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한국에 나타날 경제 기적

김충제 2023. 12. 1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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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한국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외부요인이 크다. 글로벌 시장 수축과 더불어 한국의 최대 시장인 중국의 침체가 결정적이다. 중국은 1992년 수교 이후 1993년부터 2022년까지 30년간 한국에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주었다. 이런 중국 경제가 급격히 하강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 견제, 중국 정부의 경직성으로 인한 해외자본 유출과 부동산 경기 하락이 이유다. 중국이 고장 나자 한국의 수출도 급감했다. 2023년 1~7월 기준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전체 수출의 19.8%로 줄었다.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25%를 넘겼다.

내부요인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 품질 대비 가격이 저렴한 가성비로 먹고살았다. 대중국 대규모 무역흑자가 가능했던 것도 한국 제품의 가성비 덕이다. 그러나 2022년 4월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 수출이 줄어듦과 동시에 무역수지도 적자로 돌아섰다. 초유의 일이다. 중국 경제가 어려워진 탓도 있지만 중국 기업들의 가성비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 주요 이유다. 그동안 한국에서 수입하던 중간재를 상당 부분 자체 조달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또 다른 내부요인은 인구 문제다. 2023년 2·4분기 합계출산율은 0.70으로 2022년 0.78보다 낮아졌다. 인구가 줄면 잠재경제성장률이 급격히 준다. 이 세 가지가 복합되자 한국 경제위기론이 등장하고 있다.

그럼, 끝인가?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글로벌 환경은 세 가지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으로의 재편, 인공지능 산업의 폭발, 3차원 메타버스 시대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한국은 변화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선 배터리 시장에서 글로벌 최강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중국의 저가 배터리는 전기차 시장을 키우는 불쏘시개 정도다. 시장이 성장하면 고급 소비로 옮겨가는 것은 기본 원리다. 고급 배터리 시장을 한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또 전환기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공격력이 엄청나다. 내연차, 전기차 그리고 중간단계에서 필요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자동차 모두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한국 반도체의 제2 전성기가 다가왔다. 그동안 한국은 치킨게임을 펴면서 저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수성해왔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 기술에 꼭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개발하면서다. 이 제품은 기존 메모리와 비교해 최소 2배에서 5~6배 비싸다. 또 한국의 숙원이던 고부가가치 시스템반도체 시장에 진입했다. 또 3차원 메타버스 시대용 고가 디스플레이 시장도 한국이 선점했다. 애플은 눈앞에 화면이 있어도 어지럽지 않은 고글을 개발했다. 3차원 메타버스 기술의 핵심이다. 이것을 구현하려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나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기술이 필수다. 이 분야에선 한국이 최강이다. 앞으로는 차 내부 전면부를 대형 디스플레이로 감싸는 고급 전기차가 팔리게 된다. 이것을 양산할 수 있는 나라도 현재로서는 한국뿐이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2015년 이후 무너졌던 조선산업이 LNG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을 장악했다.

과거를 보면 한국의 성장은 소수 산업이 이끌었다. 1970년대는 건설업이, 1980년대는 무역업이, 1990~2000년대는 저가 반도체·자동차·조선이 이끌었다. 이제부터는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디스플레이와 조선이 이끌게 된다. 이렇게 많은, 그것도 고부가가치 산업이 동시에 한국을 이끈 적이 없었다. 이들 산업에 향후 5년간 1000조원의 국내투자가 잡혀 있다. 중국을 대신할 미국과 베트남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5만달러로 가는 길이 열리고 있다. 다만 기존 가성비 산업에 종사하던 기업들이 무너지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숙제다. 이것까지 해결되면 의외로 인구 문제도 쉽게 풀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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