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소영 준신위원장 “혁신만 강조, 피해자 대한 고민 부족했다”
“카카오는 그간 만들어낸 혁신만 강조했을 뿐 피해를 받은 사람들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카카오의 위기는) 외형적인 성장에 치우쳐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카카오에 있다.”
카카오그룹의 준법·윤리 경영을 감시할 외부 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 김소영 위원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EG 빌딩에서 가진 첫 회의를 통해 밝힌 일성이다.
김 위원장은 “카카오가 어떠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언제나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준법과 내부 통제의 틀을 잡을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면서 “위원회 목표는 단순히 카카오의 잘못을 지적해 현재 위기를 넘기려는 것이 아니다”고 포부를 밝혔다.
준신위는 올해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 조종 의혹을 시작으로 각종 사법 리스크가 확산되자 신뢰 회복을 위해 만들어진 첫 외부감시 기구로, 김소영 전 대법관이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준신위는 카카오를 포함한 주요 관계사들과 ‘카카오 공동체 동반성장 및 준법경영을 위한 협약’을 맺고 이사회 의결 절차를 마무리했다. 협약은 독립적인 활동에 대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카카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페이가 참여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연내 이사회 의결을 통해 함께 한다.
준신위는 협약사의 주요 경영 활동에 대한 사전 검토와 의견 제시, 준법 프로그램 감독 및 권고, 준법 의무 위반 리스크 등에 대한 직접 조사를 실시한다.
특히 사전 검토단계 시 카카오 주요 계열사들의 합병·분할·인수와 주식 대량 거래시에도 준신위의 사전 검토를 받도록 했다. 문어발 확장식의 성장 방식과 경영진의 주식 먹튀 사태 등 사회적 논란이 됐던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카카오 위기의 원인을 ‘내부’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준신위는 이용자의 이익 보호 및 업계 상생과 관련해 준법 의무 위반 리스크가 있을 경우 해당 협약사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최고경영진 등의 준법의무 위반에 대해 이사회에 의견을 제시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직을 맡으면서 가장 고민한 지점은 카카오에 변화 의지가 있는가였다”며 “여러 목소리를 들은 결과 구성원들이 변화 의지를 갖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물론 경영진과 카카오 직원들 모두 지금까지의 갈등을 끊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목소리를 듣고 컴플라이언스(내부통제) 프로그램을 정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카카오 차기 수장으로 내정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카카오에 시간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안팎으로 체질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을 내비쳤다.
정 내정자는 “주어진 시간 속에서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쇄신 전담팀부터 직원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정 내정자는 내달 김범수 창업자와 함께 직원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소통할 예정이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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