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의 행복한 고민…쿨루세브스키 변신으로 ‘10번’이 2명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반전에선 ‘10번’(공격형 미드필더)의 재발견을 빼놓을 수 없다.
제임스 매디슨이 부상으로 이탈해 공격 전개의 어려움을 겪던 토트넘이 새로운 플레이메이커를 밖이 아닌 안에서 찾아낸 덕분이다.
‘셉셉이’라는 애칭으로 국내 축구팬에게 친숙한 데얀 쿨루세브스키(23)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오른쪽 측면 날개로 2년 전 손흥민의 아시아 최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도왔던 그는 이제 공격형 미드필더가 익숙한 선수가 됐다. 매디슨의 부상으로 엉겹결에 잡은 새 위치가 맞춤옷처럼 몸에 딱 어울린다.
쿨루세브스키의 활약상은 기록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이번 시즌 공격형 미드필더로 4경기에 선발 출전해 2골 2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부임으로 달라진 전술과 포메이션(3-4-2-1→4-2-3-1)을 감안하면 놀라운 적응력이다. 물론, 안토니오 콘테 전 감독 시절에도 쿨루세브스키는 중앙에서 제 몫을 발휘한 적이 있지만 측면에서 안쪽으로 파고드는 형태였기에 지금과는 역할이 달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쿨루세브스키는 2선 중앙에서 정말 훌륭한 활약을 보여줬다”면서 “득점을 터뜨릴 수 있는 위협적인 위치에 어울리는 선수”라고 인정했다.
쿨루세브스키가 플레이메이커는 익숙하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스웨덴 방송에서 일상을 공개했는데, 리얼리티 형태의 프로그램 이름이 <플레이메이커>였다. 쿨루세브스키는 플레이메이커로 1골 1도움을 기록한 지난 16일 노팅엄 포리스트전에선 여자친구의 임신을 축하하는 세리머니까지 펼치면서 더욱 신바람을 냈다.
쿨루세브스키가 자신의 새로운 재능을 깨달으면서 이번 시즌 흥미로운 구도도 점쳐지고 있다. 매디슨이 부상에서 복귀하더라도 쿨루세브스키와 경쟁을 벌여야 할지 모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해설가인 개리 네빌은 “최근 쿨루세브스키의 활약을 보면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능숙하게 소화하는 희귀한 선수가 된 느낌”이라며 “매디슨이 자신의 자리를 되찾으려면 싸워야 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경쟁이 이번 겨울은 아닐 전망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이 아시안컵에 참가로 자리를 비울 때 쿨루세브스키에게 마무리 역할까지 맡길 것을 고려하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쿨루세브스키가 더 많은 골을 넣어야 우리 팀이 강해진다. 그의 득점력이 늘어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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