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대 "가장 많이 사랑했던 '낮뜨달'의 도하…저를 키워줬죠"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2023년에 뭐했냐고 물으시면, '낮에 뜨는 달' 밖에 생각이 안 날 것 같아요. 제게는 너무 큰 작품이었습니다."
ENA 드라마 '낮에 뜨는 달'(이하 '낮뜨달') 종영을 기념해 18일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만난 배우 김영대는 거듭 "유독 애정이 많이 갔던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 회를 적어도 두세번씩 돌려봤고, 재밌는 장면은 수없이 반복해서 보기도 했다"며 "제 작품을 이렇게 재밌게 본 적은 거의 처음인 것 같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는 김영대에게 "드라마를 정말 자식 같은 작품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제가 자식이죠. '낮뜨달'이 저를 키워줬으니까요.
'낮에 뜨는 달'은 누적 조회수 7억뷰에 달하는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삼아, 사랑하는 연인에게 살해당한 뒤 시간이 멈춰버린 남자와 전생의 기억을 잃은 한 여자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김영대는 1천500년 전 연인에게 살해된 신라 대장군 도하가 톱스타 한준오에 빙의했다는 설정으로 1인 2역 연기를 펼쳤다.
김영대는 "한준오와 도하 중 더 어려웠던 캐릭터는 역시 도하였다"고 운을 뗐다.
그는 "도하가 리타(표예진 분)와 엮이면서 쌓아가는 서사를 이해하고, 그에 동화되기 위해 정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며 "제가 가장 많이 사랑했던 캐릭터인 만큼, 더 깊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백전백승의 신라 대장 도하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전장으로 내몰리는 인물이다. 왕의 명령으로 가야를 멸망시켰고, 백부인 이찬 소리부의 뜻에 따라 가야 귀족 출신의 한리타와 혼례를 올리게 된다.
김영대는 "도하를 이해하기 위해 촬영 기간에 지인, 가족과의 왕래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지독하게 외롭고, 고립돼있는 캐릭터의 감정을 진심으로 느껴보고 싶었다"고 한다.
언제 죽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전장을 떠돌던 도하는 한리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고, 그를 위해 살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결국 한리타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그 원한으로 천도하지 못하고 1천 500년 동안 한리타가 환생한 인물들의 곁을 맴돈다.
김영대는 "도하는 자신이 죽게 된 이유를 모르는데, 스스로가 괴물이 되어가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되짚었다.
"늘 이성적이고 냉철하던 도하는 처음 경험해 보는 사랑 앞에서 이성의 끈을 놓게 되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마다하지 않고, 그게 맞는다고 확신해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모습이 조금 불쌍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4월 첫 촬영을 시작해 10월 말까지 촬영에 몰두했다는 김영대는 "한 장면도 대충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작품이었다면, '일단 (촬영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연기가 아쉬워도 어쩔 수 없이 넘어갔을 것 같은데, 이번 작품에서는 '한 번만 다시 하겠다'고 양해를 많이 구했었다"고 돌아봤다.
"사실 눈치도 정말 많이 보였죠. 그런데도 (욕심을) 놓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퇴근하고 집에 오면 '다 그만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힘들었어요. 그런데도 다음날이 되면 또 '한 번만 다시 할게요' 부탁하고 있더라고요. (웃음) 너무 힘든데도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자체가 새로웠어요."
낯을 심하게 가리고, 긴장하면 말주변이 없어지는 탓에 언론과의 인터뷰 자리는 물론 예능 출연도 고사해온 김영대는 작품으로 인해 스스로가 많이 바뀌었다고 느낀다고 돌아봤다.
그는 "성격상 예능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어려워했는데, 작품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고 싶어서 최근에 예능에도 출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렇게 말이 많은 것도 제 진심이 비쳤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라며 "(진심인 마음이) 이렇게 사람을 조금씩 변화시켜 나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17년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 특별판'으로 데뷔한 김영대는 내년 공개 예정인 차기작 '손해 보기 싫어서'에서 '대선배'급인 신민아와 멜로 호흡을 맞춘다.
그는 "현재 열심히 촬영 중"이라며 "성실하고, 착하고, 건실한 청년을 연기한다. 이제껏 연기한 캐릭터와는 결이 다를 것"이라고 귀띔했다.
"주로 무겁고 진중한 순애보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온 것 같아요. 하지만 제 실제 모습은 말도 많고, 들떠있을 때도 많아요. 저라는 사람이 가진 매력을 녹여낼 수 있는 캐릭터도 만나보고 싶어요. (웃음)"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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