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돈 보내래” “어르신 제가 경찰입니다” 보이스피싱 피해 막은 경찰

경찰청 유튜브

“내가 지금 경찰이랑 통화하고 있다고.”
“어르신, 제가 경찰이라니까요.”

충북 진천의 한 은행 현금자동인출기(ATM) 앞에서 전화 통화를 하는 한 노인을 발견한 경위가 직감으로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느껴 그 피해를 막았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충북 진천경찰서 초평파출소에서 근무하는 진해성 경위는 올 8월 1일 오전 10시 교대 근무를 마치고 ATM을 찾았다가 한 노인이 기계 앞에서 통화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경찰청 유튜브

내용을 가만히 듣고 있던 진 경위는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어르신에게 “위험한 전화 같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노인은 자기와 통화하고 있는 사람이 경찰관이라며 돈을 보내야 한다고 했다.

이 노인은 귓속말로 “내 통장이 범죄에 연루됐다고 내 돈을 보내주면 지켜준다더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진 경위는 그렇지 않다며 노인을 말리려고 했다. 그는 노인의 통장을 뺏기도 했지만, 노인은 진 경위의 말을 듣지 않았다. 되레 더 큰 돈을 찾기 위해 은행 창구로 들어섰다.

노인을 따라 은행 안으로 들어간 진 경위는 창구 직원에게 “어르신이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있다”고 조용히 알렸다. 이후 은행 직원들이 경찰에 신고하고 곧바로 출금해 주지 않고 시간을 끌어준 덕분에 노인은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경찰청 유튜브

피해자가 될 뻔한 노인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경찰관이 내 정보가 노출됐다면서 돈을 보내주면 지켜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경찰관이 “수사기관은 절대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진 경위는 교대 근무 일정이 없는 비번일에 농사일하다가 잠깐 현금을 뽑으러 ATM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유튜브를 통해 이런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좋은 일 하셨다” “눈썰미가 대단하시다”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