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앞 치매 연기한 노래방 살인범… 모자 눌러쓴 흰머리에 잡혔다

청주의 한 노래방에서 60대 업주를 흉기로 위협해 금품을 빼앗은 뒤 살해한 50대 A씨가 18일 오후 청주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청원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청주의 한 노래방에서 업주를 살해하고 금품을 훔쳐 달아난 50대 남성이 거주지를 급습한 경찰 앞에서 치매 노인 행세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CCTV에 찍혔던 범인의 흰머리와 모자 등 인상착의를 유심히 살핀 경찰에게 결국 덜미를 잡히게 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범인 A씨는 지난 15일 오전 2시35분쯤 청주 청원구 율량동 소재의 한 노래방에서 60대 업주 B씨를 흉기로 위협해 현금 40만원과 신용카드 2개를 빼앗은 뒤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카운터에 있던 B씨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친 뒤 방으로 끌고 가 살해했고, 범행 후에는 현장에 떨어진 혈흔을 수건으로 닦은 뒤 1㎞ 떨어진 자택에서 은신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시 A씨는 모자에 마스크까지 착용한 모습으로 신원 확인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B씨 역시 사망한지 12시간이나 지난 뒤에 발견돼 범인이 멀리 달아났을 가능성도 있었다. 수사에 난항이 예상됐지만 경찰은 형사 30여명을 투입해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흰머리, 모자, 마스크 등 노래방 내부 CCTV에 찍힌 인상착의를 토대로 밤샘 추적을 이어갔다.

그렇게 경찰은 사건 발생 약 40시간 만에 A씨를 거주지에서 검거했다. 이때 A씨는 자신을 찾아온 경찰 앞에서 치매 노인을 흉내 내며 범행을 부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은 집안에서 A씨가 착용했던 모자와 마스크 그리고 도검 등 흉기 여러 점을 찾아냈고, 범행 장면 일부가 찍힌 CCTV 영상을 내밀며 추궁했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A씨는 그제 서야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강도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18일 오후 2시부터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범행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면서도 유족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무직인 A씨가 타인 명의 통장을 사용 중인 점, 훔친 돈으로 밀린 월세를 낸 점 등을 미뤄 생활비를 벌기 위해 범행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신상 공개와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