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녀, 친척까지 가세…‘집안싸움’으로 번진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
● 3년 만에 재발한 경영권 분쟁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장녀)은 17일 “건강하지 않은 아버지를 이용해 (조 회장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통해 경영권 확보에 나선 ‘형’ 조 고문 측에 합류했다.
‘넷째 동생’ 조 회장 측도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한국앤컴퍼니는 18일 조 명예회장의 추가 지분 매입 사실을 공시했다. 조 회장의 ‘큰아버지(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효성가의 효성첨단소재까지 조 회장의 우군으로 지분 인수에 나선 사실도 이날 공개됐다.
조 이사장은 조현식-조현범 형제 간의 1차 경영권 다툼의 불씨를 댕긴 당사자로 꼽힌다.
조 이사장은 2020년 “아버지 결정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로 이뤄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라며 한정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조 명예회장이 보유하던 한국앤컴퍼니 주식 전부(지분율 23.59%)를 조 회장(당시 사장)에게 시간 외 대량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전량 매각한 직후였다. 하지만 지난해 4월, 1심에서 재판부가 조 이사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1차 법정 대결은 조현범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 아버지-큰아버지 측 ‘백기사’로
한국앤컴퍼니 오너가는 지난달 30일 조현식 회장과 조희원 씨가 공개매수를 위해 벤튜라와 주주 간 계약서를 체결하며 2차 경영권 분쟁에 들어갔다. 조 고문 측은 200억 원대 횡령 및 배임, 계열사 간 부당 지원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는 조 회장의 사법적 위험성(리스크)를 낮추고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조 고문 측은 공개매수에 응모하는 주식 지분이 20.35% 이상이어야 주식 전량을 매수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조 이사장(한국앤컴퍼니 지분율 0.81%)의 합류로 조현식(18.93%), 조희원(10.61%) 측은 총 30.35%의 우호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백기사를 자처한 아버지 조 회장의 추가 지분 인수와 효성첨단소재가 우군으로 등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조양래 명예회장은 15일 장내 주식 30만 주(0.32%)를 주당 1만 7398원에 취득했다. 7일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지분 258만 3718주(2.72%)를 취득한 것까지 포함하면 조 명예 회장의 지분율은 3.04%에 달한다.
효성그룹 계열사 효성첨단소재도 이날 조 회장의 특별관계자로 지분 14만 6460주(0.15%) 보유 사실이 공시됐다. 효성첨단소재의 정확한 취득일은 공표되지 않았지만 매입단가(주당 약 1만 7760원)를 고려하면 15일 전후로 추정된다.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은 이날 기준 45.22%까지 치솟았다.
● 경영권 승계 선진화 화두로
11일 한국거래소는 한국앤컴퍼니를 단기과열 종목으로 지정했다. 경영권 분쟁이 격화한 5일 전후로 주가가 1만 6420원(5일 종가)에서 거래제한폭(29.90%)인 2만 1850원까지 치솟는 등 투기성 자본 유입이 의심된다는 판단에서다. 주가 변동은 다음주 초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주주명부 폐쇄 하루 전인 27일까지 매입 절차를 마무리해야하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몇년 전 롯데그룹 ‘형제의 난’을 비롯해 이번 한국앤컴퍼니 또한 한국 재벌가에서 나타나는 승계 문제의 전형”라며 “승계 구도의 안정화는 한국 기업 경영의 선진화에 제일 과제이다”라고 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하루 4000보 걷는 사람 뇌 영상 찍었더니…‘이 부분’ 활성화
- 與비대위원장 거론 한동훈, 외부 일정 돌연 취소…왜?
- 주호민 아들 사건 담당 공무원 “교사에 의한 아동학대 판단”
- ‘대리기사가 했다’더니…이경 민주 부대변인, 보복운전 벌금 500만원
- 경복궁 두번째 낙서는 모방범죄…용의자 자수
- “차량도 다닐 수 있어”…이軍, 하마스가 만든 최대 지하땅굴 발견
- 술 취해 길에 누워있던 경찰, 출동한 순찰차 부수고 행패
- “경찰이 돈 보내래” “어르신 제가 경찰입니다” 보이스피싱 피해 막은 경찰
- ‘왕실 최초 여성 조종사’ 요르단 공주, 가자지구 공수작전 참여
- ‘까막눈 남편’ 속여 수억 원 빼돌려 도박한 60대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