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 BC카드 대표, 연임 ‘적신호’… 실적 부진에 文정부 인사 꼬리표
업황 부진 속 경쟁사 대비 이익 감소 폭 커
고객사 잇따른 이탈에 성장성도 불투명
前 정부서 발탁된 인사 ‘꼬리표’도 부담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최원석 BC카드 대표이사의 연임에 비상등이 켜졌다. 올해 들어 실적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최근 모기업인 KT의 수장이 교체되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최 대표가 그룹 내 인적 쇄신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T는 지난달 말 상무보 이상 임원을 20% 줄이는 내용을 담은 2024년 조직 개편 및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8월 취임한 김영섭 KT 대표가 성과에 근거한 인사와 세대교체로 자신만의 색채를 본격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많다. 최 대표를 비롯한 그룹 사장단 인사도 이달 안에 발표될 예정이다.
◇ 임기 3년 차에 꺾인 실적…순이익 48% 급감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BC카드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696억원을 기록했다. 134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8.2% 급감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조9981억원으로 4.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3.6% 감소한 863억원에 그쳤다.
올해 카드사 대부분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지만, 문제는 BC카드의 순이익 감소 폭이 다른 카드사보다 크다는 점이다. 카드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8곳의 전업 카드사의 누적 순이익은 2조7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 감소했다.
회사별로 보면 업계 1위 신한카드는 3분기 누적 순이익이 46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2% 줄었다. KB국민카드도 22.7% 감소한 2724억원을 기록하며 비교적 선방했다. 올해 애플페이를 도입한 현대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한 225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형 카드사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20% 수준으로 감소한 반면 BC카드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면서 “이는 단순히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 상승이나 업황 탓을 하기에 어려울 정도의 실적 부진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원석 대표가 2021년 취임 후 2년간의 선전으로 올해 초 연임까지 성공했지만, 올해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우리카드 등 고객사 잇따른 이탈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BC카드가 당면한 문제는 단순히 올해 실적 부진뿐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다른 대형 카드사에 비해 개인고객 비중이 적은 데다, 지속 가능한 성장성을 확보할 만한 미래 먹거리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BC카드는 지난 2021년 카드 결제 프로세싱을 대행했던 우리카드가 독자적인 결제망을 구축하겠다고 나서면서 최대 고객사를 잃었다. 지금껏 우리카드는 독자 결제망이 아닌 BC카드의 결제망을 이용해 가맹점을 관리하고 운영해 왔다. 지난해에는 고객사였던 전북은행이 카드 프로세싱 대행사를 KB국민카드로, SC제일은행은 현대카드로 각각 교체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우리카드의 독자 결제망 구축, 일부 은행과의 제휴 중단 등으로 BC카드의 신용카드 프로세싱 부문 사업 기반이 약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BC카드는 최근 신용카드 프로세싱 부문의 외형 축소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카드 발급과 대출 업무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신평은 자체 카드 사업과 대출 업무 등 신규 사업은 기존 프로세싱 업무에 비해 높은 위험을 수반한다며, BC카드의 사업 안정성은 지금보다 떨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 文정부 인사·구현모계 꼬리표도 부담
BC카드의 대주주인 KT의 전임 사장 시절 임명된 인사라는 점도 최 대표의 연임에 대해 BC카드 안팎에서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로 꼽힌다.
최 대표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21년 당시 구현모 KT 대표에 의해 발탁된 인물이다. 그는 고려증권과 장기신용은행, 삼성증권 등을 거쳐 금융정보분석업체인 에프앤가이드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에프앤자산평가 대표 등을 거쳤다.
최 대표는 2년간의 임기를 마친 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1년 연임에 성공했다. 그를 발탁한 구현모 전 KT 대표가 2월에 중도 퇴임했지만, 후임 대표로 구 전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윤경림 전 KT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이 확정되면서 연임에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윤 후보가 주총을 앞두고 자진 사퇴하면서, KT는 5개월간 경영 공백이 이어졌고 8월이 돼서야 김영섭 대표가 취임했다.
KT 사정에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대표가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결심할 경우 3년간 자리를 지켜온 데다, 최근 실적마저 부진한 BC카드도 수장 교체 결정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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