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공격에 HMM도 결국 뱃머리 돌려…수에즈 대신 희망봉으로
지난달 27일 부산항을 떠나 유럽으로 향하던 국적 컨테이너선 ‘HMM 더블린호’는 지난 15일 홍해 수에즈운하가 아닌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남단에 있는 희망봉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에 보복하기 위해 최근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잇달아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와 독일 컨테이너 해운사 하파크로이트 등 세계 주요 해운사들이 잇따라 홍해 노선 이용 중단을 발표했다. 이들 해운사는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희망봉으로 돌아가는 안전한 길을 택했으나 운임 상승이나 물동량 변화 등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더해 양대 운하인 파나마운하 또한 최근 가뭄으로 통행이 원활치 못해 글로벌 해운업이 살얼음판을 건너는 양상이다.
1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HMM은 지난 15일 홍해를 지나던 2만4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HMM 더블린호 선장에게 수에즈운하가 아닌 희망봉 노선으로 우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HMM 더블린호는 부산에서 출발해 이집트 수에즈운하를 거쳐 유럽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후티 반군의 무차별적인 선박 공격에 희망봉으로 우회를 결정했다. 당초 이 배는 내년 2월 말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희망봉을 우회하면서 약 6500㎞를 더 가야하고, 운행 기간도 7∼8일가량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우회는 HMM이 가입한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와의 협의 끝에 결정됐다. HMM 관계자는 “디얼라이언스와의 협약에 따라 당분간 유럽행 노선을 수에즈운하에서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전환해 운영할 예정”이라며 “이에 따라 홍해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항은 기항지에서 제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유럽 정기 노선을 운영하는 선사는 HMM이 유일하다. 부정기적으로 유럽 노선을 운영하는 국내 벌크선사 팬오션도 홍해 운항 시 우회를 포함해 선원과 화물의 안전 확보를 위한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15일(현지시간) 머스크와 하파크로이트, 프랑스 해운사 CMA는 홍해 운항 일시 중단을 선언했다. 스위스 해운사 MSC도 16일(현지시간) 희망봉으로 우회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라이베리아 국적 MSC 팔라티움3호 선박이 홍해 남쪽 예멘 연안에서 드론 공격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17일(현지시간) 예멘 반군 후티의 선박 공격으로 최근 약 한 달간 55척의 선박이 수에즈운하를 통과하지 않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했다고 밝혔다.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이집트 수에즈운하는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 전체 상품 무역량의 12%를 차지하는 해상수송로다.
수에즈운하는 불과 2년 전인 2021년 3월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좌초해 선박 수백 척의 발이 묶인 사고가 있었다. 당시 HMM도 2만4000TEU급 ‘HMM 로테르담호’ 등 선박 4척을 수에즈운하가 아닌 희망봉 노선으로 우회시킨 바 있다.
에버기븐호는 좌초 엿새 만에 인양돼 통행이 재개됐지만 발생한 손해규모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SCA는 에버기븐호 선주사인 일본 쇼에이 기센에 배상금 9억1600만 달러(약 1조405억원)을 청구했다. 그해 7월 배상금 협상이 최종 타결됐지만 양측은 구체적인 합의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세계 5대 해운사 중 4곳이 희망봉으로 우회하면서 물류 수송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물류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에 따르면 지난 15일 전일 대비 21.40포인트 오른 1093.52포인트를 기록하는 등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파나마운하 역시 계속되는 가뭄으로 배의 통행이 원활하지 않아 해운업계가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가로질러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82㎞ 길이의 지름길인 파나마 운하는 두 대양의 수위 차이 때문에 수문에 물을 가둬 진입한 배를 이동시키는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루평균 37척이 운하를 통과할 경우 총 90억ℓ의 담수가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으로 운하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물동량이나 기타 변수가 많아 지금으로서는 이번 우회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운임 인상 등에 대해서는 당장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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