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녀, 친척까지 가세…‘집안싸움’으로 번진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

김재형 기자 2023. 12. 1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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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앤컴퍼니 조현범 회장(왼쪽)과 조현식 고문(한국앤컴퍼니 제공)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 간 다툼이 아버지는 물론 누나들과 친척까지 참전하면서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3년 만에 다시 불거진 이번 분쟁에서도 조현범 한국앤타이어 회장(차남) 측이 여전히 유리한 상황이라는 분석이지만, 조현식 고문(장남) 측도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태세다. 분쟁 결과와는 별개로 관련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는 사이 개인 투자자들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조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3년 만에 재발한 경영권 분쟁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장녀)은 17일 “건강하지 않은 아버지를 이용해 (조 회장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통해 경영권 확보에 나선 ‘형’ 조 고문 측에 합류했다.

‘넷째 동생’ 조 회장 측도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한국앤컴퍼니는 18일 조 명예회장의 추가 지분 매입 사실을 공시했다. 조 회장의 ‘큰아버지(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효성가의 효성첨단소재까지 조 회장의 우군으로 지분 인수에 나선 사실도 이날 공개됐다.

조 이사장은 조현식-조현범 형제 간의 1차 경영권 다툼의 불씨를 댕긴 당사자로 꼽힌다.

조 이사장은 2020년 “아버지 결정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로 이뤄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라며 한정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조 명예회장이 보유하던 한국앤컴퍼니 주식 전부(지분율 23.59%)를 조 회장(당시 사장)에게 시간 외 대량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전량 매각한 직후였다. 하지만 지난해 4월, 1심에서 재판부가 조 이사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1차 법정 대결은 조현범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 아버지-큰아버지 측 ‘백기사’로

한국앤컴퍼니 오너가는 지난달 30일 조현식 회장과 조희원 씨가 공개매수를 위해 벤튜라와 주주 간 계약서를 체결하며 2차 경영권 분쟁에 들어갔다. 조 고문 측은 200억 원대 횡령 및 배임, 계열사 간 부당 지원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는 조 회장의 사법적 위험성(리스크)를 낮추고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조 고문 측은 공개매수에 응모하는 주식 지분이 20.35% 이상이어야 주식 전량을 매수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조 이사장(한국앤컴퍼니 지분율 0.81%)의 합류로 조현식(18.93%), 조희원(10.61%) 측은 총 30.35%의 우호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백기사를 자처한 아버지 조 회장의 추가 지분 인수와 효성첨단소재가 우군으로 등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조양래 명예회장은 15일 장내 주식 30만 주(0.32%)를 주당 1만 7398원에 취득했다. 7일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지분 258만 3718주(2.72%)를 취득한 것까지 포함하면 조 명예 회장의 지분율은 3.04%에 달한다.

효성그룹 계열사 효성첨단소재도 이날 조 회장의 특별관계자로 지분 14만 6460주(0.15%) 보유 사실이 공시됐다. 효성첨단소재의 정확한 취득일은 공표되지 않았지만 매입단가(주당 약 1만 7760원)를 고려하면 15일 전후로 추정된다.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은 이날 기준 45.22%까지 치솟았다.

● 경영권 승계 선진화 화두로

11일 한국거래소는 한국앤컴퍼니를 단기과열 종목으로 지정했다. 경영권 분쟁이 격화한 5일 전후로 주가가 1만 6420원(5일 종가)에서 거래제한폭(29.90%)인 2만 1850원까지 치솟는 등 투기성 자본 유입이 의심된다는 판단에서다. 주가 변동은 다음주 초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주주명부 폐쇄 하루 전인 27일까지 매입 절차를 마무리해야하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몇년 전 롯데그룹 ‘형제의 난’을 비롯해 이번 한국앤컴퍼니 또한 한국 재벌가에서 나타나는 승계 문제의 전형”라며 “승계 구도의 안정화는 한국 기업 경영의 선진화에 제일 과제이다”라고 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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