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홈술만?…세금 낮춘 소주, 마트는 싸져도 식당은 글쎄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내년 1월 1일부터 국산 증류주에 붙는 세금이 줄면서 소주의 공장출고가격이 약 10.6% 인하된다. 국세청은 지난 14일 주세 기준판매비율심의회를 열고 국산 소주의 기준판매 비율을 22.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산 소주의 과세표준이 22.0% 할인되면 공장 출고가는 약 10% 정도 싸질 것으로 국세청은 예상했다. 현재 1247원인 참이슬의 공장 출고가는 내년부터 1115원으로 10.6% 내려갈 예정이다. 사진은 1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소주를 고르는 모습. 2023.12.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부가 내년부터 국산 주류에 붙는 세금을 경감해주는 기준판매비율 제도를 도입하면서 소주의 출고가가 낮아진다.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는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한 출고가 인하를 발표한 가운데 대형마트, 편의점 채널 등의 주류 소비자가도 하락할 전망이다. 다만 식당, 술집 등에서 파는 가격도 함께 내릴지는 미지수다.

18일 정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17일 소주, 위스키 등을 포함한 국산 증류주의 기준판매비율을 결정했다. 국산 증류주는 유통 비용과 이윤이 포함된 반출 가격에 세금이 매겨지고 있어 수입 주류보다 더 큰 세 부담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소주(22%), 위스키(23.9%), 브랜디(8%), 일반증류주(19.7%), 리큐르(20.9%)에 각각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해 내년부터 이 수치만큼 세금 부과 기준이 줄어들며 출고가가 낮아지게 된다.

국세청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을 예로 들어 현재 1247원인 출고가가 132원 저렴해진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정부의 기준판매비율 도입에 따라 내년 1월1일 출고분부터 참이슬, 진로, 일품진로의 출고가는 10.6%, 과일리큐르는 10.1% 인하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롯데칠성음료도 내년부터 소주와 위스키의 출고가가 인하된다고 같은 날 발표했다. 하이트진로와 달리 올해 출고가를 올리지 않았던 롯데칠성음료는 다음 달부터 처음처럼과 새로 1병당(360㎖) 반출 가격을 각각 6.8%, 8.9% 올린다. 하지만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하면 이전 대비 출고가는 처음처럼 4.5%, 새로 2.7%, 위스키 약 11.5% 등 출고가는 오히려 내려가게 된다.

출고가가 낮아지면서 내년부터 대형마트, 편의점 유통 채널에서도 국산 증류주를 소폭 인하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날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의 출고가 인하 발표에 따라 유통업계는 이달 말까지 구체적인 인하 시기와 폭을 책정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 채널, 협력사, 중간 도매상 등과의 관계에 따라 채널별로 붙는 유통 마진에는 소폭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비슷한 금액대로 마진이 형성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은 주류 출고가에 30%~ 30% 중반대 수준의 유통 마진이 붙는다. 대형마트는 이보다 저렴한 20% 내외의 마진이 더해진다.

유통사는 출고가 인하를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유흥 채널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어서다. 대형마트 A사 관계자는 "마트는 출고가 인하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식당보다 가격면에서 유리하다"며 "소주는 오프라인에서만 팔 수 있는데 유흥 시장과 가격 차이가 벌어질수록 홈파티, 홈술족, 콜키지 프리 등 공략할 수 있는 소비자 범위가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출고가는 인하될 예정이지만 실제 일반 음식점, 주점 등 유흥 시장에서 가격도 낮아질지는 불투명하다. 주류 도매상을 거치며 유통채널보다 높은 수준의 마진이 책정되며 출고가 인하 효과가 희석되고 일선 식당에선 인건비, 원재료비 상승분을 주류 판매로 메꾸는 구조 탓이다.

식당에서 판매되는 소주 소비자가격은 주세, 교육세, 부가가치세를 합한 세금과 주류 도매상 마진, 제조 비용, 음식점의 운영비용이 더해져 형성된다. 소주 1병의 가격에서 임대료, 인건비 등 운영비용이 차지하는 비용은 60~70%에 달한다.

실제로 지난 7월 국세청이 마트, 식당을 포함한 소매업장에서 술을 할인 판매할 수 있도록 유권해석을 내렸지만 소주 가격 인하 효과는 미미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이번 기준판매비율은 국산과 수입 주류의 세 부담 역차별을 해소하는 데 더 중점을 뒀다"며 "자영업자의 운영 비용 등 주류 가격 요인을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유예림 기자 yesri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