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방배 13구역' 용역업체 분쟁 해결 '가닥'

이민하 기자, 김평화 기자 2023. 12. 1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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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부촌' 방배동 5700억원 규모 13구역 정비사업…철거공사 용역업체 간 대금 미지급 갈등(종합)
방배 13구역 정비사업 현장에 선진이 설치한 현수막 모습 /사진=이민하 기자

GS건설이 시공하는 5700억원 규모의 '방배13구역' 정비사업장에서 용역업체 간 분쟁이 해결 가닥을 잡았다. 한 철거업체가 공사 대금을 제대로 정산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유치권' 행사에 들어간 지 이틀여만이다. GS건설은 하도급업체 간 계약 분쟁인 탓에 갈등 해결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비계공사 용역업체인 선진은 이날 오후 방배13구역 공사대금 일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행사하던 '유치권'을 철회했다. 공사 현장을 점거한 지 이틀여만이다. 철거작업 업체 간 대금 협의는 이르면 이달 19~20일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은 앞서 지난 주말부터 해당 현장에서 사용 중인 RPP판넬, 파이프, 클램프 등 비계공사 가설자재 소유권에 대한 유치권을 주장, 현장을 점검했다. 비계공사는 건축 공사 때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한 임시 가설물 설치 작업이다. 선진의 유치권 행사로 방배13구역 현장은 한 때 철거 작업이 중단됐다. 다만 대부분 작업을 멈춘 주말 새 벌어진 일이라 실제 공정 차질은 없다는 게 발주사(경기환경건설)의 설명이다. 현재 작업 진행률은 40% 수준이다.

방배13구역은 '원조 부촌'으로 꼽히는 방배동에서도 좋은 입지로 주목받는 사업장이다. 단독·다세대주택 1600여가구가 있는 서초구 방배동 541-2번지 일대다. 면적 12만9891㎡에 최고 22층 높이의 아파트 35개동 2369가구와 부대복리 시설 등이 들어선다. 사업비 5700억원(2017년 기준)으로 GS건설이 맡아 '방배 포레스트 자이'로 지어진다.
기존 주택 철거사업 하도급 용역 구조…발주사 GS건설→시행사 경기환경건설→하도급사 명성산업개발→용역사 선진
방배 13구역 정비사업 현장에 선진이 설치한 현수막 모습 /사진=이민하 기자
해당 정비사업은 공사 시작 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사업부지 내 종교시설 보상 문제로 사업이 2년 가까이 지연됐다. 최근 보상 협의가 이뤄지면서 올해부터 이주와 철거 작업에 들어갔지만, 이번엔 철거업체 간 분쟁이 발생했다. 철거 작업은 정비사업 공사 과정 중 가장 첫 단계다. 철거 이후 땅파기 등 아파트 건설을 위한 기초공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앞서 유치권을 행사했던 선진은 철거사업 참여업체 계약 중 가장 아래 위치한 용역업체다. 철거사업은 GS건설이 발주해 경기환경건설(시공사), 명성산업개발(하도급사)을 거쳐 선진으로 용역이 내려온 구조다. 선진 측은 올해 6월 가설펜스 설치와 해체 용역 계약이 불공정하게 이뤄지면서 현재까지 추가 공사대금 1억8000만원과 자재비용 8000만원 등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명성산업과 선진은 표준계약서를 맺지 않았다. 두 업체 간 용역 계약서는 면적당 작업 단가만 있을 뿐 용역 총액이나 추가 비용 범위 등 기본적인 사항들이 빠진 간이계약 형식이다. 선진은 매달 작업을 마치면 단가표에 따라 용역비(기성)만 정산받았다. 황재준 선진 대표는 "두 장짜리 단가계약서에는 기본적인 작업단가만 적혀있을 뿐 공사 총액이나 새부 작업에 대한 사항들이 빠져있다"며 "공사 도면도 받지 못해서 그때그때 지시사항에 따라 계약서 항목 외 작업을 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선진 "계약서 밖 추가 공사 지시해놓고 비용 정산 안 해줘"vs경기환경 "과도한 비용 요구"
업체 간 갈등은 단가표 외에 추가 지시에 따른 작업비용을 정산하는 과정에 터졌다. 방배13구역은 높은 지대로 경사가 가파른데다 도로가 좁고 빌라·주택들이 빽빽해 공사작업이 어려운 환경이다. 기존 시설물 제거를 위한 추가 작업이 꼭 필요했다. 그러나 계약서에 추가 작업 관련 금액은 빠져 있다. '비계설치를 위한 간판 등의 제거 및 용전, 용수, 장비 신호수는 발주자가 지원함'이라는 단서 조항 한 줄이 전부다.

선진은 GS건설과 경기환경의 공사 지시를 받고 인력과 자재 등을 더 투입해 추가 작업을 진행했는데, 해당 비용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펜스 설치 등을 위해서 건물 간판을 제거하고, 전기선이나 수도관 작업도 해야 하는데 작업이 까다로워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며 "발주처에서 지급해준다는 것만 믿고 작업을 했는데, 정작 신호수 비용 말고는 더 못 주겠다고 말을 바꿨다"고 토로했다.

이에 철거사업 발주사인 경기환경과 명성산업은 선진 측 요구가 과도했다고 맞섰다. 앞서 지난주 GS건설과 방배13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경기환경, 명성산업, 선진이 협의에 나섰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경기환경 관계자는 "용전·용수 등 추가 작업에 온갖 비용을 다 넣어서 부풀린 뒤에 돈 달라고 땡깡을 쓰고 있는 것"이라며 "단가표에 적힌 작업비용이 잘못됐다면 인정하겠지만, 과도한 추가 비용은 지급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GS건설은 해당 업체 간 갈등이라며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상황이다.

갈등을 빚던 업체들이 이날 해결 실마리를 찾으면서 공정 일정에도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방배 13구역 정비사업 관계자는 "선진과 경기환경 등 업체 간 최종 대금 합의 조정이 남아있지만, 이번처럼 극단적인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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