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스나이더의 '레벨 문' 새롭지만 익숙한 스페이스 오페라 [시네마 프리뷰]

22일 넷플릭스 공개 영화 '레벨 문' 파트1 리뷰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등으로 최근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가 다시금 국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가운데, 넷플릭스 영화 '레벨 문' 시리즈가 합세한다. 드넓은 우주를 배경으로 '마더 월드'에 맞선 약자들의 활극이 OTT를 통해서도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는 대서사의 시작을 담은 영화로, 평화로운 변방 행성에 지배 세력의 군단이 위협을 가하자, 신분을 숨기고 마을에서 조용히 살던 이방인 코라(소피아 부텔라 분)와 여러 행성의 아웃사이더 전사들이 모여 은하계의 운명을 건 전투에 나서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300' '맨 오브 스틸' 등을 만든 잭 스나이더 감독이 수십 년 전부터 기획하며 완성한 신작이다.

영화는 우주 최극단의 위성인 벨트에 불시착한 코라가 어두운 과거를 뒤로한 채, 비옥한 땅에서 평화로운 생활을 보내고 있는 농부들과 함께 새로운 삶을 보내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 날 포악한 섭정 왕 발리사리우스(프라 피 분)와 그의 특사인 냉혹한 노블 제독(에드 스크레인 분)의 습격에 마을은 위기에 빠진다. 노블 제독은 농작물을 수탈하겠다며 이들을 협박하고, 코라는 결국 주민들을 지키기 위해 직접 전사를 찾아 나선다. 반란군 리더 블러드액스 남매(클레오파트라 콜먼, 레이 피셔 분)에게 농작물을 팔았던 농부 군나르(미힐 하위스만 분)와 함께 이들을 찾기 위해 여러 우주 세계로 길을 떠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조종사 겸 총잡이 카이(찰리 허냄 분)와 전설의 지휘관 타이투스 장군(자이먼 운수 분), 뛰어난 검객 네메시스(배두나 분), 왕족의 피가 흐르는 포로 타라크(스태즈 네어 분), 저항군 전사 밀리우스(E. 더피 분) 등을 만나게 되고, 코라를 필두로 소규모 군대를 조직한다. 동시에 노블 제독은 마더 월드를 위협하는 존재인 블러드액스 남매를 찾아 이들을 없애고자 한다.

압제에 저항해 싸운다는 익숙한 주제 의식을 가진 이 영화는 새로운 세계관을 바탕으로, 억압 받는 약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다양성을 더하고자 한 노력이 돋보인다. 마더월드라는 거대한 제국과 맞서 싸울 전사들은 전부 아웃사이더로 구성됐다. 반역자, 소작농, 여성 검객과 보병 등이 등장해 승산 없는 싸움임에도 굳센 신념으로 제국주의에 부딪힐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준다.

특히 '레벨 문 파트1'은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내용인 만큼,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들의 서사를 쌓아나가는 데 집중했다. 코라의 베일에 쌓였던 과거 등을 풀어내고, 코라와 함께 뜻을 모은 동료 전사들의 이야기 역시 하나하나 보여주며 인물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그려냈다. 이렇게 각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 능력을 보여주면서 인물들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 다만 이렇게 다섯 명의 전사들을 차례대로 소개하는 만큼 전개가 빠르지 않아, SF 장르만의 신비감이 다소 떨어지게 돼 아쉽다.

여성 검객으로 분한 배두나의 모습은 임팩트를 더한다. 두루마기를 연상시키는 의복에 갓을 쓰고 화려한 검술을 선보이는 검객 네메시스는 양쪽 팔꿈치 아래로는 절단돼 기계 의수를 단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파트1에서의 분량이 많지는 않으나, 과묵함과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화려한 검술을 보여준 만큼 파트2에서의 활약을 기대해 볼만하다.

'레벨 문'의 파트1은 오는 22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며, '레벨 문: 파트2 스카기버'는 2024년 4월19일 공개될 예정이다.

seung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