다. 수사는 대부분 불구속 상태에서 이뤄졌다.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했기 때문이다. 결과만 보면, 검찰 수사 단계에서 김홍일의 방어는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당시 검찰 수사기록을 분석한 결과, 삼성 측이 김홍일 변호사를 고용한 이유는 따로 있었던 것 같다.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서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이 부당 노동 행위를 지시한 공범으로 등장한다. 영장을 청구할 때만 해도 검찰은 부당 노동 행위를 실행한 주체와 이를 보고 받거나 지시한 최고 경영진을 한몸으로 봤던 것이다.
이런 논리는 압수수색 영장 청구에서 끝났다. 검찰은 피고발인 신분인 이건희, 이재용, 이부진 등 삼성 오너 일가로는 수사를 확대하지 않았다. 삼성이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막고자 윤석열 중앙지검장과 가깝다고 알려진 김홍일 변호사를 고용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홍일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답해야 할 것들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할 때 중수부장은 김홍일, 직속 부하는 윤석열 중수2과장이었다. 김홍일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자 캠프에서 정치공작진상규명특별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지난 6월 국민권익위원장이 됐고 이후 다섯 달여 만에 다시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됐다. 이 때문에 현재 언론은 두 사람의 각별한 인연을 주목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13일 대장동 사건의 주요 인물인 남욱 변호사의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를 공개했다. 남욱은 2021년 11월 19일 검찰 조사에서, 김홍일 대검 중수부장이 퇴임 후에 변호사 신분으로 조우형의 검찰 사건을 도와준 사실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대장동 브로커 조우형은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범죄 혐의점을 잡고도 풀어준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관련 기사 : [현장에서]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왜 조우형을 도왔을까)
오늘 보도한 것처럼 윤석열과 김홍일의 인연은 2018년에도 있었다. 이때는 검사와 변호사로 만났다. 물론 이들의 사적 인연이 수사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검찰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가 재벌 기업 사건을 맡은 것 자체가 위법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변호사가 훗날 장관직 후보자가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더구나 방송과 통신을 총괄하는 수장인 방송통신위원장은 무엇보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김홍일 후보자는 왜 삼성의 노조 파괴범들을 변호했는지, 삼성으로부터 얼마의 수임료를 받았는지 등 제기된 의혹에 답을 내놔야 한다.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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