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알퍼의 영국통신] 의아한 '英성탄극'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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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초등학교의 본질을 경험하게 되는 때는 '네티비티(nativity) 플레이'라고 불리는 성탄극을 공연하는 시기이다.
매년 성탄을 앞두고 영국 초등학교에서는 '예수 탄생'을 주제로 공연을 하는데 이것이 대부분 영국 아이들에게는 무대에 오르는 첫 경험이고 부모들에게도 자녀들이 무대에 오른 것을 보는 첫 경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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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부모에 좋은 추억이지만
높은 신앙심 요구 현실과 괴리
연극 내용도 성경과 맞지않아
"이건 전통"이라며 변화 거부
영국 초등학교의 본질을 경험하게 되는 때는 '네티비티(nativity) 플레이'라고 불리는 성탄극을 공연하는 시기이다. 매년 성탄을 앞두고 영국 초등학교에서는 '예수 탄생'을 주제로 공연을 하는데 이것이 대부분 영국 아이들에게는 무대에 오르는 첫 경험이고 부모들에게도 자녀들이 무대에 오른 것을 보는 첫 경험이 된다.
아이들은 마리아와 요셉, 동방박사, 목동과 천사, 마리아가 타고 왔던 당나귀, 빈방이 없다고 마리아가 마구간에서 출산을 하게 했던 여인숙 주인 등 다양한 배역을 맡아 연기를 펼친다. 대개 저학년, 고학년으로 나누어 공연을 하기 때문에 교사들은 창의성을 발휘해 다양한 배역을 만들어야 한다. 마구간이 배경이므로 소, 닭, 염소가 등장할 수 있겠고 목동의 양떼, 동방박사가 타고 온 낙타 역할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부모들은 배역에 맞는 의상을 준비해야 하는데, 옷걸이를 구부려 반짝이를 붙여 만든 천사링부터 요셉과 목동의 머릿수건을 위한 티타월, 양들을 위한 흰색 스웨터 등 집 안을 뒤져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공연은 약간의 '연기' 외에 대부분 잘 알려지고 부르기 쉬운 캐럴로 채워진다. 대사를 까먹은 아이들의 귀여운 실수와 손주들의 연기가 자랑스러운 조부모들의 미소가 어우러져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유쾌한 경험이 된다.
하지만 영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런 문화는 여러 가지 이유로 지나치게 느껴질 수 있다. 영국은 무척이나 세속적인 나라가 돼버렸다. 매년 신도 수의 부족으로 수많은 교회가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성탄을 맞아 갑자기 신앙심이 충만해진 아이들이 경건한 복음송을 부르는 것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천사들의 선언으로 하늘의 승리에 동참하라, 예수가 베들레헴에 태어났다. 전령천사들의 노래를 주의 깊게 들어라. 새로 태어난 왕에게 영광을.' 1700년대 초반 쓰였을 당시의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 노랫말은 2023년에는 구시대의 유물처럼 들린다.
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네티비티 연극'이 과거 영국이 신앙심이 충만했던 시절의 산물이라면 왜 성경과는 동떨어진 내용인 것일까? 성경에는 예수 탄생에 관한 이야기가 두 가지 버전으로 누가복음과 마태복음에 등장한다. 실제 이 복음을 읽다 보면 마구간도 당나귀도 여인숙 주인도 존재하지 않으며(1세기경 이스라엘 여인숙이 있었을 리 만무하다), 3명의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를 찾아온 적도 없다.
하지만 이런 모든 반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영국인들은 여전히 성탄극을 공연한다. '그래, 맞지만 이건 우리의 전통이다.' 영국처럼 보수적이고 변화를 거부하는 나라에서 이 대답은 아무리 비논리적으로 들려도 그 어떤 목소리와도 맞먹는다.
[팀 알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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