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큰 폭의 행보 해달라” 이재명 “백지장 맞들어야”···이낙연과는 불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시사회에서 만났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에게 “당을 위해 늘 큰 폭의 행보를 해달라”며 이낙연 전 대표를 포용하라는 취지로 당부했다. 이 대표는 “힘을 합쳐 위기를 잘 헤쳐나가도록 하겠다”며 단합을 강조했다.
이 대표와 김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길 위에 김대중> VIP 시사회에 함께 참석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표 자격으로, 김 전 총리는 김대중재단 고문 자격으로 각각 초대받았다. 이 대표는 이날 문재인 정부 총리 3명(김부겸·정세균·이낙연) 중 김 전 총리만 만났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오후 7시 시사회에 참석해 만남이 불발됐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정세균 전 총리는 일정상 이유로 불참했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와 만난 후 시사회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에게 “이 대표가 고생하는 것과 당을 위해 늘 큰 폭의 행보를 해달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포용하는 지도력을 발휘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총리는 시사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대한민국의 많은 정치인들께서도 (김 전 대통령이 졌던) 저런 무거운 짐을 기꺼이 질 것을 각오하셔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에게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그동안의 역사를 더 큰 물줄기로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취재진이 이낙연 전 대표도 포용해야 한다는 취지인지 묻자 “당연히 그래봐야 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당의 단합을 강조했다. 그는 시사회 시작 전 기자들에게 “어려운 상황이지만 국민의 기대가 어긋나지 않게 힘을 합쳐 위기를 잘 헤쳐나가도록 하겠다”며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와 민생 경제의 후퇴를 막는 것이다. 백지장을 맞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모두 힘을 합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시사회가 끝난 뒤 “흑백 영상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과거의 모습들이 다시 우리 사회에 다시 전개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이 김 전 총리의 ‘큰 폭의 행보를 해달라’는 당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김 전 총리와는 이달 20일, 정 전 총리와는 28일에 각각 회동할 계획으로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낙연 전 대표 측과는 회동에 대한 논의조차 오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는 시사회 전 기자들에게 “(이 대표 측으로부터 연락이) 직접이든 간접이든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와 대화할 여지를 남겼다. 이 전 대표는 이날 KBS ‘사사건건’에 출연해 “지금이라도 (민주당이) 획기적으로 변화한다면 민주당과 대화하고 여러가지를 함께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새해 초에 신당 구상을 밝히겠다며 연말까지 민주당에 변화할 시간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당내에서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아이디어가 나와 있고 아직까지 지도부에서 대답이 없지만 그 비대위가 민주당의 획기적 변화의 시작이 된다면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를 향한 당내 반발은 계속됐다. 이 전 대표에게 신당 창당 추진을 중단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연판장에 서명한 민주당 의원 수는 이날 110명을 넘겼다.
친이재명계 원외 인사 모임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을 민주당의 역사와 민주적 절차를 부정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엄중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치적 가치나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하지 못하면서 오직 ‘반명’이란 주장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민주당의 전직 대표로서 당의 민주적 절차와 책임 정치를 완전히 무시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신당 중지 서명보다는 당내 정풍 운동 서명을 먼저 하는 것이 순서에 맞다”며 “무슨 일만 생기면 윽박지르거나 조롱하거나 덧씌우거나 낙인 찍어서 배제하는 문화는 이제 졸업할 때가 되지 않았나”고 반문했다.
당이 물밑에서 이 전 대표를 설득하려는 노력 없이 연판장을 돌리는 식으로 압박한다는 비판도 터져 나왔다. 민주당 비주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송영길 전 대표, 추미애 전 대표와 조국 전 장관도 신당을 말하고 있지만 당내 그 누구도 이낙연 신당설처럼 비난하고 연서명하지는 않았다”며 “누가 하면 착한 신당이고 누가 하면 분열인가”라고 밝혔다.
이들은 “민주당 의원들이 하나가 되어 한 사람의 목소리를 짓누르기에 여념없는 모습은 착잡하다”며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에 반대하기 전, 왜 ‘모태 민주당원’임을 늘 자랑스러워했던 이 전 대표가 신당까지 결심하게 됐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예의이다. 그래야만 공감하고 설득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에게 “진정 당의 분열을 막고 총선에서 승리하기를 원한다면 당대표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선당후사를 결단해달라”며 “통합 비대위로의 전환을 서둘러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CBS 라디오에서 “유력한 대선주자였고 총리와 당대표까지 하셨던 분이 그런 선택을 할 때는 설득하는 노력이 먼저 있어야 된다”며 “‘그냥 잘못했다’ ‘그만해라’ 이렇게 말하는 게 과연 같은 당의 유력한 정치인을 대하는 태도인가. 너무 배제지향적”이라고 비판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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