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030에게 ‘부동산 영끌’ 조장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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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5월 결혼하는 예비신부 A씨(33)는 최근 예비신랑과 함께 출산 계획을 바꿨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2년 이내 아이를 낳은 무주택가구를 대상으로 27조원 규모의 신생아특례대출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번 정책에 기대하는 점도 특례보금자리론이 그랬던 것처럼 부동산 연착륙 정책의 연장선으로 보여진다.
정부로선 부동산 가격 급락이 가져올 경제, 사회적 문제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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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5월 결혼하는 예비신부 A씨(33)는 최근 예비신랑과 함께 출산 계획을 바꿨다. 원래는 1년정도 신혼을 즐기고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결혼하자마자 임신을 시도해 1년반 안에 출산하기로 목표를 정했다. A씨 부부가 마음을 바꾼 이유는 내년 1월 출시되는 신생아특례대출 때문이다. A씨는 “마지막 주택구입기회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내년에도 청년들이 부동산 가격 하락을 저지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2년 이내 아이를 낳은 무주택가구를 대상으로 27조원 규모의 신생아특례대출 공급하기로 했다. 또 무주택 청년을 대상으로 청약 당첨 시 분양가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청년주택드림대출’에 20조~3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정책자금대출만 거의 50조원에 이른다.
정부의 이런 정책은 올해 시행했던 특례보금자리론 같이 청년들의 주택 구매를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특례보금자리론도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연 4%대의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해준 바 있다.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 등으로 특히 보유 현금이 부족한 무주택 젊은 세대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열심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해준 청년들 덕분에 부동산 가격은 회복을 넘어 오히려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이 나왔을 때만 해도 주변 30대 친구들은 너도나도 ‘영끌 막차’라고 했다. 지난 9월말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대출을 중단하자 2030의 아파트 매수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을 보면 이 같은 정책상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생아특례대출과 청년주택드림대출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20~30대 예비부모들은 벌써부터 움직이는 중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신생아특례대출로 살 수 있는 9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 때문에 청년들의 가계부채 상황도 함께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보면 올해 3월 말 기준 30대 가구의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29.3%로 전년 대비 1.9%p(포인트) 증가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1092조원에 육박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모르고 있지 않다. 신혼부부, 청년층의 주거 안정 확대를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 국토교통부 측의 설명이지만 한국은행과 금융 당국은 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 정책에 기대하는 점도 특례보금자리론이 그랬던 것처럼 부동산 연착륙 정책의 연장선으로 보여진다. 정부로선 부동산 가격 급락이 가져올 경제, 사회적 문제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청년들의 빚으로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는 비정상적인 역할을 계속해서 기대할 수는 없다. 부동산 가격은 길게보면 늘 우상향했지만, 중간에 출렁이는 기간은 매번 있었다. 그 기간을 버텨내 돈을 번 사람은 빚을 최대한 적게 내서 집을 산 사람들이다. 현재 소득 수준이 빠듯한 청년들은 이 기간을 버텨낼 수 있을까.
청년들에게 필요한 정책금융 지원은 하되, 이런 정책이 혹여나 차주들의 위험성이 더 커지진 않을지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그래야 ‘영끌 조장 정부’라는 오명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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