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한동훈 없어도 절실해진 이민청

김병호 기자(jerome@mk.co.kr) 2023. 12. 1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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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9년 완공된 미국 대륙횡단철도는 중국 이주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건설됐다.

중국인은 힘들고 위험한 작업들을 불평 없이 수행했고 미국인 노동자보다 훨씬 부지런했다.

금광 개발과 농작물 재배에 이어 철도 개통까지 미국 초기 산업 발전의 기초를 다진 것은 중국인들이었다.

하지만 미 정부는 1882년 중국인 이민금지법을 만들어 유학생, 외교관, 상인을 제외한 노동자 이민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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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대책 줄줄이 참패
이민자 유입·관리책 절실
각국 인재유치 경쟁 치열
한동훈 총선에 차출돼도
이민청 논의 중단은 안돼

1869년 완공된 미국 대륙횡단철도는 중국 이주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건설됐다. 중국인은 힘들고 위험한 작업들을 불평 없이 수행했고 미국인 노동자보다 훨씬 부지런했다. 금광 개발과 농작물 재배에 이어 철도 개통까지 미국 초기 산업 발전의 기초를 다진 것은 중국인들이었다. 대륙 철도 사업에 투자했던 릴런드 스탠퍼드가 샌프란시스코 내 본인 토지를 중국인 정착지로 기부한 것도 감사 표시였다. 하지만 미 정부는 1882년 중국인 이민금지법을 만들어 유학생, 외교관, 상인을 제외한 노동자 이민을 막았다. 중국인들의 노동시장 장악 우려에서였다. 이처럼 이민 정책은 수용 국가의 목표에 따라 고무줄처럼 바뀐다.

최근 국내 저출산이 심각해지자 대응책 중 하나로 이민자 확대와 가칭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설립이 논의되고 있다. 취임 때부터 이민청 카드를 꺼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인구 재앙의 근본 대책은 출산율 제고와 이민"이라고 했다. 출산율을 당장 높이기 힘드니 이민이 답이라는 얘기다. 이민청을 설립하려는 취지도 거기서 나온다. "이민자의 체계적 유입과 관리·통제를 더 잘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부족 인구를 메우려고 이민 수용을 장려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앞서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이민청을 추진했으나 설립이 무산된 전력이 있다.

이민청이 재부상한 것은 저출산 극복에 지금껏 380조원을 쓰고도 결과가 처참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내년 합계출산율은 0.68명으로 떨어진다. 수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숫자다. 우리 국민이라면 애 낳기 싫은 이유를 3~4개씩 말할 정도로 저출산 원인을 모르지 않는다. 대개는 이유를 알면 해결책이 나오는데 이 문제는 어떤 해법을 내놔도 제약 조건이나 반대 논리가 따라붙어 완성도가 떨어진다. 출산율이 증가한 프랑스 사례도 그대로 쓰긴 어렵다. 프랑스처럼 보육·소득 지원은 이미 시행 중이고 사실혼 커플에 결혼에 준한 혜택을 주는 '팍스(PACS)' 도입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유아 보육이 완벽해도 우리는 이후 초·중·고교 사교육비 부담이 커 출산을 꺼린다. 게리 베커 교수 말대로 결혼도 비용과 편익 문제다. 출산 때 1억원을 준다 해도 결혼에 따른 총비용이 더 크다면 비혼(非婚)의 편익을 넘기 힘들다.

반면 이민 정책은 장시간 걸리는 구조 개혁과 달리 즉각 쓸 수 있다. 인구 감소에 처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일본도 2019년 법무성 밑에 출입국체류관리청을 설치했다. 국가간 유능한 이민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한 장관이 "필요한 외국인만 정교히 판단해 받겠다"고 했지만 꼭 맞는 외국인이 한국에 올지는 미지수다. 북핵 위협과 높은 세율, 치솟는 사교육비 등은 이주 매력을 떨어뜨린다.

이민 빗장을 풀면 늘어난 외국인과 내국인 간 갈등도 커진다. '문명의 충돌'의 저자 새뮤얼 헌팅턴은 미국에 온 많은 멕시코인들이 동화되지 못해 특정 지역에서 자기 문화와 언어를 쓰며 사회를 분열시킨다고 했다. 이들이 미 남서부 땅이 원래 자기네 영토였다면서 재탈환하려 한다는 전망도 내놨다. 미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슬라브계) 러시아인들의 낮은 출생률에 반해 (이주한) 무슬림의 폭발적 증가는 러시아 정체성에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우리 역시 이민자 증가로 다양한 문제와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우리는 OECD 기준으로 총인구 대비 외국인 비중이 5%에 달하는 다인종·다문화 국가다. 또 초저출산 때문에 이민자를 더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민자들의 체계적 유입과 관리, 사회 통합을 위해 내실 있는 이민청은 불가피하다. 한 장관이 떠나더라도 이민청 신설 동력이 약화돼선 안 된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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