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이 한국 기후대응에 안겨준 숙제는?
정부 대표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결과 공유 포럼’ 개최
온실가스 감축 노력 공개할 ‘격년 투명성 보고서’, 한국에 큰 부담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대’ 합의는 전력수급기본계획 반영 예상
4년 연속 산유국이 기후총회 의장국, 산유국 끌어들여야 제대로 대응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국제적 압박이 점점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숙제를 안 하면 쌓이는 것처럼.”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참석한 한국 정부 대표단이 18일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결과 공유 대국민 포럼’과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대표단은 COP28에서 합의한 내용이 한국을 포함한 당사국 정부에 점점 더 큰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 합의에 포함된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이나 ‘전 지구적 이행점검(GST)’ 등이 당장은 아니지만 결국 큰 부담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국내 전력수급계획에 재생에너지 확대 합의를 반영해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COP28은 아랍 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지난달 30일 시작해 이달 13일 막을 내렸다. 환경부와 외교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등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COP28 파리협정의 전 지구적 이행점검, 현재와 미래는’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어 그 결과를 설명했다.
환경부는 ‘격년 투명성 보고서’(BTR)’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앞으로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격년 투명성 보고서는 세계 각국이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한 세부 정보를 유엔에 제출하고, 국제사회에 공개하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당사국들은 이번 총회에서 처음 보고된 전 지구적 이행점검 결과를 반영해 내년 말까지 ‘BTR’를, 2025년까지는 ‘2035년 NDC’를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전 지구적 이행점검은 전 세계의 기후위기 대응 현황을 확인하고, 평가하는 도구다. 이번 총회 이후 5년 주기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영석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은 이날 포럼 이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특히 내년 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격년 투명성 보고서’가 한국의 국제사회에서 평판을 좌우할 정도로 크게 작용할 것”이라며 “보고서를 제출하면 개별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내용이 아주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되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COP28 결과가 당장 한국에 변화를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숙제를 하지 않고 쌓아두면 숙제 양이 점점 많아지는 것’처럼 부담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번 COP28에서는 ‘손실과 피해 기금’ 마련도 합의했다. 한국도 이제 그 책임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1년간 이어진 국제사회의 기금 준비위원회 논의에 한국 기획재정부 담당자도 참여해 왔다”면서 “얼만큼의 자금을 언제 공여할지에 대해 국내에서도 논의가 시작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이번 총회에서 참여한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대’ 이니셔티브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김진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전략지원관은 “이 합의가 각국에 구체적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앞으로 전기본에 반영될 수 있는 부분은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격년 투명성 보고서’ 제출에 대비한 탄소배출량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는 국내 전문가들도 한국 정부가 발등에 떨어진 불로 여겨야 한다고 지적하는 내용이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재생에너지 없는 에너지 전환은 사상누각이지만 한국의 2023~2027년 경제 운영 계획에 재생에너지는 없어보인다”며 “격년 투명성 보고서 제출에 대비해 (탄소배출량 감축) 이행 점검에 집중할 시기에 한국 정부는 계획을 만들 때만큼의 관심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앞으로 2년 동안의 당사국총회(COP)가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을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해 결정하리라 전망한다. 영국 공영 BBC방송은 2024년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열리는 제29차 당사국총회(COP29)와 2025년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0차 당사국총회(COP30)가 기후위기에 대해 전 세계가 올바른 방향을 잡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2025년은 당사국들이 이전보다 강화된 국가별온실가스감축계획을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시한이기도 하다.
지난해 이집트에 이어 올해 아랍 에미리트, 내년 아제르바이잔, 내후년 브라질 등 산유국이 연거푸 COP 의장국을 맡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선이 많다. COP가 산유국과 기업들의 ‘그린워싱’의 장이 되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반대로 산유국들이 기후변화협약에 관심을 두도록 하고, 탄소 감축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시선도 있다.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의장이 ‘산유국을 끌어들이지 않고 기후변화 대응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느냐’고 얘기한 것처럼 산유국들이 행동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산유국들도 아무런 행동할 필요 느끼지 못한다면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나서지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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