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금 11% 낮췄더니 ‘지금이다’... 롯데, 소주 반출가격 최대 9% 올려

내년 1월 1일부터 소주 한 병 기준 공장 출고가격이 최대 10.6% 낮아진다.

정부가 소주를 포함한 국산 증류주에 세금인하 효과가 있는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한 덕분이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인하 효과는 미미할 전망이다. 기준판매비율 발표에 전후해 주류 업체가 ‘원가 부담’을 이유로 출고 가격을 올린 탓이다.

국세청은 수입 주류와 형평성을 감안해 국산 소주·위스키·브랜디 등 증류주에 세금을 할인해주는 ‘기준판매비율’을 내년부터 도입한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그간 수입 주류는 판매 비용과 이윤이 붙기 전인 수입 신고가에 세금을 매기지만, 국산 주류는 제조 원가에 판매 비용과 이윤이 붙은 반출 가격에 세금을 매겨 역차별 논란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소주 같은 국산 증류주에 일정한 기준판매비율을 빼고 나머지 부분에만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기준판매비율 시행하면 주세·교육세처럼 국산 주류에 붙는 세금 부담이 줄어 출고가격이 낮아진다.

국산 소주 기준판매비율은 22.0%로 정했다. 국세청은 “공장출고가격이 1247원, 참이슬 소주는 출고가가 1115원으로 10.6% 낮아진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소주를 고르는 모습. /뉴스1

희석식 소주 참이슬 현재 출고가는 반출가격 586원에 세금 661원(세율 72%)이 붙어 1247원이다. 내년부터는 반출가격에서 기준판매비율 22%가 줄어든 457원을 기준으로 세금을 붙인다. 전체 세금이 661원에서 529원으로 줄면서 그만큼 출고가가 하락한다는 의미다.

국세청은 “국산주류의 주세 과세표준 합리화를 통해 수입주류와의 세부담 형평성을 제고하는 차원”이라며 “동등한 가격 여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국산주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요 주류사들은 지난달 초 소주 출고가를 인상했거나, 제도를 시행하는 내년에 맞춰 가격 인상을 단행할 예정이라 소비자들이 소주 가격 인하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롯데칠성음료는 내년 처음처럼(360ml)은 1병에 6.8%, 새로(360ml)는 병당 8.9% 반출가격을 올린다고 이날 발표했다. 새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하면 출고가는 이전보다 처음처럼은 4.5%, 새로는 2.7% 낮아진다.

롯데칠성음료 측은 “출고가 조정 이후에도 동종업계 출고가 대비 저렴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주정 등 원재료와 공병 등 부자재를 포함해 물류비, 인건비 등 비용 증가에 따른 원가 상승 부담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하기 위해 올해 반출가격(출고가) 인상을 자제하며 최대한 경영 압박을 감내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 역시 지난달 9일 참이슬 프레시와 오리지널 출고가를 6.95% 올렸다.

주류사들이 소주 출고가를 최대 9% 정도 올린 탓에 내년에 정부가 세금 혜택을 11% 정도 준다해도 출고가 인하 폭은 적으면 50원 안팎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기대하는 132원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자연히 음식점 역시 소주 가격을 내리기 보다 유지하는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마트, 편의점 판매가는 다소 낮아질 수 있다”면서도 “식당, 주점들은 1000원 단위로 가격을 조정하기 때문에 출고가가 50원, 100원 내리더라고 가격을 낮게 고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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