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남부지검 특활비 집행 언제 가장 많았을까

강현석 2023. 12. 1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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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23기)인 송삼현 전 서울남부지검장이 2020년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으로부터 수억 원대 특수활동비를 받아 그해에만 4억 원 넘게 쓴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송 전 지검장은 ‘라임 수사’와 ‘신라젠 수사’ 등 금융·증권 범죄 수사를 주로 지휘했는데, 정작 특수활동비를 가장 많이 몰아 쓴 시기는 자신의 퇴임을 앞둔 때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기밀 수사에 쓰여야 할 특수활동비가 고위 검사들의 ‘송별’ 또는 ‘격려’ 목적으로 유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같은 내용은 전국 고등·지방검찰청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다음으로 특활비 지출이 많은 서울남부지검의 특활비 집행 실태를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  

전국적으로 특활비 줄던 2020년, 서울남부지검은 70% 이상 급증

뉴스타파가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전국 65개 고등·지방검찰청의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을 보면, 서울남부지검은 2018~2022년까지 5년 동안 총 14억 4,500여만 원의 특활비를 썼다. 이중 2020년 서울남부지검의 특활비 지출은 4억 2,322만 원이다. 2019년과 비교해 72%가량 증가했다. 전국 지방검찰청 가운데 당시 서울중앙지검을 제외하고, 서울남부지검보다 특활비를 더 많이 쓴 곳은 없다.

2020년 기준, 마약범죄 수사팀이 따로 존재하는 인천지검, 부산지검이 쓴 특활비는 각각 8,821만 원, 4,280만 원이었다. 또한, 2020년 서울에 있는 3개 재경지검(서울북부, 서울동부, 서울서부)이 쓴 특활비의 합계 금액도 1억 9,308만 원으로 서울남부지검이 같은해에 쓴 특활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 서울남부지검의 지난 5년간 특활비 집행 총액, 2020년에 가장 많은 4억 2,322만 원을 사용했다.

그런데, 서울남부지검이 4억 원이 넘는 특활비를 썼던 2020년은 전국 65개 검찰청의 특활비 지출이 대부분 줄어든 시기였다. 2020년 기준으로, 전년인 2019년 대비해 특활비 지출이 늘어난 검찰청은 서울남부지검 등 19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46개 검찰청은 2019년 대비 지출액이 7%~53% 감소했다.

전국 검찰청 중 수사 소요가 가장 많은 서울중앙지검의 경우도 2019년 14억 7,400여만 원에서 2020년 7억 6,900여만 원으로 특활비 사용이 절반가량 줄었다. 반면, 2020년 특활비 사용이 증가한 검찰청 중 전년 대비 1억 원 이상 늘어난 곳은 서울남부지검이 유일했다. 서울남부지검은 2019년에 비해 1억 7,000여만 원을 더 썼다.

▲ 2020년 전국 검찰청의 특활비 증감액을 시각화한 자료. 서울남부지검의 경우, 2019년 대비 특활비 사용액이 1억 7천만 원 이상 늘었다. 

이처럼 서울남부지검이 특활비를 전년에 비해 더 많이 쓸 수 있었던 이유는 검찰총장이 직접 내려보낸 특활비, 즉, ‘수시지급분’이 늘어서다. 수시지급분은 통상 검찰총장이 배정의 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구체적 용처를 확인하기 어렵다. 이른바 ‘총장 몫 특활비’로도 불리는 수시지급분은 2019년 기준, 46억 원에 달한다. (더 보기 ‘총장 몫 특활비’ 136억, 별도 계좌에서 ‘이중장부’로 관리)

검찰 특활비는 수시지급분 외에도 ‘정기지급분’이 있다. 매달 일정 금액을 검찰청 규모에 따라 고정적으로 나눠주는 구조다. 지급 주체는 대검찰청 운영지원과다. 서울남부지검은 2020년 1월~6월까지 매달 정해진 날에 400만 원가량의 정기지급분 특활비를 받았다. (더 보기 : 검찰 특수활동비 292억 중 절반은 월급처럼 현금 정기지급)

그런데, 서울남부지검은 다른 검찰청과 달리, 2019년 말부터 2020년 8월까지 특활비 장부를 ‘이중장부’ 형태로 작성했다. 남부지검이 만든 특활비 별도 장부는 기존 특활비 장부와 양식은 같다. 다만, 기존 장부와 별도 장부, 두 개를 비교했을 때, 별도 장부로 관리된 특활비 지출이 더 많다. 2020년 기준, 서울남부지검이 별도 장부로 관리한 특활비는 2억 6,046만 원에 이른다.

