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과잉 진료 막았더니…1세대 실손보험료, 내년 4% 인하된다
내년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료가 평균 1.5% 오른다. 1세대 실손보험료가 처음으로 내려가면서 전체 인상률이 1%대로 낮아졌다. 다만 3세대 실손보험료는 과잉진료로 인한 보험금 누수로 평균 18% 오른다. 소비자의 관심이 큰 자동차보험료는 2~3%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생명·손해보험협회는 18일 내년 실손보험료 전체 인상률이 평균 1.5%로 산출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와 올해 인상률 14.2%, 8.9%보다 낮은 수치다. 보험권이 상생금융에 동참하기 위해 인상률을 조정한 결과다.
내년 1세대 실손보험료는 평균 4% 인하된다. 반면 2세대 실손보험료는 평균 1% 오른다. 반면 3세대 상품은 평균 18% 큰 폭으로 인상된다. 실손보험은 출시 후 5년간 보험료를 올릴 수 없어 2021년부터 판매된 4세대 상품은 보험료가 동결된다. 세대별 가입자는 △1세대 820만명 △2세대 1900만명 △3세대 1000만명 △4세대 230만명이다.
1세대 실손보험료가 인하되는 건 이번이 최초다. 최근 2년 새 1세대 상품의 위험손해율이 빠르게 안정화되면서 보험료가 인하될 여지가 생겼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에서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이다. 손해율이 높아지면 소비자가 보험사에 내는 보험료도 올라간다.
1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2021년 142.5%에서 지난해 125.0%로 떨어진 뒤 올해 3분기 120.5%까지 내려갔다. 그간 1세대 손해율을 높인 주범은 백내장 수술(다초점렌즈 삽입술)이다. 그러나 지난해 백내장 수술 관련 대법원 판결에서 보험사가 승소한 후 보험사가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이 줄면서 손해율이 개선됐다. 2세대 실손보험 손해율도 같은 이유로 2년 동안 내려갔다. 2세대 손해율은 2021년 130.0%, 2022년 112.1%를 거쳐 올해 3분기 109.6%까지 낮아졌다.
1·2세대와 달리 3세대 실손보험은 손해율이 빠르게 악화한 나머지 보험료가 18% 뛸 예정이다. 3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2021년 127.7%였으나 지난해 131.7%로 올랐다. 이후 올해 3분기 154.9%로 치솟았다. 2년 새 손해율이 27.2%포인트(p) 급등한 셈이다. 도수치료·체외충격파·증식치료 등을 포함한 각종 물리치료 관련 과잉 진료가 발생하면서 손해율이 높아졌다.
아직 보험료 조정 시기가 도래하지 않은 4세대 실손보험도 가파른 손해율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4세대 상품의 손해율은 114.8%로, 출시 첫해인 2021년 62.3%에서 52.5%p 뛰었다. 3세대보다 상승 속도가 빠른 상황이다. 3·4세대 상품의 손해율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악화하면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보험은 내년 보험료가 2.5~3.0% 인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손보사는 평균 2.5%, 중소형 손보사는 평균 3.0% 수준으로 자동차보험료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소비자의 1년 평균 보험료가 70여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최대 2만1000원을 절감받을 수 있다.
한편 실손보험은 출시 시기와 보장에 따라 1~4세대로 나뉜다. 1세대 상품은 2003년 10월부터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상품으로 자기부담금이 없고 만기와 갱신 주기가 비교적 길다. 2세대 실손보험은 2009년 10월부터 2017년 2월까지 판매됐다. 자기부담금은 10~20%로 가장 많은 소비자가 가입한 상품이다.
3세대 실손보험은 2017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판매됐다. 자기부담금은 기본형 20%, 특약(도수치료, 비급요 주사, 비급여 MRI) 30%로 구분된다. 4세대 실손보험은 2021년 7월부터 현재까지 판매되는 상품이다. 급여와 비급여로 구분해 보장하고 많이 이용할수록 보험료가 할증되도록 설계됐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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