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피노체트 군부 헌법 개정 또 실패했다…국민투표서 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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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헌법 개정안이 국민투표의 벽을 넘지 못하고 또 다시 부결됐다.
30년 전 군부정권이 제정한 헌법을 시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입어 발의된 개정안이 지난해 국민투표에 가로막힌 데 이어 두번째다.
2019년 지하철 요금인상으로 촉발된 대규모 반(反)정부 집회를 계기로 해묵은 헌법이 사회적 불평등의 근본 원인이라는 여론이 힘을 얻었고, 이듬해 국민투표에서 칠레 국민 10명 중 8명은 개헌에 찬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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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금지·이민자 추방' 개헌안…공화당 "설득 실패했다" 인정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칠레 헌법 개정안이 국민투표의 벽을 넘지 못하고 또 다시 부결됐다. 30년 전 군부정권이 제정한 헌법을 시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입어 발의된 개정안이 지난해 국민투표에 가로막힌 데 이어 두번째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칠레 선거관리국(Servel)은 17일(현지시간) 오후 6시 기준 개헌 국민투표 개표가 99.65% 진행된 가운데 개헌안 반대 의견이 55.76%로 찬성 의견(44.24%)보다 11.52%포인트 더 높다고 밝혔다.
이로써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정권이 1980년 제정한 헌법은 앞으로도 그 효력을 유지하게 됐다. 현행 칠레 헌법은 소수의 기업과 엘리트층이 서민·노동자 계급의 희생을 정당화해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9년 지하철 요금인상으로 촉발된 대규모 반(反)정부 집회를 계기로 해묵은 헌법이 사회적 불평등의 근본 원인이라는 여론이 힘을 얻었고, 이듬해 국민투표에서 칠레 국민 10명 중 8명은 개헌에 찬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 5월 새 헌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하기 위한 제헌의회가 출범하고 같은해 12월 학생운동가 출신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이 칠레 역사상 최연소인 35세의 나이로 당선돼 정권교체에 성공하면서 개헌 절차는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보리치 정부와 제헌의회가 발의한 첫번째 개헌안은 지난해 9월 국민투표에서 압도적 반대(61%)에 밀려 부결됐다. 당시 개헌안에는 임신중절(낙태) 보장, 공공기관 여성 할당제, 난민 추방 금지 등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이 담겨 있어 급진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 사이 보리치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했고 지난 5월 치러진 제헌의회 총선에서 우파 공화당은 1위를 차지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두번째 개헌안에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베네수엘라 등지에서 넘어온 난민을 즉각 추방하는 내용의 정반대 개헌안을 발의했다.
이날 자신들이 낸 개헌안이 국민투표 결과 좌절되자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공화당 대표는 "기존 헌법보다 더 나은 헌법이라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좌파 정부가 축하받을 만한 일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첫번째 개정안을 지지했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중립을 지켰던 보리치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다른 긴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며 "남은 임기 동안 개헌 절차는 모두 종료된다"고 밝혔다.
개헌 필요성에 대한 범국민적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개헌안이 연달아 국민투표를 통과하지 못한 배경을 두고 코로나19 대유행과 경기침체를 겪은 유권자들이 잦은 국민투표와 좌우 극한 대립을 경험하자 '정치적 피로'를 호소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이날 투표를 마친 시민들은 '정치적 분열을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보기술(IT)업계 종사자인 니콜라스 모라(29)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한 개헌 논의에 기운이 별로 없다"고 말했고, 가정주부인 파울리나 살라스(56·여)는 "이번 투표가 끝나면 칠레가 다시 평온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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