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에 빨간불…저축은행·보험·카드 등 2금융권 연체율 '쑥'

유진아 2023. 12. 18. 16: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금융업권 전반적으로 연체율 상승세
"건전성 악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듯"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출부실도 쌓이며 2금융권을 중심으로 건전성에 적신호가 커졌다. 2금융권 연체율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6%를 넘어섰고 카드사들도 2%대를 넘긴 곳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 및 상호금융 중심으로 연체채권 관리 실태 등에 대한 현장점검에 나서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2금융권의 건전성 악화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쌓고 대출 총량을 줄이는 등의 건전성 악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금융업권 연체율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저축은행 79개 사의 연체율은 6.15%로 지난 2분기 5.33% 대비 0.82%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과 부동산 관련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기업 대출 연체율이 급등했다. 기업 대출 연체율은 2분기 5.76%에서 3분기 7.09%로 1.33%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은 5.12%에서 5.40%로 0.28%포인트 올랐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로 외부에 연체 채권 매각 규모가 줄어들었고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계속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어 우려된다"면서도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대손충당금을 쌓아놓고 있기 때문에 연체율이 높다고 저축은행업권이 부실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업권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올해 3분기 8개 전업카드사(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연체율은 1.63%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 대비 0.41%포인트, 전년 동기 대비 0.82%포인트 높아졌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지난해까지 1%대 수준이던 카드사 연체율이 올해 들어 2%까지 올라선 곳이 3곳이나 된다. 9월 말 하나카드 연체율은 2.25%로 3개월 전보다 0.39%포인트 높아졌다. 우리카드 연체율도 같은 기간 1.82%에서 2.10%로 0.28%포인트 늘었다. KB국민카드도 연체율이 0.1%포인트 올라 2.02%로 나타났다. 이어 △신한카드 1.62% △롯데카드 1.58% △BC카드 1.33% △삼성카드 1.15% △현대카드 0.99% 가 뒤를 이었다. 현대카드를 제외하면 전업카드사 7곳이 모두 연체율을 1%를 넘긴 것이다. 

카드사의 연체율 상승은 카드론 대환대출이 급증한 탓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8개 전업카드사들의 대환대출 잔액은 1조4903억원으로 전년 동기 9920억원 대비 50.23% 증가했다. 

고금리·고물가에 카드론 대금을 제때 갚지 못하자 이 빚을 갚으려고 다시 대출받는 사람들이 1년 새 크게 늘어난 것이다. 카드론 대환대출 시 신용등급은 떨어지고 기존보다 더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한다. 빚이 빚을 불리며 연체율도 높아지게 된다.

카드 업계 담당자는 "카드사들은 통상 연체율이 2%대에 진입하면 위험 수준으로 보는데, 지난해부터 금리가 계속 올랐고 그 영향으로 물가가 오르자 서민경제가 계속 악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중저신용자 위주로 연체율이 상승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도 연체율이 급격하게 상승하며 건전성이 악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보험사 대출채권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47%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기 0.23%보다 두 배 이상으로 오른 것이다. 

보험업권 관계자는 "다른 2금융업권과 마찬가지로 보험사 차주들은 통상 은행 대출 차주 대비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기 때문에 경기 악화에 따라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매우 떨어지고 있다"면서도 "아직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런 2금융업권의 연체율 악화는 건전성뿐 아니라 수익성 악화와도 연결된다. 통상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대손비용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손비용은 추후 수익으로 환입될 수 있지만 당장은 손실로 처리되기 때문에 수익에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 올해 들어 2금융업권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저축은행 79개 사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손실 규모는 1413억원으로 상반기 누적 적자(-960억원) 대비 적자 폭이 453억원 늘어났다. 올 3분기 8개 전업카드사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7369억원으로 전년 동기 8626억원 대비 15% 줄었다. 누적 기준으로는 2조781억원으로 전년 2조3530억원과 비교해 11.7% 감소했다.

문제는 2금융권의 연체율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는 "2금융업권 전체적으로 건전성이 매우 취약한 상황인 데다가, 고금리가 지속되면 앞으로 기존 연체됐던 것들이 3개월을 넘기면서 고정이하여신비율로 잡힐 확률이 매우 높다"며 "당분간 고금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연체가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하는데, 그럴 경우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진퇴양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최근 '은행·중소서민부문 주요 현안 기자설명회' 브리핑에서 "연체율은 당분간 올라갈 것"이라며 "12월 현장점검에서 연체율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한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업권 전반적으로 연체율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까지는 충당금을 쌓는 등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건전성이 악화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