서울남부지검과 마찬가지로 춘천지검 속초지청도 ‘이중장부’ 형태로 특활비를 관리했다. 지난 10월, 뉴스타파 취재진이 속초지청의 특활비 자료 수령 직후, ‘이중장부’를 왜 작성하는지 묻자, 속초지청은 ‘정기지급분 외에 수시지급분을 따로 관리하기 위해 별도 장부를 작성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거는 제가 그때 설명을 못 드렸는데요. 그거(별도 장부)는 저희가 대검에서 내려오는 돈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대검에서도 특수활동비 (자료를) 따로 받아보셨을 것 같은데요. 그게 아마 중복이 될 거예요.
- 춘천지검 속초지청 직원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서울남부지검 ‘수시지급분’ 몰아 받아

결국, 서울남부지검의 별도 장부는 정기지급분 외에 검찰총장으로부터 받은 수시지급분 특활비을 따로 관리하기 위한 용도로 풀이된다. 

그런데, 지방검찰청이 정기지급분 말고도 특활비를 더 많이 쓰려면, 검찰총장으로부터 수시지급분을 그만큼 더 많이 받아야 한다. 정기지급분과 수시지급분이 모든 검찰청이 쓰는 특활비의 ‘원천’이다. 따라서 2020년 서울남부지검의 이례적인 특활비 증가는 검찰총장의 전폭적인 지원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특활비인 '정기지급분' 외에 검찰총장이 직접 지급하는 특활비를 '수시지급분'이라고 한다. 일선 검찰청이 정기지급분, 수시지급분 외에 다른 특활비를 배정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2020년 서울남부지검이 수시지급분 특활비를 다른 검찰청보다 많이 받았을 당시, 검찰총장은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이다. 또 당시 서울남부지검장은 송삼현 현 변호사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송 변호사는 2019년 7월 31일부터 2020년 8월 10일까지, 약 1년간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재직했다.

▲ 송삼현 전 서울남부지검장은 2019년 7월 31일부터 2020년 8월 10일까지 서울남부지검에 재직했다.

송삼현 전 검사장이 서울남부지검장 시절, 지휘한 주요 사건을 보면 여권 로비 의혹이 제기된 ‘라임 수사’와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의 발단이 된 ‘신라젠 수사’가 있다. 두 사건 모두 여권 핵심 인사가 수사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중, 라임 수사는 2020년 2월 5일, 윤석열 총장의 지시로 검사 4명이 추가 파견되는 등 수사팀이 보강됐다.

그런데, 서울남부지검에 4명의 검사가 파견된 2020년 2월 5일, 송 전 검사장은 특활비 400만 원을 지출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서울남부지검의 특활비 집행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1월에 1,312만 원이었던 특활비 집행액이 2월에는 4,290만 원으로 전 달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

일자별로 보면,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2월 19일, 200만 원 등 사흘(2월 18~20일) 동안 1,200만 원이 지출됐고, 라임 사건 관련 특별검거팀을 만든 직후에도 이틀(3월 13,16일) 동안 1,000만 원이 나갔다. 라임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 대한 별건 수사에 착수한 당일(4월 22일)에도 하루 만에 5명에게 특활비 1,100만 원이 지급됐다.

서울남부지검이 라임 수사를 벌이던 2020년 2월~7월까지 쓴 특활비는 2억 8천만 원이 넘는다. 한 달 평균 4,739만 원 정도다. 그 기간 서울남부지검은 특수부 검사들을 투입해 김봉현 전 회장을 구속하고, 라임 수사를 이어갔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여권 로비 의혹 규명이 주된 수사 방향이었다.

남부지검, 중요 수사 진행 중이던 8월부터 특활비 지출 줄여

그런데, 서울남부지검은 라임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던 2020년 8월부터 특활비 집행을 줄였다. 8월 한 달간 집행액은 1,524만 원, 그다음 달인 9월엔 1,096만 원을 썼다. 8월~9월 모두 앞선 상반기(2월~7월) 지출액보다 확연히 적다. 10월과 11월, 두 달 동안은 각각 2,380만 원, 3,568만 원으로 직전 달(9월)에 비해 늘었지만 여전히 앞선 상반기(2월~7월)보다는 지출액이 적다. 

특히 10월과 11월은 서울남부지검이 ‘라임 수사’ 과정에서 구속된 김봉현 전 회장의 ‘검사 술접대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때였다. 2020년 10월 16일, 김 전 회장은 ‘현직 검사 3명에게 로비 목적으로 수백만 원대 접대를 했다’는 옥중 편지를 언론에 공개했다. 김 전 회장의 폭로가 나오자, 법무부가 감찰을 지시할 정도로 파장은 컸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도 그다음 날인 10월 17일 남부지검에 신속한 수사를 지시했다.

