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이 터뜨린 2023년, 서승재가 완벽 마무리···한국 셔틀콕, 전성기 찾고 파리 간다
한국 배드민턴이 안세영(21)과 서승재(26)를 앞세워 완전한 전성기를 이루며 2023년을 마쳤다.
배드민턴 대표팀은 지난 17일 중국 항저우에서 끝난 HSBC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2023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남자복식에서 서승재-강민혁이 우승했고, 여자복식에서 이소희-백하나가 준우승, 여자단식의 안세영과 혼합복식의 서승재-채유정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월드투어 파이널은 배드민턴의 ‘왕중왕전’으로 불린다. 종목별 상위랭커 8팀만 출전해 치르는 한 시즌 마지막 대회이기 때문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다친 무릎 부상 여파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안세영이 동메달을 딴 이번 대회에서 서승재가 마지막까지 빛을 냈다.
서승재는 복식전문으로 남자복식에서 강민혁과 함께 세계 6위, 혼합복식에서는 채유정과 함께 세계 3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까지 정상권에 근접해가던 서승재는 두 종목에서 올해 모두 최정상을 차지했다. 채유정과 혼합복식에서 전영오픈 은메달, 항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수확했다. 세계개인선수권에서는 혼합복식과 남자복식까지, 2개 종목 모두 우승했다. 2009년 이용대, 2013년 엄혜원이 세계선수권에서 2개 종목 메달을 따냈지만, 금메달 2개를 한꺼번에 딴 선수는 1999년 김동문 이후 서승재가 처음이었다.
이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월드투어 파이널에서는 금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남자복식 결승에서 강민혁과 같이 꺾은 상대가 세계 1위 조다. 중국의 량위이컹-왕창을 2-0(21-17 22-20)으로 꺾고 2014년 이용대-유연성 이후 9년 만에 이 대회 남자복식 우승 타이틀을 가져왔다.
서승재는 복식의 기둥으로 자리잡으면서 과거 똑같이 남자복식과 혼합복식 세계 정상을 차지했던 이용대와 비교되곤 한다. 이용대가 정재성에 이어 유연성과 호흡을 맞추면서도 세계 1위를 오래 지킨 2010년대 초중반에는 고성현-신백철, 김사랑-김기정이 같이 세계 랭킹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한국은 남자복식 최강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끝으로 핵심 선수들이 대거 태극마크를 내려놓으면서 배드민턴 대표팀 자체가 과도기를 겪었다.
이후 여자 선수들이 힘을 냈다. 특히 여자복식에서 이소희-신승찬과 함께 김소영-공희용이 등장하고 짝을 바꾼 이소희-백하나도 세계 상위권에 올라 대회마다 집안싸움을 벌였다. 이후 여자단식에서 막내 안세영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부쩍 성장한 뒤 올해 국제대회를 독식하며 세계 랭킹 1위까지 찍었고, 이후 서승재의 기량도 동시 폭발해 남자복식, 여자복식까지 한국은 매 대회 우승 소식을 가져왔다.
최근 서승재가 안세영과 함께 BWF 올해의 남·녀 선수상을 나란히 수상한 것은 한국 배드민턴이 다시 최강 시대를 열었다는 증거다. 기록상 예상 가능했던 안세영보다 서승재의 수상이 더 큰 의미가 있다. BWF는 IBF(국제배드민턴연맹) 시절 뽑던 ‘올해의 선수’를 2008년부터 남자 선수와 여자 선수로 분리해 선정했다. 이후로는 늘 단식 1위 선수가 받거나 복식조가 함께 받았던 남자 선수상을 복식 전문 선수가 단독으로 수상한 것은 서승재가 처음이다. 종목을 통틀어 올해 남자 선수 중 최고의 활약을 인정받았다. 한국 배드민턴이 안세영에게 의존하지 않고 전종목에서 강세를 보이게 된 결정적인 동력이다.
올해 안세영이 전영오픈 우승으로 시작해 세계랭킹 1위 등극으로 터뜨린 한국 배드민턴의 강세는 세계선수권대회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거치며 확대된 뒤 서승재의 확실한 마무리로 전성기를 확인했다. 내년에는 대망의 올림픽이 열린다. 한국 배드민턴은 2008년 베이징에서 이용대-이효정의 혼합복식 우승 이후 올림픽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이제 확실한 자신감을 안고 파리로 향한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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