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앞에 왜 하필 불륜이라는 난관을 세워 놓은 걸까('마에스트라')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이영애가 돌아왔다. tvN 새 주말드라마 <마에스트라>는 차세음(이영애 분)이라는 여성 지휘자가 비밀을 지닌 채로 진실을 찾아가는 미스터리물이다. 천재 혹은 전설이라 불릴 만큼 뛰어난 능력을 지녔지만 전 세계 5%밖에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성공하기 힘든 여성 지휘자 마에스트라로서 오케스트라를 최고로 만들기 위해 난관들을 극복해 나가는 스토리다.
이영애의 복귀는 원조 '쎈언니'의 귀환이다. '산소같은 여자'라는 타이틀로 청초하게 데뷔했지만 30대에 들어서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통해 비틀린 운명에 과감하게 맞서나가는 쎈언니의 원형으로 자리매김했다. 코믹 추적극이었던 드라마 전작 <구경이>에서조차 폐인으로 등장하면서도 묘한 카리스마를 발산했던, 영원한 쎈언니다.
쎈언니는 현재 드라마의 가장 핫한 트렌드 캐릭터다. <퀸메이커>(김희애), <길복순>(전도연), <더 글로리>(송혜교), <대행사>(이보영), <닥터 차정숙>(엄정화), <힘쎈여자 강남순>(김정은) 등 중년의 씩씩한 언니들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드라마는 최근 눈에 띄게 많아졌다.
단순히 수적으로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화제의 드라마 상당수에는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독하게 난관을 극복하거나, 남자의 전유물인 분야, 심지어 근력에서도 남성을 압도하기까지 하는 초강력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요즘이다.
<마에스트라>의 초반 전개는 이런 쎈언니 드라마의 특징이 다 담겨 있다. 차세음은 권위의 지휘자 별칭인 '차마에'로 불리며 남성 전유물인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갖은 난관을 극복하며 어떤 마에스트로, 즉 남성 지휘자보다도 더 뛰어난 성과를 내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또 그 과정을 독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헤쳐나간다.
여기에 어머니와 관련된 듯 보이는 개인사의 비밀이 미스터리물 스타일로 서서히 드러나는 과정이 또 다른 주요 서사로 자리한다. 이영애는 미스터리에도 독보적으로 잘 어울리는 배우라 이런 설정이 <마에스트라>에 대한 시청자들의 흥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마에스트라>는 쎈언니 드라마로 분명한 색깔을 갖춰 방송 초반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새기고 있다.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도 1회 4.2%로 시작해 상승세를 거듭하며 3회에는 5%를 돌파했다. 이런 추세로 인해 또 하나의 히트작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하지만 <마에스트라>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부분도 존재한다. 남성 위주의 지휘자 세계에서 차세음이 드라마를 통해 극복해 나갈 여러 장애물 중 처음이 하필 불륜이다. 불륜이 누군가의 삶에 큰 고비이고 극복해야 할 고난일 수는 있다. 한국 드라마에서 가장 흔히 등장하는 갈등의 소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차세음은 어머니와의 갈등과 이에 연관된 비밀스러운 신체적, 정신적 약점이 있는 듯해도, 과감하고 냉정하며 열정적으로 세상의 편견과 난관을 이겨나가는 캐릭터다. 이런 여성 지휘자가 상대해야 할 세상의 심각한 난관은 불륜 말고도 많다.
물론 불륜이 앞으로 풀어나갈 다른 극복의 서사를 위한 밑그림 장치일 수도 있지만 어찌됐든 불륜은 차세음의 캐릭터가 상대할 난관으로는 맞춤옷 같지 않은 느낌이다. 차세음이 사랑보다 일을 좀 더 우선하는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상황에서 불륜이 헤어나올 수 없는 장애물처럼 등장하는 것은 왠지 '벨붕'같기 때문이다.
전 애인 유정재(이무생 분)의 존재도 매끄럽지 못하다. 젊은 시절 연인이었다가 그 시절을 잊지 못하고 집착하며 처음에는 차세음을 괴롭히는 듯하지만 '알고 보니' 숨은 조력자 흑기사처럼 점점 바뀌는 인물이다. 일반적으로 드라마에 멋진 남자 주인공으로 흔히 배치되는 캐릭터이지만 유정재는 비슷해 보여도 결을 달리한다. 차세음을 위해서 하는 일들이 아직까지는 사랑보다는 집착으로 느껴지는 분위기라 그러하다.
멋지게 느껴지기보다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는 유정재의 행동은, 향후 다른 드라마의 매력적인 남자 주인공들처럼 바뀔지도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마에스트라>가 장르물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유정재의 캐릭터 외에도 전반적으로 <마에스트라>는 쎈언니 드라마지만 보편적인 감성을 지향하기보다 제한적 취향의 장르물로 다가온다. 17일 4회 방송분에서 불륜이 상간녀의 차량 충돌 공격처럼 보이는 상황들로 이어지는 것 같은 장르물적 전개들은 작품 곳곳에서 등장한다. 그래서 시청률은 급상승 중이지만 초대박 드라마까지 기대하기에는 아직 불확실한 느낌이다.
앞서 방송된 쎈언니 드라마 중 결국 시청률상 가장 성공한 경우는 장르물보다는 <대행사>나 <닥터 차정숙>처럼 다수의 대중이 주인공 캐릭터와 드라마 상황에 공감할 요소가 많은 작품들이다. <더 글로리> 경우도 장르물적이지만 캐릭터의 심리에 보편적인 공감 상황들이 많아 대성공을 거두며 올해를 대표하는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마에스트라>가 끝까지 장르물적으로만 흘러갈지, 아니면 보편적인 공감도 이끌어내면서 초반의 시청률 상승세 이상의 초대박 결과를 남길지 지켜보는 일은 흥미로울 듯하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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