▲ 서울남부지검은 송삼현 전 지검장 임기 중인 2020년 2월~7월까지 한 달 평균 4,739만 원의 특활비를 썼다. 당시 남부지검은 ‘라임 사건’ 등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여권 로비 의혹을 수사했다.

이렇게 서울남부지검이 ‘라임 사건’은 물론 ‘검사 술접대 사건’을 수사하던 시기가 바로 10월~11월이다. 그런데 10월~11월 두 달간 특활비 집행(합계액 5,948만 원)은 2020년 7월, 한 달보다 적다. 2020년 7월, 남부지검이 쓴 특활비 총액은 8,597만 원으로 2020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라임 수사에 착수했던 2020년 2월 집행액(4,290만 원)보다 두 배 이상(8,597만 원) 많다. 

2020년 7월 당시 남부지검이 작성한 특활비 집행내역을 보면, ‘별도 장부’에서만 한 달간 90번이 넘게 지급된 것으로 확인된다. ‘기존 장부’까지 더하면 특활비 지출이 100번이 넘는다. 남부지검의 지난 5년(2018~2022년)치 특활비 집행내역 전체를 살펴봐도, 2020년 7월보다 특활비를 더 많이 쓴 달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 서울남부지검의 2019~2022년 특활비 집행 통계. 2020년 7월에 가장 많은 8,597만 원을 집행했다. 반면, 8월과 9월, 10월과 11월에는 집행액이 7월보다 줄었다. 

그 중에서도 7월 24일, 하루동안 특활비 2,430만 원이 33명에게 차등 지급됐다. 18명이 100만 원, 11명이 50만 원, 4명이 20만 원씩 받았다. 2020년 기준, 이보다 많은 사람이 특활비를 받은 날은 없었다.

‘윤석열 동기’ 송삼현, 퇴임 앞두고 특활비 몰아쓰기 의혹

그런데 33명에게 특활비를 차등 지급한 7월 24일, 송 지검장은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 조직을 떠나기로 결심한 그때, 자신의 임기 중 가장 많은 검사들에게 특활비를 돌린 것이다.

송 지검장은 이로부터 사흘 뒤인 7월 27일에도 15명에게 특활비를 돌렸다. 1명이 500만 원, 14명이 100만 원 등 15명이 1900만 원을 나눠가졌다. 이날 송 지검장은 검찰 내부통신망에 고별 인사를 남겼고, 부장검사 및 형사6부 검사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당시 간담회를 같이한 남부지검 형사6부는 라임 수사를 맡은 특수부서로 확인된다. 이로부터 보름이 지나지 않은 8월 10일, 송 지검장은 검찰을 떠났다. 남부지검의 ‘별도 장부’ 작성도 8월 10일을 전후해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결국, 2020년 한 해 동안 월별 기준으로 서울남부지검이 특활비를 가장 많이 쓴 달은 라임 수사를 착수했던 2월도, 검사 술접대 의혹을 수사하던 10월도 아니었고, 송 지검장의 퇴임 직전인 7월이었다. 이때 남부지검의 특활비 집행이 급증한 것은 송 지검장이 검찰총장으로부터 받은 특활비를 퇴임 직전, 몰아 쓴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남부지검이 2020년 2월부터 여러 수사를 이어간 것을 고려하면, 7월 한 달간 갑자기 기밀 수사가 몰렸다고 보긴 어렵다.

따라서 2020년 7월 남부지검이 쓴 특활비는 기밀 수사가 아닌 고위 검사의 송별과 격려 목적으로 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송 지검장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재직 중에 있었던 일들에 관해서는 답변하기가 곤란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총장 특활비’, 기밀 수사 아닌 곳에 오남용해도 감시는 불가능

수시 지급도 문제가 되는 건 이 수시 지급분을 어느 수사에 얼마나 배정할 건지가 전적으로 그거는 검찰총장의 자의적인 어떤 재량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그리고 (특활비 집행에 대한) 어떤 기준도 없고, 사후에 감시받는 것도 아니기에, 사실은 수시지급이라는 이 자체가 어떻게 보면 소위 말하는 검찰총장의 통치자금, 자의적인 통치자금이다 이렇게 규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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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서울남부지검에 수차례 전화와 문자로 연락해 당시 윤석열 총장으로부터 수억 원의 특활비를 지원받은 이유는 무엇인지, 또 라임 수사팀 등 특수부 검사들에게 따로 격려금을 지급한 사실이 있는지 물었지만, 12월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전국 67개 검찰청 금고를 열다 보기 

뉴스타파 강현석 khs@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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