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의 KBS' 두고 여당 의원들도 "당황스러워" "신중해야"
"'하나회' 척결하듯 하면 정부 여당에 상당히 부담" "1000억 인건비 줄인다는 말 당황스러워"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박민 사장 취임 후 KBS에서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하차와 폐지 사태가 잇따르고, 향후 1000억 원의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가운데 여권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2022 회계연도 KBS 결산승인'을 안건으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본 안건보다 박 사장 취임 후 KBS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질의가 집중됐다.
이 자리에서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박민 KBS 사장에게 “과감한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성도 있고 이런 점에서 현 사장 취임 후 프로그램 폐지라든가 진행자 교체 조치에 대해 응원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사전 소통이 부족했다거나 너무 갑작스러워서 우려된다는 분들도 있었다”며 “취임 첫날부터 개혁적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던 배경, 필요성에 대해 얘기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박 사장은 “사장이 편성과 제작에 직접 개입할 수 없지만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원칙은 있다고 본다”며 “편성본부장과 보도본부장 또 제작본부장에게 공영방송으로서 공정과 균형, 객관적 시각의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개선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폐지) 시기는 제가 취임한 직후이지만 그간 여러가지 지적된 방송 제재 등을 감안하면 진즉 조치가 이뤄졌어야 했을 프로그램임에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기에 해당 본부장, 관련 책임자들이 신속한 조치를 취한 걸로 보고받았다”고 했다.
그러자 허 의원은 “저는 조금 당황스럽기는 하다. 인사청문회 때 하신 얘기가 좀 무색하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다”며 “저도 선호하지 않는 편향된 진행자들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국민 보시기에 납득이 가야 하고 명분이 있어야 된다. 봄 개편이라든가 가을 개편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지 않나. 그렇게 자연스럽게 교체했으면 이런 문제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남들이 봤을 때 '하나회' 척결하듯이 군사작전 하듯이 하면 정부 여당에 상당히 부담될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고, 우리가 권력을 잡았을 때 이 정쟁의 소용돌이를 끝내야만 한다고 인사청문회 때 저와 얘기했던 것 같다. 민주당이 하던 짓을 우리가 똑같이 해선 안 된다. 하루아침에 마음에 안 드는 진행자를 다 잘라버리고 프로그램 끝내버리면 뭐가 다르겠나”라고 했다.
국회 과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5000억 원가량의 인건비 가운데 1000억 원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굉장히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앞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수신료 분리징수 등 재원 급감 대책의 일환으로 인건비의 20%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장제원 의원은 “방금 내년 한 해에 인건비를 1000억 원을 줄이겠다는 말씀을 하셔서 제가 좀 당황스럽다. 1년 만에 1000억이라는 인건비를 줄일 수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굉장히 저는 충격적”이라며 “큰 틀에서 수신료가 37% 정도 감소됐을 경우 최악의 경우에 그럴 수도 있다는 말씀이신지 아니면 구체적 로드맵을 가지고 말씀하시는 건지. 아무리 수신료가 없더라도 1000억의 인건비가 감소될 수 있다는 게 가능한 얘기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박 사장은 “인건비에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포함된다. 임금도 있고, 구조조정에 따른 것도 있고, 명예퇴직에 따른 것도 있고, 직급 인사 제도 개선에 따른 임금 상승분의 절감도 있고, 신입사원의 축소 이런 여러 가지들이 다 포함된 이야기”라고 답했다. 그러나 장 의원은 “사장님 잘 생각하셔야 한다. 다 '생활인'들인데 1000억 인건비를 삭감한다는 게, 글쎄. 의원님들 질의 과정에서 답변을 한번 들어보겠다”고 했다.
이후 오전 질의 순서를 마무리하면서도 장 의원은 “인적 구조조정은 굉장히 신중할 필요가 있고 계획을 잡아서 충격을 완화시켜야 한다. 1000억이라는 생각에 놀랐다”며 “직장 잃는 가장의 문제, 사회적 비용 손실 이런 것도 충분히 생각하시고 인적 구조조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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