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마이너스 금리' 출구 찾나…일본은행 총재 '입'에 쏠린 눈

경수현 2023. 12. 1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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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금융정책회의에 언론들 "이번엔 유지…연초 이후 정책 수정 시사 가능"
'엔저 부담'에 마이너스 금리 해제 기대감 시장에서 점차 커져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7년여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이어온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전환 여부에 세계 금융권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일본은행은 18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올해 마지막 금융정책회의를 개시했다. 회의 결과는 19일 나온다.

앞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7일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서 "연말부터 내년에 걸쳐 한층 더 도전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해 금융완화 정책의 조기 해제를 시사한 발언이라는 해석을 시장 일각에서 낳기도 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지지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 이 발언은 엔저 흐름을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 지난달 중순 1달러당 152엔에 육박할 정도로 하락세를 보이던 엔화 가치가 지난 주말에는 141엔대로 올랐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도 도쿄 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142엔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본은행, 극단적 금융완화 정책 전환?…시장 기대감 커져

일본은행이 현재와 같은 극단적인 금융완화 정책을 도입한 것은 2016년이다.

일본은행은 자국 경제가 1990년대 거품이 터지고 장기불황에 빠진 2016년 1월 단기 정책금리(당좌예금 정책잔고 금리)를 -0.1%로 낮추고 상장지수펀드(ETF)까지 매입하는 질적·양적 완화 정책을 도입했다.

게다가 같은 해 9월에는 장기국채를 필요한 만큼 무제한 매입하면서 시장 금리를 통제하는 수익률곡선관리(YCC) 정책도 도입했다. 돈을 쏟아부어 경제를 살리려 한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 경제는 물가가 오르지 않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잃어버린 30년'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올해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마이너스가 아니라 상당히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매달 작년 동월 대비 3%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9월과 10월에도 각각 2.8%와 2.9% 올랐다.

여기에는 엔저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부담이 작지 않게 반영됐다.

엔저는 수출기업에는 실적 개선 요인이 되지만 일반 소비자에게는 물가 상승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행은 지난 7월 금융정책회의에서 "10년물 국채 금리의 상한선 목표를 0.5%로 하되 시장 동향에 따라 이를 어느 정도 초과해도 용인한다"는 미세한 정책 조정을 했다.

당시 우에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이번은 외환시장 변동성을 포함해서 생각했다"고 이유를 제시했다.

기본적으로 중앙은행 총재가 외환시장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사안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본은행은 10월에도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의 변동 폭 상한 목표를 기존 0.5%에서 1%로 올리되 시장 동향에 따라 1%를 어느 정도 초과해도 용인한다"는 내용으로 통화정책의 미세조정을 재차 실시했다.

다만 우에다 총재는 "끈질기게 대규모 금융완화를 계속할 것"이라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 등 금융완화를 지속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시장은 중앙은행의 핵심 목표인 물가가 상당폭 상승한 데다 두차례에 걸쳐 통화정책에 대한 미세 조정까지 이뤄진 가운데 엔저에 따른 경제 부담도 조명되면서 일본은행의 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왔다.

일본은행이 내년 봄 일본의 춘투(임단협) 때 물가와 임금 상승을 비교하면서 통화정책을 본격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진 배경이다.

한숨 돌린 엔저…우에다의 입에 주목

엔화와 달러화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달 달러당 151엔을 넘어서면서 1990년 이후 33년 만의 최저치에 육박하던 엔저 현상은 이제 한숨을 돌린 상황이다.

시장도 당장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금리를 인상해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내년에 전환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감이 커졌다는 점에서 일본은행이 판단을 마냥 늦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하와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가 겹치게 되면 금리차 축소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져 통화정책 운용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이 당장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 나서지 않더라도 머잖은 시기에 정책 전환에 대한 방향성 제시는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나온다.

결국 이번 일본은행의 금융정책회의는 회의 결과보다는 회의 뒤 가즈오 총재가 할 발언 내용에 시장이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회의에서는 금융정책 동결이 전망되지만, 연초 이후 정책 수정이 시사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때문에 우에다 총재 회견에 관심이 쏠린다"고 18일 보도했다.

영국계 금융사인 IG증권의 이시카와 준이치 애널리스트는 "일본은행이 전망보고서를 발표하는 내년 1월이나 4월에 정책 전환을 단행하려면 이번에 포석을 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안내) 성격의 발언이 나올 수 있다는 예상이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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