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인데 ICBM 쏜 북한···한·미 ‘핵 작전’에 ‘미 본토’ 위협
연말 결산 시기 한·미 군사적 압박 부담
미 대선 열리는 내년도 ‘강 대 강’ 예고성
브레이크 없이 고조될 한반도 군사 위기
북한의 18일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미국 핵전력 작전을 포함하기로 한 한·미 핵협의그룹(NCG) 2차 회의 결정에 고강도로 반발하는 성격이 강하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 전략핵 위협을 과시하며 내년에도 대남·대미 ‘강 대 강’ 기조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동 장치 없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계속 고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번 ICBM 발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NCG 회의 일정에 맞춰 계획된 도발적 군사 행동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NCG 회의 다음 날인 전날 밤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국방성 대변인 담화로 NCG 회의 결과를 맹비난한 데 이어 이날 오전 ICBM을 쏘는 일련의 대응을 신속히 단행했다.
그만큼 내년 8월 한·미 대규모 연합훈련 기간에 핵 작전 연습을 시행하겠다는 한·미 NCG 회의 결과에 반발감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방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유사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기정사실화하고 그 실행을 위한 작전 절차를 실전 분위기 속에서 검토하려는 노골적인 핵 대결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미국이 NCG 회의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핵 공격 시 “정권 종말”을 재확인하고 전날 핵 추진 잠수함을 한반도에 전개한 것은 북한에 체제 위협을 가중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한해 성과를 결산하고 내년 계획을 수립하느라 도발적 군사행동을 자제해온 12월에 ICBM을 발사한 것은 이례적이다. 현시점에서 한·미 NCG 회의에 따른 군사적 압박이 상당함을 뜻한다. “연말연시를 앞두고까지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에 또다시 핵 전략수단들을 들이밀고 있다”(전날 국방성 담화), “이 해가 저물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반공화국 대결 소동에 광란적으로 매달리고 있다”(이날 조선중앙통신 논평)는 표현에서 이러한 기류가 읽힌다.
결국 북한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 발사로 대미 핵 억제력을 과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ICBM은 대미 억제력의 상징”이라며 “한·미 핵 공격 시나리오에 대응해 미국령 괌이나 미국 본토를 칠 수 있는 카드를 갖고 있다고 시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올해부터 발사하기 시작한 고체연료 ICBM은 액체연료 ICBM보다 은밀성과 기동성이 높아 더 위협적이다.
내년에도 ‘강 대 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달 말 열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신년사격 연설을 통해 대남·대미 초강경 메시지를 내놓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내년 미국 대선 국면을 맞아 ‘핵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으며 비핵화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려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번 ICBM 발사는 북한 내부 선전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김정은이 당 전원회의를 앞두고 경제적·군사적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경제적 성과가 없으니 군사적 측면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4월과 7월 발사한 고체연료 ICBM의 성능을 개량하려는 군사 기술적 의도도 배제할 수 없다.
연말·연초 북한의 도발적 군사 행동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성 대변인은 “(현재) 위태한 상황은 우리 무력으로 하여금 보다 공세적인 대응 방식을 택해야 할 절박성을 더해주고 있다”며 “미국의 도발적 행위를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지난달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진행한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냉전 정세 속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따른 9·19 남북 군사합의 무력화로 접경 지역의 위기는 일촉즉발로 고조돼있다. 남북의 우발적 충돌을 막는 최소한의 소통 창구인 통신연락선은 전부 단절돼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통화에서 “남북이 서로의 행동을 빌미로 강경 대응하는 악순환이 더 높은 수준에서 진행될 것”이라며 “이를 실효적으로 막을 장치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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