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일자리·열악한 임금…돌아오지 않는 외국 유학 박사들 [오늘의 정책 이슈]

송민섭 2023. 12. 1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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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뒤 고국으로 돌아오는 이공계열 고급 두뇌들이 해마다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한국 출신 외국 박사들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일자리와 열악한 국내 임금 수준, 불안정한 신분 등으로 현지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8일 한국연구재단의 이슈리포트 ‘외국 박사학위 취득 후 귀국자 추이 및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 집단과의 차이 분석’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는 1만7760명이다. 2000년(6141명)보다 2.9배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 취업한 외국 박사학위 취득자에 대한 구체적 수치는 없지만 대략적으로 700명(2022년)∼1100명(2004년) 정도일 것으로 추산된다.
사진=뉴시스
이는 1994∼2022년 동안 국내에서 대학이나 연구소 등 직장이 파악된 박사들 10만6182명 가운데 학위 취득국 분포가 평균적으로 국내 72.4%(7만6860명)와 외국 27.6%(2만9322명)인 점과 미국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인이 2012년 1472명에서 2022년 1076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참고로 2022년 기준 국내 활동 박사들 중 외국 학위취득자 비율은 인문·사회·자연·공학계열 모두 10%에도 미치지 않는다. 

연구진은 지난해 한국 및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국내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박사들(10만6182명)의 직장 분포 및 논문 성과, 임금 수준 등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국내 박사의 평균 연령은 48.1세인 반면 외국 박사는 50.5세였고, 학위 취득 연령은 국내 36세, 외국 35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집단의 직업 분포율은 달랐다. 외국 박사의 60.7%는 대학 교수인 반면 국내 박사는 38.1%만 교수였다. 국내 박사의 22.2%는 교수 외 대학(연구·겸임교수, 전임강사 등)에, 21.6%는 연구소에 재직하고 있는 반면 외국 박사는 12.9%가 교수외대학에, 12.8%는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연구진은 40대 미만 박사들의 직장 분포를 살펴봤는데 외국박사의 경우 교수(32.1%), 교수외대학(28.9%), 연구소(17.8%)인 반면 국내박사는 교수외대학(31.9%), 연구소(25.0%), 교수(18.2%) 등 비율만 차이가 날 뿐 순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국내·외국 박사의 논문 성과는 큰 차이가 없었다. 외국박사는 국내 학술지에 1.23편(인문)∼3.60편(자연)의 논문을 발표했고 국내박사는 1.24편(인문)∼4.01편(자연)을 발표했다. 외국학술지 게재 성과도 마찬가지. 외국박사는 외국학술지에 논문 2.96편(인문)∼53.94편(자연)을, 국내박사는 3.06편(인문)∼46.20편(자연)을 발표했다. 

외국박사는 국내박사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았지만 유학 비용 등을 따져보면 별 차이가 없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국내 활동 박사 2000명을 대상으로 한 2010년 표본조사에서는 외국박사가 국내박사보다 5.2%의 연봉을 더 받았고 2012년 조사(표본 4230명)에선 5.8%를 더 받았다. 가장 최신 자료인 2017년 조사(4819명)에서도 외국박사 임금이 국내박사보다 8.3%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대학 졸업자와 대학원 졸업자(석·박사) 간 임금 차이가 2010년 30%를 정점으로 점차 줄어들어 2022년엔 학부 졸업자와 석·박사 간 차이가 0%에 가깝다. 대학원 교육은 노동시장에서 수익률이 높지 않을 뿐 아니라 낮은 임금을 받을 위험을 지닌 선택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국내와 외국 박사학위 취득자의 논문 생산성이나 임금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박사의) 귀국 성향이 매우 낮은 현상이 지속되는 것은 두뇌유출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며 “외국에 남은 자연·공학계열 박사들의 학문적 성과는 국내 활동 박사들을 크게 앞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공계 고급 두뇌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대학원 교육을 받고 연구자가 일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사회경제적 환경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는 게 연구진 조언이다. 

송민섭 선임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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