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사살’에 등 돌리는 서방…네타냐후 ‘정치적 위기’ 오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스라엘방위군(IDF)의 무차별한 공세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가 2만명에 가까워지고 이 과정에서 자국민 인질 3명을 오인 사살한 사실까지 확인되며, 하마스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도해온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큰 ‘정치적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이스라엘의 오랜 우방인 유럽 주요국들의 태도 변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과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은 16일 영국 선데이타임스 기고에서 이번 전쟁을 통해 너무 많은 민간인이 희생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휴전”을 촉구했다. 두 장관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의 평화로운 공존 가능성을 파괴할 경우 이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두 국가 해법’을 위해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7일 이스라엘을 찾은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도 같은 이유로 “즉각적이고 오래 지속되는” 휴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동안 영국은 미국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독일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 책임 때문에 이스라엘에 공개적·적극적으로 휴전을 요구하지 않아왔다. 하지만 가자지구의 참상이 심각해지면서 영·독도 앞서 휴전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온 프랑스와 보조를 같이한 모양새다.
미국의 태도 변화도 눈에 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2일 이스라엘군의 “무차별적인 공격 탓에 (국제적)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14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18일부터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이스라엘에 보내 막대한 민간인 희생을 일으키는 현재 군사작전의 방향을 바꾸라는 설득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가자지구에서 “긴급하고 지속가능한 적대행위 중단”을 요청하는 새 결의안을 18일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지난 12일 표결에선 미국 홀로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청하는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반대했다.
이스라엘에선 군의 오인 사격으로 인질이 숨진 사건을 기점으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반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모양새다. 하마스에 인질로 잡혔다가 인질-수감자 교환을 통해 풀려난 라즈 벤아미(57)는 16일 텔아비브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에서 “우리는 전쟁이 (이스라엘인) 인질들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해왔다. 불행히도 그 말이 맞았다”고 했다. 그의 남편은 아직도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다. 이스라엘의 유명 언론인 나훔 바르네아도 이번 사건이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전쟁 범죄”라며 “국제법은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하다”고 했다. 상의를 벗은 채 백기까지 든 이에게 사격을 한 것은 군 설명대로 교전 수칙 위반일 뿐 아니라 국제법에도 어긋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이스라엘 신문 마아리브가 라자르 인스티튜트에 의뢰해 1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네타냐후 총리가 현 직책을 맡기에 적합하다는 응답은 31%에 그쳤다.
그럼에도 네타냐후 정권은 강경한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하마스와 휴전을 하라는 요구는 테러에 상을 주자는 것으로, 우리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우리는 테러 훈련을 진행하는 조직이 사라지도록 끝까지 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다시 협상을 시작하려 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7일 2명의 이집트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새로운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에 열려 있지만, 실행 방법에 대한 이견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하마스 당국자인 사미 아부 주흐리는 통신에 “우리는 이스라엘의 침략을 끝내기 위한 어떤 노력에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도 다비드 바르네아 모사드 국장이 15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하마스와 휴전 협상을 위해 카타르 총리와 면담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노지원 김미향 기자,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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