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2위 굳힌 SK하이닉스...내년 흑자전환 전망
(지디넷코리아=이나리 기자)SK하이닉스가 지난 14일부터 코스피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하며 1년 9개월 만에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시총 2위에 올랐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넘은 것은 2021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적자를 기록 중인 SK하이닉스는 내년에 흑자전환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주가는 15일 고가 14만원으로 시총 약 102조원을 달성하고, 18일에도(오후 3시 기준) 14만원으로 시총 101조9천억원을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가 당분간 코스피 시총 2위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면 130조원까지 달했던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전기차 시장 둔화와 투자 지연으로 100조원(18일 장 마감기준 98조7천억원) 아래로 하락한 상황이다.
이 같은 추세는 메모리 업황이 내년에 회복된다는 전망과 함께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SK하이닉스의 전망을 종전의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으로 한 단계 상향한 것도 주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 'HBM 고맙다'…내년에도 HBM3E 공급하며 점유율 1위 전망
HBM은 여러 개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이다.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에 이어 4세대(HBM3) 제품이 공급되고 있으며, 내년부터 5세대(HBM3E) 양산을 앞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를 선제적으로 개발해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로 사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 90% 점유율로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내년에 HBM 공급 물량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 내 HBM 비중은 올해 약 10%~15%에서 내년에 약 30%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AMD가 내년 상반기에 출시하는 'MI300' GPU에도 삼성전자와 함께 HBM3 수주를 확정 지었다. 그 밖에 SK하이닉스는 AWS 등에도 HBM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엔비디아가 업계 최초로 HBM3E를 탑재한 H200과 B100 GPU 출시를 앞둔 가운데,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전자, 마이크론은 수주를 위한 샘플 공급을 올해 하반기에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업계에서는 HBM3 공급 이력이 있는 SK하이닉스가 HBM3E 수주에서도 유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8일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생산능력을 올해보다 2.5배 증설해도 북미 클라우드(CSP) 업체들의 서버 증설과 AI 서비스 확대, 52주를 넘어선 GPU 대기 수요 등을 감안하면 HBM 공급부족은 적어도 2025년까지 지속되고, 2026년에도 HBM 공급량은 충분치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2027년까지 HBM 비트 수요 증가율은 연평균 70% 증가로 D램 증가율(+20%)을 +3.5배 상회할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또 SK하이닉스는 고부가 메모리의 독점 공급구조 확보로 인해 HBM과 RDIMM(고용량 서버 모듈)의 판가(ASP)는 경쟁사 대비 두 자릿수 이상의 프리미엄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메모리 업황 회복 기대…내년 흑자전환 전망
지난해 하반기부터 침체기를 겪었던 메모리 시장은 내년에 소폭 성장해 회복세에 들어선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SK하이닉스의 내년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지난달 28일 보고서에서 내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11.8% 성장한 5천883억 달러(약 762억 달러)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중 메모리 부문은 올해 대비 40% 이상 증가한 1천200억 달러(약 168조원)를 기록해 2022년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고부가 제품의 판매량 증가 및 글로벌 D램 업황 개선으로 SK하이닉스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올해 약 6조원에서 내년에 약 21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또 연간 영업현금흐름은 올해 약 4조원에서 내년 약 16조원으로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올해 약 8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지만, 내년에는 7조원 수준의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업황 회복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우시 공장 가동률은 3분기 말 70% 수준에서 연말 75~80%로 상승하고, 이천 M16 공장에 월 20만장 수준의 신규 장비 투자가 집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 4분기 실적은 매출 10조3천억원으로 5개 분기 만에 10조원대로 회복될 전망이다. 4분기 영업손실은 2천703억원으로 올해 3개 분기(1분기 3.4조원, 2분기 2.8조원, 3분기 1.7조원) 보다 대폭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SK하이닉스 연간 매출은 46조4천억원으로 올해 전망치(44조6천억원) 보다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9조6천억원으로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메모리 업사이클 과정에서 '공급 업체들의 가동률 상승'을 소화해야 하는 부담이 상존하기는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지난 2년여간 괴롭혀왔던 업계 내 재고부담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나리 기자(narilee@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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