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등급 中企가 96% 차지···절반은 법정관리 외 방법 없어
코로나 만기연장·상환유예에도
수익 악화 지속···이자 감당못해
60억 투자받은 유망기업도 파산
올해 문닫은 건설사만 3353곳
금감원, 신속 워크아웃·정리 추진
금융감독원이 18일 발표한 2023년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부실 위험에 빠진 기업 수가 최근 들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부실징후기업 추이를 보면 2020년 157곳으로 저점을 기록한 뒤 이듬해에도 비슷한 수준(160곳)을 유지했다. 한데 지난해 들어 전년보다 25곳이나 늘더니 올해는 그보다도 갑절 가까이 증가해 231곳까지 늘었다. 부실징후기업이 230곳을 웃돈 것은 관련 통계 조회가 가능한 2014년 이후 10년 만이다.
그간 정부의 유동성 지원에 가려졌던 기업의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모양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당시인 2020~2021년 피해를 입었던 중소기업의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원리금 상환을 수차례 유예한 바 있다. 하지만 미뤘던 상환 기한이 차츰 다가오고 있는 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마저 급등하자 부실위험기업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은 “코로나19 기간 중 부실징후기업 수가 감소했다가 2022년부터 증가 추세로 전환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대내외 경기 부진 및 원가 상승 등으로 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된 데 따른 것”이라면서 “올해 들어 금리 상승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높아진 금융 비용 부담으로 연체 발생 기업 등이 증가한 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우려되는 대목은 자생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실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부실 징후를 보인 중소기업은 222곳으로 전체 부실징후기업 중 96.1%를 차지한다. 특히 중소기업 중 D등급으로 분류된 곳만 111곳에 달한다. 부실 징후를 보인 중소기업 중 절반은 정상화 가능성이 매우 낮아 법정 절차를 밟는 길 외에는 살아날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자금 사정이 악화된 부동산 업종의 경우 부실징후기업이 22곳으로 가장 많았다. 부동산 업종의 부실징후기업은 2021년 3곳에서 이듬해 15곳으로 뛰었는데 올 들어서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계 상황에 처한 건설사들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실제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폐업한 건설사는 3353곳에 달한다. 지난 한 해 동안 폐업한 건설사가 2887곳이었는데 20% 이상 증가한 것이다. 건설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부도 처리(금융결제원 당좌 거래 정지 업체) 건설사 수도 지속해서 늘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부도 처리된 건설사는 13곳으로 나타났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달 들어서만 남명건설주식회사와 해광건설이 부도 처리된 만큼 부도 업체 수는 물론 폐업 업체 수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부동산 업종 외 부실징후기업으로는 도매·상품중개(19개), 기계·장비, 고무·플라스틱, 금속가공업(각 18개) 등이 뒤를 이었다.
벤처·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수십억 원의 투자를 받으며 성장성을 인정받은 기업마저 파산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일례로 1만 원 이하 가격에 샐러드를 배송하며 2021년 가입자 20만 명을 확보하고 60억 원을 투자받았던 스타트업 프레시코드는 올 7월 파산했다. 내수 위축으로 성장이 침체되면서 손익분기점(BEP)을 맞추지 못해 영업적자가 누적된 데다 투자 시장마저 얼어붙으며 후속 투자금 유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편 부실징후기업이 금융권에 빌린 돈(신용공여)의 규모는 2조 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금융권이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손실 대응 비용(충당금)은 35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금감원은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도 은행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금감원에 따르면 충당금 적립 시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0.02%포인트 내리는 데 그쳐 규제 수준 이상(16.66%)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부실징후기업의 신속한 워크아웃과 부실 정리를 유도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C등급 기업은 자구 노력을 전제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에 따라 채권단 중심 워크아웃을 추진할 계획이다. D등급 기업은 법원의 회생 절차를 밟도록 유도한다. 이외 B등급이어도 금융 비용 부담에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신속 금융 지원이나 프리워크아웃 등을 통해 지원할 계획이다.
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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