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20도 떨어진 '북극한파'에, 시민들 "얼굴 찢어지겠다"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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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복을 입어도 바들바들 떨려요."
18일 오전 서울 광진구 능동의 한 편의점.
이 편의점은 15일부터 '한파쉼터'로 지정돼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에게 잠시 온기를 내주고 있다.
또 이날 한파 여파로 오전 경인국철(서울지하철 1호선)의 상·하행선 운행이 5~10분가량 지연됐고, 용인경전철도 열차 전 구간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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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국밥집, 경로당 등 실내공간 인기
동파·한랭질환자 속출... 대책 마련 비상
"내복을 입어도 바들바들 떨려요."
18일 오전 서울 광진구 능동의 한 편의점. 시민 허모(37)씨는 검은색 롱패딩에 파묻은 얼굴을 도통 내놓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 편의점은 15일부터 '한파쉼터'로 지정돼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에게 잠시 온기를 내주고 있다. 어찌나 추운지 손님이 방문하면 '띵동' 소리를 내는 차임벨이 2분마다 한 번씩 울렸다. 커피로 꽁꽁 언 몸을 녹이던 유모(29)씨는 "이사할 집을 보러 돌아다니다 찬 바람 때문에 얼굴이 너무 아파 들렀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게 겨울이야" 하던 게 언제인가 싶다. 이번 주 들어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시민들이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주까지 가을 날씨를 방불케 할 정도로 따뜻했기에 체감 추위는 훨씬 더했다. 방한용품으로 아무리 중무장해도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를 이겨내기 버겁자, 시민들은 실내로 몰렸다. 정부도 한파로 인한 시설파손과 한랭질환자가 속출하면서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2도, 체감온도는 영하 16도를 기록했다. 15일까지만 해도 이상고온 탓에 눈 대신 비가 내리기도 했는데, 불과 사흘 만에 거의 20도 차이가 날 정도로 날씨가 돌변한 것이다. 오후 들어 한파특보는 거의 해제됐으나 기상청은 이번 주 내내 전국이 추위에 떨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본격 한파가 찾아온 뒤 첫 출근인 이날 직장인들의 표정에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무실이 모여 있는 서울 지하철역마다 목도리, 털모자 등을 껴입은 직장인들이 수시로 눈에 띄었지만, 잔뜩 찌푸린 얼굴은 좀처럼 펴지질 않았다. 추운 날씨에 머리카락이 얼어있던 오모(62)씨는 "지난주보다 3배는 추운 것 같다"며 "강풍까지 불면 얼마나 추울지 가늠조차 안 된다"고 토로했다. 사무직 종사자 이모(31)씨도 "얼굴이 찢어질 거 같다"면서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상대적으로 국물요리점이나 쉼터 등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실내 공간이 인기를 끌었다. 오후 찾은 용산구의 한 국밥집에선 10명 남짓한 손님이 저마다 뜨거운 국물을 들이켜느라 여념이 없었다. 대기 손님도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직원 최모(44)씨는 "손님이 50%는 더 는 것 보니 춥긴 추운 모양"이라며 "굴국밥이 가장 많이 팔린다"고 귀띔했다. 손님 박동순(51)씨는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니 생각나는 건 뜨끈한 국물뿐"이라고 말했다.
안 그래도 겨울이면 어르신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경로당에도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광진구의 한 경로당에선 어르신 20여 명이 삼삼오오 모여 믹스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경로당 총무 임모(81)씨는 "날씨가 추워 먼 데 사는 할머니들은 못 왔지만 확실히 경로당이 따뜻해서 회원들이 더 많이 찾았다. 함께 돼지 김치찌개도 끓여 먹고 간단한 게임도 할 생각"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정부는 한파 피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16일 기준 6명의 한랭질환자가 발생했다. 노년층과 주거환경이 부실한 노숙인 등의 건강이 걱정되는 만큼, 정부는 기상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15일부터 누적된 동파 사고(오전 6시 기준)가 벌써 134건이 접수되는 등 시설파손도 계속 늘고 있다. 또 이날 한파 여파로 오전 경인국철(서울지하철 1호선)의 상·하행선 운행이 5~10분가량 지연됐고, 용인경전철도 열차 전 구간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전유진 기자 xxjinq@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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