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세계문자박물관, '문자와 삽화' 알브레히트 뒤러 판화展 개최

유동주 기자 2023. 12. 1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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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하와',1504년, 동판화, 오토쉐퍼박물관 소장.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 19일부터 개최되는 '문자와 삽화 - 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를 만나다' 특별전/사진= 유동주 기자


올해 6월 인천 송도에 개관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내일(19일)부터 '독일의 다빈치'로 불리는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문자와 삽화-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를 만나다' 특별 전시회를 개최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특별전에선 뒤러의 판화를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독일 슈바인푸르트의 오토쉐퍼박물관의 도움을 받아 3대 목판화인 '성모 마리아의 생애', '대수난', '요한계시록(묵시록)'과 4대 동판화 '아담과 하와', '기마병(기사와 죽음, 악마)', '서재의 성 히에로니무스', '멜랑콜리아 Ⅰ'가 모두 전시된다. 이렇게 모두 소개되는 건 1996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이후 27년 만이다. 뒤러는 미술 분야에서 유럽 르네상스를 이끈 다빈치나 미켈란젤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독일을 대표하는 예술가다. 자화상을 즐겨 그린 화가로도 유명하고 채색화로도 족적을 남겼다. 뒤러의 판화는 다양한 책의 삽화로 쓰였다. 그가 판화가로 가장 이름을 날린 것도 삽화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요한 계시록(묵시록)' 15점의 목판화 연작 중 '네 기사'(1497년경, 목판화, 오토쉐퍼박물관 소장)/사진=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성모 마리아의 생애'는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의 생애를 묘사한 20점의 목판화 연작이다. 성모 마리아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20점의 작품으로 묘사하고 있다. '대수난'은 예수가 고통받는 모습을 담은 12점의 목판화 연작으로, 책 형태로 출간된 것이다. '요한 계시록(묵시록)'은 15점의 목판화 연작으로, 예수의 재림과 심판 그리고 천국의 도래 등 묵시록에 담긴 성경 내용을 뒤러 특유의 어둡고 진중한 판화 작품으로 묘사한 것이다.

알브레히트 뒤러의 '아담과 하와'가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전시장에 대형 LED로 선보이고 있다. /사진= 유동주 기자


4대 동판화 중 '아담과 하와'는 최초의 인류인 아담과 하와가 뱀의 형상을 한 마귀로부터 선악과를 받아 들면서 원죄를 짓기 직전의 성경 구절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번 전시 메인 작품으로 대형 디지털 전시로도 선보이고 있다.

'기마병(기사와 죽음, 악마)'는 전쟁에 나서는 기사와 그의 동반자로서 이를 말리는 죽음, 그리고 뒤에서 교활하게 웃고 있는 악마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으로 그 섬세한 표현력에 있어서 뒤러의 동판화 중 기술적 완성도에선 최고로 꼽힌다.

알브레히트 뒤러, 서재의 성 히에로니무스,1514년, 동판화, 오토쉐퍼박물관 소장/사진=국립세계문자박물관


'서재의 성 히에로니무스'는 성직자이자 학자인 히에로니무스가 서재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멜랑콜리아 Ⅰ'은 인간의 우울한 기질을 나타낸 것으로 '침울하지만 깊이 생각하는 창의적인 사람'으로서 뒤러의 자화상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번 전시 제목 '문자와 삽화'는 문자와 그림의 근본적인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세계문자박물관 측의 의도를 담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그림 혹은 이미지가 문자를 대신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시장 초입 벽면엔 20세기 초 활동했던 헝가리 출신 사진가이자 화가인 라즐로 모흘리 나기의 '미래의 문맹자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라는 선언문이 적혀 있다. 미래에 글을 대신할 수도 있는 이미지의 역할과 변화에 대해 이번 전시 작품인 르네상스 시기 뒤러의 삽화를 감상하며 생각해보자는 게 이번 전시 취지다.

인쇄술의 발달로 판화가 유행하고 삽화가 보편화되는 과정에서 독자적인 예술 장르로까지 발전한 모습을 뒤러의 작품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전시 작품들 상당수가 르네상스 시대의 성경이나 책의 삽화로 쓰인 만큼, 성경 속 내용을 묘사한 것들이 많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관람할 만한 전시가 될 수 있다. 특히 가족들이나 연인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공간도 마련돼 있다. 박물관 로비에는 대형 트리에 소원을 써서 걸 수 있는 대형 트리가 있다. 뒤러의 삽화가 그려진 작은 카드에 소원을 적을 수 있다.

포토 존 '뒤러의 방'/사진= 유동주 기자


전시장 내에도 '뒤러의 방'을 꾸며 놓아 독일 뉘른베르크 뒤러의 작업실에 앉아 인증샷을 찍을 수 있게 해 놓았다. '나를 만나는 그림 이야기' 코너는 전시품 속 삽화 일부를 스탬프 형태로 직접 찍어 나만의 그림일기를 완성해 볼 수 있게 했다. '뒤러의 동판화 제작소'에선 동판화 제작 과정을 간략하게 살펴 보고, 뒤러의 3대 동판화 중 하나를 출력하여 가져갈 수 있게 마련됐다. 관람객이 직접 사진을 찍고 관람 소감을 남길 수 있는 코너도 있다.

'아담과 하와' 작품 속 뒤러의 서명이 숨겨져 있는 부분/사진= 유동주 기자


화가라는 직업에 자부심이 있던 뒤러는 자의식이 강해 자신의 성과 이름 첫글자를 따 'A'와 'D'의 조합으로 서명을 만들어 작품에 항상 넣었다. 서명을 통해 자신의 작품임을 드러내고 그의 이름을 상업적으로도 널리 알리는 역할도 했다. 따라서 작품 속 서명을 찾는 것도 관람 중 재미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작품 하단 가운데 쯤 눈에 띄게 서명을 넣던 뒤러는 서명이 작품 속에 녹아들도록 숨겨놓기도 했다.

이날 열린 개막식에서 김성헌 국립세계문자박물관장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문자가 되고, 문자가 예술로 승화되었을 때, 문자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며 "관람객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문자를 예술적 측면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성헌 국립세계문자박물관장.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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