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자퇴’ 이야기를 꺼냈다…부모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고등학교 1∼2학년 4월 자퇴 많아
부모들 당황 말고 고민 대화 나눠야
‘학업중단 숙려제’ 활용하면 도움
신중한 자퇴는 ‘주체적 삶’ 만족도 높아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의 수가 늘고 있다. 교육부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의 수는 2020년 3만2027명에서 2021년 4만2755명, 2022년 5만2981명으로 증가해 현재 학교 밖 청소년 수가 약 17만명에 이르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는 이유와 이들이 겪는 어려움, 지원 방향 등에 대해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지원단체 ‘홈스쿨링생활백서’를 운영하고 있는 송혜교 대표를 만나 들어봤다. 그 역시 학교 밖 청소년 출신으로 서울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 서울시 등에서 각종 교육 정책을 자문해오고 있다.
먼저 학생들이 가장 자퇴를 많이 하는 시기가 언제인지 물었다. 송 대표는 “고등학교 1∼2학년 4월즈음”이라며 “의무교육 시기인 초·중등을 마치고 고등학교에 입학해 1달 정도 다녀본 뒤 또는 2학년이 시작되고 1달 뒤에 ‘아무래도 학교를 다니는 게 의미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자퇴를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때가 홈스쿨링생활백서 접속량도 급증하고 문의도 가장 많이 들어오는 시기다.
아이들이 자퇴를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가 무의미해서’라는 답변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다른 원하는 것을 배워고 싶어서’라고 한다. 그는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개근상은 필수였고 10∼15년 전만 해도 자퇴는 숨겨야 하는 것이었지만, 요즘 청소년들은 학교를 ‘필수재’로 여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아이가 자퇴를 이야기할 때 부모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는 “부모님들이 자퇴라는 단어에 너무 놀라서 본질을 못 살피는 경우가 있다”며 “자퇴라는 단어에 집중하고 반응하기보다 아이가 왜 학교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깊이 대화해보겠다는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모가 아이에게 조언하기 어렵다면 다른 전문가를 연결시켜주는 것도 방법이다. 그는 “학교생활에 대한 고민과 불만을 신뢰할 만한 사람과 대화하고 조언을 얻는 것만으로도 ‘자퇴를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라고 결론을 내리는 친구들이 많다”며 학교에서 운영중인 ‘학업중단 숙려제’를 충분히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학업중단 숙려제’는 일정기간 동안 수업을 듣지 않고 상담을 하며 자퇴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갖는 제도다.
그에게 자퇴를 논의하러 오는 청소년들에게 그는 자퇴를 말리는 편이다. 그는 “학교를 떠나면 모든 걸 혼자서 헤쳐나가야 된다는 걸 잘 알지 못하는 상태로 자퇴하는 걸 막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특히 ‘내신도 안 좋고 출석률도 안 좋아서 학교 밖에서 혼자서 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학생들에겐 “학교 안에서 한번 자기 관리를 잘 해보고 난 뒤 이걸 학교 밖에서도 유지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라”고 조언한다. 그는 “학교생활을 잘하는 친구가 학교 밖에서도 혼자 생활을 잘 해나갈 확률이 높다”며 “자퇴를 통해 자기 삶에서 나아지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당장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당장 시험이나 수행평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등의 일시적인 편안함밖에 없는 경우에는 필사적으로 말린다”고 말했다. 물론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으로 인한 학교 트라우마가 있고 심리적 회복이 급할 경우에는 ‘자퇴’는 아이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대안이다.
이렇듯 자퇴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지만, 자신의 성향이나 진로에 맞게 잘 선택된 자퇴는 만족도가 높다. 송 대표는 “자퇴의 장점은 주체성”이라며 “내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할지를 모두 내가 정하고 교육적인 부분이든 삶의 방향이든 스스로 꾸려나간다는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공부를 잘하고 좋아했던 송 대표는 학교에서 정해주는 과목이나 진도, 깊이가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공부를 원하는 깊이까지 충분히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그는 중학교 자퇴 이후 자기주도적으로 꾸려나간 삶의 이야기를 책 ‘열다섯, 그래도 자퇴하겠습니다’(파란소나기)로 펴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책은 천편일률적인 지식을 주입당하는 데 온시간을 바쳐야 하는 청소년기를 자퇴를 통해 온순간을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내는 데 걸었던 여정을 풍성하게 담고 있다. 책을 통해 진짜 배움은 삶에서 나오는 것이 학교에서 나오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편견과 지원 부족은 여전하다. ‘학교생활도 못 버틴 아이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버티겠어’라는 시선으로 알바 일자리조차 구하기가 쉽지 않다. 송 대표는 특히 차별이 되는 표현으로 ‘제 발로 학교를 나갔는데’로 시작하는 말들을 꼽았다. 그는 “학교 안 청소년이든 학교 밖 청소년이든 청소년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지원을 하는 게 나라의 역할이자 어른들의 책임인데, ‘제 발로 학교 나간 애들’이라며 지원에 대한 선을 긋는 표현을 들을 때가 있다”며 “학교에 다니든 안 다니든 청소년과 미성년자는 사회적 지원과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학교 밖으로 나오면 혼자서 ‘맨땅에 헤딩’을 하듯이 정보와 지원책을 찾아야 하는 게 안타까워서 2016년 설립한 것이 ‘홈스쿨링생활백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에스엔에스 플랫폼을 통해 각종 정보와 지원책을 알려주고 선배 자퇴생과의 토크 콘서트, 학교 없는 졸업식, 학교 밖 청소년 입시설명회 등 오프라인 행사들을 열어왔다. 이같은 홈스쿨링생활백서의 도움을 받은 청소년들이 입시를 치르거나 성인이 된 뒤 ‘내가 받은 걸 돌려주고 싶다’며 단체의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송 대표는 또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학교 밖 청소년 가이드북’을 집필했는데 이 가이드북은 ‘서울시교육청 학교밖청소년도움센터 친구랑’ 누리집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그는 이 가이드북에 자퇴를 했다가 다시 복학한 학생의 인터뷰를 넣었다. “자퇴 이후에 자신에게 자퇴가 맞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꼭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교육부가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는 기본통계를 내고 관계 부처간 협력을 통해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발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학생에 대한 지원은 교육부, 교육청이 맡고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은 여성가족부가 맡고 있는데, 이렇게 이분화된 책임으로 인해 누락되는 청소년들이 많다“며 “교육부·교육청의 지원을 확대하고 여성가족부와 협력관계를 공고히 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며 “이같은 변화 때문에 힘들어도 계속 활동을 해나가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제는 자퇴 사실을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다는 것,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 등이 큰 변화다. 미국은 ‘나는 학교에 안 다니고 집에서 공부했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말하고 듣는 사회다. 그는 “한국도 언젠가는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별다른 인식 자체가 없는 사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며 웃었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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