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경제학자의 회심

2023. 12. 1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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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세대 전 세상을 떠난 경제학자가 최근 경제학계 동향을 보면 여러 면에서 놀랄 것입니다.

경제학자는 변화와 발전에 대해서 낙관적입니다.

자신들이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 주요 이슈에서 최근 경제학자들이 예상치 못한 주장을 펼치는 것입니다.

무역을 통해 혜택을 얻는 이와 손실을 보는 이가 있지만 혜택의 총합은 손실의 총합보다 크기 때문에 경제학자는 자유무역을 옹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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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 신봉한 주류 경제학
대중무역 적자쇼크 영향으로
고용피해 커지자 "속도조절"
노조·권력 등 금기시한 영역도
불평등문제 커지며 본격 연구

한두 세대 전 세상을 떠난 경제학자가 최근 경제학계 동향을 보면 여러 면에서 놀랄 것입니다. 훨씬 더 정교하고 복잡한 이론 모델과 통계 분석에 당황하거나, 행동경제학과 같은 새로운 분야를 낯설어할지도 모릅니다. 아주 놀라지는 않을 것입니다. 경제학자는 변화와 발전에 대해서 낙관적입니다. 저만의 상상이지만 정말 충격적으로 놀랄 일은 따로 있습니다. 자신들이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 주요 이슈에서 최근 경제학자들이 예상치 못한 주장을 펼치는 것입니다. 많은 예를 들 수 있지만 불평등, 무역, 기술 혁신에 관해 설명해보겠습니다.

과거 누군가가 불평등 문제 연구를 위해 박사과정에 들어갔다면, 그러지 말라는 충고를 들었을 것입니다. 사실 불평등 연구자가 주요 경제학과에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더 뿌리 깊습니다. 대다수 경제학자는 불평등을 경제 성장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비용으로 간주했습니다. 국제무역에 대한 이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역을 통해 혜택을 얻는 이와 손실을 보는 이가 있지만 혜택의 총합은 손실의 총합보다 크기 때문에 경제학자는 자유무역을 옹호했습니다. 중국이 무역을 통해 빠르게 빈곤에서 벗어나자 경제학자의 지적 자신감은 충만해졌습니다. 간단한 모델을 통해 가르치는 비교우위 이론을 모든 저개발국가에 만병통치약처럼 처방했습니다.

기술 혁신은 일반적으로 모든 배를 높이는 파도로 비유됩니다. 생산성 향상은 자본가뿐만 아니라 노동자 삶의 수준도 높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계층이 혜택을 입기까지 시차가 존재할지 모르지만 결국 모든 이의 삶은 풍요로워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과거 경제학은 파이를 키우는 이슈에 경도되었고, 누가 얼마큼을 가지는가에 대해 무심한 편이었습니다.

빈곤 및 불평등에 대한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는 피치포크 이코노믹스(Pitchfork Economics) 팟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만약 불평등 문제에 대한 단 하나의 정책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디턴 교수는 노동조합 결성을 방해하는 모든 법과 규제를 없애겠다고 대답했습니다.

데이비드 오토어 MIT 교수는 '차이나 쇼크'라는 논문에서 중국과의 무역이 가져온 미국 제조업 고용 충격을 보였습니다. 마치 몇 개의 도시에 경제 핵폭탄이 떨어졌다고 비유할 수 있을 만큼 무역에 따른 손실은 특정 지역과 계층에 집중되었습니다. 오토어 교수는 캐피털이즌트(Capitalisn't) 팟캐스트에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대중국 무역에 대해 어떤 정책을 제안하겠습니까?" 오토어 교수는 중국과의 무역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진행할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대런 애쓰모글루 MIT 교수는 기술 혁신과 제도를 연구하는 대표적인 경제학자입니다. 그는 생산성에 대해 말할 자격이 충분합니다. 그의 논문의 질과 양은 경제학계에서 단연 1등이고, 2등보다도 30%나 높은 생산력 차이를 보입니다. 최근 저서 '권력과 진보'에서 기술에 대한 낙관주의라는 경제학 전통을 비판합니다. 기술 혁신이 가져오는 혜택의 분배는 권력 투쟁의 역사라고 주장합니다.

세 경제학자의 입에서 나온 '노동조합' '무역 속도 조절' '권력'은 경제학 교과서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입니다. 경제학계에서는 오랫동안 금기어와 같은 것이었다고 말해도 지나친 과장이 아닙니다. 사실 경제학계 밖에서는 익숙하고 오랜 담론이지만, 경제학계에서는 이제야 대가의 입을 빌려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경제학자의 회심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김재수 美인디애나·퍼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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