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안녕하셨습니까] 글로벌 시총순위까지 바꾼 `살빼기 광풍`
노보노디스크 시총 1위 등극
운동 병행후 서서히 약 끊어야
② 비만약 신드롬
다사다난을 넘어 스펙타클했던 2023년도 보내야 할 때다. 지난 1년도 쉽지 않았다. 광속으로 발전하는 AI 기술, 서민들의 지갑을 무시하는 생활물가와 더불어 고공행진하는 콘텐츠 비용, AI 맞춤추천이 격화시킨 우리 사회의 갈등, 비만약 광풍까지 많은 이슈가 우리 사회와 사람들을 파고들었다. 그 속에서도 사람들은 꿈을 좇고 꺾이지 않는 마음을 지켜냈다. 2023년, 우리가 경험하고 흘려보낸 흐름과 이슈를 짚어본다.
"미국에서 발표된 신약, 국내에서는 언제부터 살 수 있나요?"
"고도비만은 아니고,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인데 병원에 가면 비만약을 처방받을 수 있을까요?"
2023년 전세계에 '비만치료제 열풍'이 불어닥쳤다. 미국에서 유명인들이 다이어트약 홍보대사를 자처하면서 바람이 더 거세졌다. 건강과 미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에서도 관심이 만만치 않았다.
대표적인 수혜기업은 미국 일라이릴리와 덴마크 노보노디스크다. 두 회사는 체중감량 효과에 대한 임상결과와 적응증 확대 결과를 내놓을 때마다 주가가 무섭게 오르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비만·당뇨 치료제인 '삭센다'와 '위고비', 일라이릴리는 '마운자로' '젭바운드'를 개발해 올해 주가가 각각 44%, 64%나 뛰었다. 두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도 각각 46.5배와 77배에 달했다. 이는 대부분의 주요 제약사(10~20배)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비만치료제 인기에 힘입어 노보노디스크는 올해 유럽 대장주이자 프랑스 명품 대기업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를 제치고 유럽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섰다. 노보노디스크의 올 3분기 위고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4%나 급증한 13억7000만달러(약 1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비만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당뇨치료제 오젬픽 매출도 덩달아 56% 증가한 34억달러(약 4조5000억원)에 달했다. 또한 미국에서 항암, 면역 등에 강한 존슨앤존슨은 20년 이상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부동의 시가총액 1위를 기록했지만 일라이릴리가 올해 5월부터 존슨앤존슨의 시총을 넘어서며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제약사로 등극했다.
일라이릴리 마운자로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4억1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를 기록, 처음으로 분기 기준 10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달 미국에서 승인된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도 임상을 통해 체중감량 효과가 전해지면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영화배우 킴 카다시안 등 유명인들의 다이어트 약으로 알려지면서 비만치료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최근엔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까지 비만치료제 도움으로 살을 뺀 것으로 알려지며 입소문이 더 퍼지고 있다. 40㎏ 감량한 모습으로 화제가 된 윈프리는 "비만은 질병이다. 의지력이 아닌 뇌에 관한 것"이라며 "이제는 요요현상(다이어트 이전 몸무게로 돌아가는 것)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 약을 복용한다"고 말했다.
비만치료제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인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약물에서 개발됐다. GLP-1 유사체는 식욕을 억제하고 위장관의 연동운동을 늦춰 포만감이 오래 지속되도록 한다. 또한 임상 실험 결과 단순한 체중 감소를 넘어 심장마비, 뇌졸중 등의 위험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LP-1에 기반한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는 16개월간 매주 맞으면 체중이 평균 15% 줄어드는 강력한 효과로 블록버스터 신약이 됐다. 올해 미국인의 1.7%가 위고비 또는 같은 성분의 당뇨 치료제 오젬픽을 처방받았다. 세계가 들썩이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내년 상반기에 위고비가 출시될 전망이어서 인기가 예상된다.
앞서 GLP-1 비만 치료제인 삭센다는 2017년 국내에서 허가받았다. 국내에서 삭센다로 체중 감량을 하고 있는 A씨는 "운동으로 빠지지 않던 몸무게가 2주간 5kg 줄었다"며 "음식을 적게 먹어도 포만감이 느껴져 쉽게 살이 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GLP-1은 심장마비, 뇌졸중, 신장질환 위험을 낮추고 술과 담배 욕구까지 줄여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존재감이 더 높아지고 있다. 최근 과학학술지 사이언스는 만병의 근원인 비만과의 전쟁에서 인류를 승리로 이끌 약물 GLP-1 유사체를 '올해의 혁신'으로 꼽기도 했다.
사이언스는 "GLP-1은 비만을 단순한 개인 의지의 실패가 아니라, 생물학에 뿌리를 둔 만성 질환이라는 인식도 심어줬다"고 언급했다. GLP-1 수용체 작용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외 제약사들은 비만치료제 시장을 점령한 GLP-1 억제제 계열 비만약 개발 전에 합류하고 있다. 로슈는 비만약 선도물질 'CT-388'을 보유한 카못 테라퓨틱스을 인수해 GLP-1 억제제 계열 비만약 개발전에 뛰어들며 글로벌 임상 2상 준비를 마친 비만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한미약품도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약물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에 돌입했다.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인 한국형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인 한미약품은 3년 내 국내에서 상용화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임상 개발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사이언스는 GLP-1 약물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대부분의 약물들이 그렇듯 GLP-1 또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스꺼움, 위장 문제, 요요 등 합병증으로 인해 GLP-1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또 의사들은 비만이나 과체중이 아닌 이들이 '날씬해지고 싶다'는 생각에 GLP-1 처방을 받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배진건 이노큐어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은 "비만치료제를 복용하는 이들의 대부분이 요요가 온다고 말한다"며 "약을 처방할 때는 음식이 생각이 안나다가 끊으면 자꾸 먹고 싶은 생각이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만치료제의 장기 복용에 따른 안전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만큼, 비만치료제로 체중을 감량한 후 운동을 병행해 서서히 끊는 복합적인 방법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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