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연말까지 시간 주겠다”···이재명에 최후통첩
이 대표 사퇴하면 신당 보류 뜻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사퇴한다면 자신도 신당 창당을 보류할 뜻을 내비쳤다. 당내 정풍운동을 지향하는 의원모임인 ‘원칙과 상식’이 제안한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전제로 이 대표와 만날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전 대표는 이날 KBS 인터뷰에서 “지금이라도 민주당이 획기적으로 변한다면 민주당과 대화하고 여러 가지를 함께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당내에서 통합 비대위 아이디어가 나와 있고 아직은 지도부의 대답이 없지만, 그 비대위가 민주당의 획기적인 변화의 시작이 된다면 그건 의미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와 조건부로 만날 뜻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을 획기적으로 혁신해서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확인되면 언제든지 (이 대표를) 만나겠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 입장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1월 중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새해 초에 국민 여러분께 말씀 드리겠다”며 “그 말의 뜻은 연말까지는 민주당에 시간을 드리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전제로 자신의 신당 창당을 보류할 수 있다는 최후 통첩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칙과 상식’도 현 이재명 지도부가 물러나고 계파를 아우르는 통합형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자는 통합 비대위를 제안한 바 있다. ‘원칙과 상식’은 12월 중에 통합 비대위에 대한 이 대표의 답이 없으면 거취를 결정할 뜻을 밝힌 바 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이날 오후 2시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길 위에 김대중> 시사회에서 이 대표와 만나 “이 대표가 당을 위해 큰 폭의 행보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를 포용해야 한다는 취지인가’라는 질문에 “당연히 그렇게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김 전 총리는 “대한민국의 많은 정치인들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졌던) 저런 무거운 짐을 기꺼이 질 각오를 하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희생의 리더십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은 이 대표에게 돌아갔다. 이 대표는 자신의 사퇴를 전제로 한 이 전 대표와의 만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날 영화 시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총리의 ‘큰 폭의 행보를 해달라’는 당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브리핑에서 이 대표와 이 전 대표의 만남에 대해 “추진은 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답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7시에 열린 같은 영화 시사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측에서 만나달라는 연락은 없었나’라는 질문에 “직접이건 간접이건 없었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분열을 막기 위해 이 전 대표를 만나라는 요구가 나온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대표가 이 전 대표를 만나라”며 “‘미운 놈 나가라, 싫은 놈 떠나라’ 식으로만 당이 나간다면, 그 종착지에는 혁신없는 패배만이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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