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도 사이클 존재 … A·B·C 신사업에 집중투자" [미라클레터]

이덕주 특파원(mrdjlee@mk.co.kr) 2023. 12. 1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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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
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1조원 실탄 쥐고 기회 노려
EUV 반도체업체 '인프리아'
초기투자로 성공…타이밍 중요
전기차로 전환 주춤해도
결국엔 트렌드로 회귀할것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투자한 인공지능(AI) 웨어러블 기기 제조회사 휴메인의 AI핀. 휴메인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기술과 전기차로의 전환 움직임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일시적으로 주춤하지만 결국 트렌드로 돌아갈 것입니다."

김동수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는 최근 북미에서 전기차 투자가 주춤해지는 것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LG그룹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기업벤처캐피털(CVC)이다. 2018년 설립돼 펀드 규모를 최근 1조원까지 늘렸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 중 삼성그룹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것이다.

LG그룹은 'ABC'라는 이름으로 인공지능(AI), 바이오(Bio), 클린테크(Clean Tech) 세 가지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도 ABC 분야 스타트업에 많이 투자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암웰, 아셀엑스, 트리플W 등의 회사에 투자했다. 이 중 암웰과 아셀엑스는 이미 상장에 성공했다. 클린테크 분야에서는 상장한 배터리 소재 업체 SES, 옵토닷 등에 투자했다. AI 분야에서는 오픈AI 대항마로 불리는 앤스로픽, AI 핀을 만드는 휴메인, 한국계 창업자가 만든 몰로코 등에 투자했다.

김 대표는 최근 고금리로 벤처 투자가 위축되고 스타트업이 펀딩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차분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벤처 투자는 결국 사이클에 따라 움직이는데 지금이 오히려 투자하기 좋을 때"라면서 "올해가 바닥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삼성벤처투자 실리콘밸리 지사장으로 일하다 LG벤처투자로 스카우트된 특이한 경력이 있다. 그는 "구광모 LG 그룹 회장이 글로벌 벤처투자에 진지하다는 것을 알고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를 맡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김 대표는 구 회장에게 1년에 두 번씩 직접 대면 보고를 한다.

김 대표는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CVC지만 벤처캐피털(VC)처럼 빠르고 재무적인 투자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좋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면 VC가 빠르고 독립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그룹 계열사들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CVC도 장기적으로는 재무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투자한 회사들이 LG 그룹사들과 협력한 사례도 많다. LG유플러스는 인월드AI의 AI 기술을 활용해 어린이 대상 메타버스 서비스 '키즈토피아'의 글로벌 버전을 출시했다.

그가 과거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둔 회사가 포토레지스트 업체 '인프리아'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용 포토레지스트를 개발하는 업체로 2007년 미국 오리건주립대 교수진이 설립했다. 2013년 800만달러(약 105억원)일 때 투자했는데 2021년 업계 1위인 일본 업체 JSR에 5억1400만달러(약 6800억원)에 인수됐다. 김 대표는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가 있는 CVC의 강점을 살려 잘 투자했던 것 같다"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어느 정도 기여한 것 같다는 자부심도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그는 퓨어스토리지, 넷리스트 등의 엑시트 사례를 갖고 있다.

물론 그도 투자에 성공만 한 것은 아니다. 투자 업무를 시작할 때 사이빔(SIBEAM)이라는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그는 "고가의 HDMI 케이블을 무선으로 대체해 보겠다는 스타트업이었다"면서 "기술은 좋았지만 HDMI 케이블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기술의 가격 경쟁력이 없어져 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시장 타이밍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한국계 스타트업에도 투자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어메이즈VR, 에누마, 4D리플레이, 스페이셜 등이 한국계 창업자들이 있는 스타트업이다. 또 올거나이즈, 코코지와 같이 한국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김 대표는 좋은 투자를 할 수 있던 비결을 네트워크라고 설명했다. 그는 "초기 기업이 아닌 이상 벤처 투자는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하는 일이 많다"며 "좋은 딜에 함께 들어가는 것이 투자수익을 높이기 위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이미 실리콘밸리 현지화가 이뤄져 있다. 투자팀의 다수가 현지에서 경력을 쌓은 벤처캐피털리스트로 구성돼 있다. 한국에서 일하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로 합류한 직원도 있다.

김 대표는 글로벌 벤처업계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CVC 리서치 기관인 GCV가 매년 발표하는 '영향력 있는 100인' 명단에 3년 연속 들었다. 한국 기업 중에는 최영준 삼성벤처투자 대표, 데이비드 리삼성넥스트 부사장, 박용정 네이버 투자디렉터 등 4명만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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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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