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조 앙상블 필하모닉스 "클래식·재즈·팝 어떤 장르든 최고"

최주성 2023. 12. 1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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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필·베를린필 멤버 주축으로 구성된 팀…"즉흥성이 우리의 장점"
공연 프로그램 일부는 당일 공개…19∼21일 대전·서울·안동서 공연
7인조 클래식 그룹 '필하모닉스' ⓒMax Parovsky [더블유씨엔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클래식 연주를 잘하는 팀이야 많지만 저희처럼 클래식, 재즈, 팝을 모두 연주할 수 있는 팀은 많지 않죠. 이것이 저희의 자부심이자 장점입니다." (더블베이시스트 외된 라츠)

7인조 클래식 앙상블 '필하모닉스'의 공연에서 어떤 곡이 연주될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명문 악단 빈 필하모닉과 베를린 필하모닉의 멤버가 주축인 팀이지만 정통 클래식 곡만을 연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레퍼토리에는 직접 작곡한 재즈 음악, 밴드 퀸의 '돈 스탑 미 나우'의 멜로디를 바탕으로 재작곡한 음악 등 수많은 곡이 들어있다. 사전에 정하지 않은 프로그램은 공연장과 객석의 분위기에 따라 공연 당일에 결정되기도 한다.

'필하모닉스'는 "어떤 장르든 최고의 연주를 보여줄 수 있다"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즉흥적인 공연을 선보일 수 있다고 말한다. 공연을 앞둔 18일 서울 서초구 한 호텔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이들의 대체할 수 없는 호흡을 느낄 수 있었다.

7인조 클래식 그룹 '필하모닉스' ⓒMax Parovsky [더블유씨엔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멤버들은 때로 연주를 위한 악단이라기보다 동아리 부원들처럼 느껴졌다. 한 멤버가 답변을 시작하면 이에 질세라 다른 멤버가 자기 생각을 덧붙였고, 답변과 답변 사이에는 늘 자연스러운 웃음이 함께했다.

리더이자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다니엘 오텐자머는 "우리의 음악은 우리가 친하지 않은 사이라면 불가능한 음악"이라며 "모차르트 4중주를 연주할 때는 악보대로 연주하는 것이니 누구나 함께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시작한 팀이기에 이런 음악을 보여줄 수 있다"고 밝혔다.

'필하모닉스'는 2017년부터 현재의 멤버 구성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바이올린은 베를린필 악장 노아 벤딕스-발글레이와 빈 폭스오퍼 오케스트라 출신 세바스티안 귀틀러가 연주한다. 비올라와 첼로는 각각 빈필 소속 틸로 페히너와 '베를린필 12 첼리스트' 리더 스테판 콘츠가 맡고 있다. 빈필 수석 외된 라츠는 더블베이스를, 빈 체임버 오케스트라 출신 크리스토프 트락슬러가 피아노를 담당한다.

오텐자머와 첼리스트 스테판 콘츠는 4살 때 처음 서로를 알게 되어 30년 넘게 우정을 이어온 사이다. 제일 늦게 친분을 쌓은 오텐자머와 귀틀러도 알고 지낸 기간이 15년에 달할 만큼 끈끈한 호흡을 자랑한다.

콘츠는 "우리들은 원래부터 오래된 친구거나 빈필, 베를린필 단원으로 오래 알고 지낸 사이였다"며 "음악적 방향성을 공유하는 친구들이 함께 모인 팀이라 누군가로 대체하기가 어렵다. 공연에 누군가 빠지면 객원 멤버를 구하기보다 멤버가 없는 채로 공연하는 쪽을 택한다"고 말했다.

클라리네티스트 다니엘 오텐자머(왼쪽), 첼리스트 스테판 콘츠 [더블유씨엔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로의 장점을 파악하고 있어 작곡 과정에서 멤버의 장점이 드러나는 고유한 곡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오케스트라보다 큰 효과를 낼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멤버의 장점을 살린 작곡으로 아쉬운 부분을 만회하고 있다.

오텐자머는 "앙상블이 작기 때문에 여러 장르를 쉽게 연주할 수 있다"며 "재즈부터 팝까지 장르를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는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의견을 교환할 때도 어느 순간이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자리에서 토론이 시작된다고 한다. 공연이 끝나면 곧바로 모여서 수정작업에 들어가고, 리허설이 열리는 동안에도 곡이 바뀌는 등 정해진 틀 없이 자신들만의 공연을 만들어 간다.

콘츠는 "공연이 끝나고 이동하는 버스에서 만약 누군가 BTS의 노래를 연주하고 싶다고 멜로디를 들려주면 그 자리에서 토론이 시작된다"며 "그렇게 연습하고 맞추다 보면 곡이 만들어진다. 퀸을 연주한 아이디어도 그렇게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연에서도 오텐자머가 무대에서 마이크를 들고 있다가 분위기를 보고 다음 연주할 곡을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즉흥성이 우리의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7인조 클래식 그룹 '필하모닉스' ⓒMax Parovsky [더블유씨엔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국을 찾은 이들은 이번 공연에서 새로 작곡한 음악을 비롯해 연말에 어울리는 캐럴 등을 들려준다. 이들은 한국 관객이 보여주는 열정적인 에너지를 좋아한다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오텐자머는 "최고의 곡들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는 곡과 새로 연주하는 곡도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필하모닉스의 공연은 오는 19일 대전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21일 안동문화예술의전당으로 이어진다.

필하모닉스 내한공연 포스터 [더블유씨엔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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