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R·화재대피 안전훈련 했더니 … 체육시설 매출 늘었다
수영·태권도·피트니스 등
4개월 걸친 철저한 교육에
91개 시설 최고등급 받아
이용자도 7.31%나 늘어나
내년 사업은 어린이 중심에
체육교습업 추가해 120곳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위치한 '아이풀 수지점'에서 어린이들이 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저마다 찬 팔찌 안에 새겨진 '심폐소생술 방법'을 읽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심폐소생술 더미'를 눌렀다. 일회성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제법 능숙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진행한 '안전안심 체육시설' 선정 사업 우수사례 발표대회 대상을 받은 아이풀 수지점의 이일로 점장은 "수영장은 수심이 얕더라도 사고가 날 수 있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서 사고를 줄이려 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특히 3월과 9월엔 화재대피훈련, 6월과 12월에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하면서 아이들이 무의식적으로도 몸이 움직이는 '행동화' 단계에 접어들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 수준에 따라 색이 다른 팔찌를 차게 하는데 뒷면에 심폐소생술 방법을 새겨 넣었다. 특허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전국에 운영 중인 민간 체육시설은 6만4000여 개. 이 중 체육도장업, 체력단련장업, 어린이 수영장은 46%를 차지한다. 대부분 어린이가 주로 이용하는 곳이거나 사고 위험이 큰 운동 기구가 설치된 곳이다.
당연히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이에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체육시설법)에 따라 체육시설이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안전관리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중 '안전안심 체육시설' 사업은 단순한 시설 인증이 아니다. 4개월간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게 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해 안전관리 수준을 향상하는 사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미션 수행을 평가해 우수한 체육시설은 등급을 부여받는다.
미션이 만만치 않다. 안전운영체계, 시설 관리, 관리자 역량 관리, 비상대피 대응 등 4개 분야 21개 항목이나 된다. 참여 시설은 약 4개월간 매월 주어지는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미션 수행이 완료되면 합산 점수와 실사를 거쳐 최종 등급을 받게 되며, 등급에 따라 '안전안심 체육시설' 현판과 안전물품 등 인센티브를 받는다. 현판도 금·은·동으로 구분 지어 세분화했다. 올해 4대1의 경쟁률을 뚫고 100개소를 선정해 진행했지만 많은 곳이 '중도 포기'를 선언했고 추가된 곳까지 모두 합해 91곳만 통과했다. '안전안심 체육시설' 현판이 있다면 믿어도 되는 이유다.
경제적 효과도 확인됐다. 공단이 안전안심 체육시설 사업 참여 전 매출과 이용자 수를 조사한 결과 참여 후 매출액은 평균 6.87% 증가, 이용자 수는 7.31%나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안전안심 체육시설 선정 사업을 통해 시설 안전이 개선됐고, 안전한 시설이라는 홍보를 통해 이용자와 매출액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게 된 것이다. 이일로 점장도 "아이들이 수영장에서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화재대피훈련을 하는 모습을 보고 부모님들이 더 좋아하셨다. 또 믿고 맡길 수 있겠다고 하시더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전승현 엘리트태권도장 관장은 "안전안심 체육시설 사업에 참여해 공단이 제공하는 여러 안전 미션을 수행하며 처음에는 낯선 면도 많았다"고 돌아본 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학부모들이 먼저 노력을 인정해주고, 저희도 그 믿음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2021년 41개소로 시작해 2022년 51개소, 그리고 올해 91개소가 최종적으로 등급을 받은 안전안심 체육시설 사업은 내년에 '어린이' 중심으로 바뀐다. 대상 업종에 체육교습업을 추가하고 참여 시설 수도 120개소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 및 경기 지역 참여 시설에 대해 무상 소방훈련을 확대 지원하기로 했다. 우수 시설은 공단이 적극적으로 홍보를 지원한다. 안전을 강화해 매출을 높이고 홍보까지 공짜로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다. 내년 참여 공고는 상반기 중에 '체육시설 알리미'를 통해 공지될 예정이다.
공단은 안전안심 체육시설 사업을 통해 표준 모델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제주 외도검도관, 경북 울진 엘리트태권도장 등 예선을 통과한 15개 시설에서 제출한 55개의 사례가 발굴됐다. 공단은 우수사례집을 만들어 체육시설 알리미를 통해 배포하고 많은 체육시설이 참고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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