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교창‧최준용, 이런 빅윙 조합은 없었다
게임을 리드하는 야전사령관과 빅맨 등에 가릴 때가 많지만 주전급 스윙맨은 강팀의 필수 조각중 하나다. 포인트가드가 주로 볼 운반이나 패싱게임을 주도하는 가운데 슈팅 가드와 스몰 포워드는 엔드라인을 시계추처럼 오가면서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보통은 2~3번을 통칭해서 스윙맨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과 함께 조금씩 변한 것도 사실이다. 정통파 포인트가드보다는 듀얼가드가 많아지면서 보조 리딩에 능한 슈팅가드가 늘어갔고 스윙맨은 점차 스몰포워드 쪽으로 옮겨갔다. 최근에는 그마저도 흐릿해지고 있다. 1번이면서도 주포 역할을 하는 포인트가드 혹은 패싱게임에 강점을 보이는 빅맨도 늘고 있는 추세다.
포워드 역시 3.5번이라는 말이 진작부터 쓰이고 있을 만큼 확실한 역할 분담보다는 이것저것 고르게 잘하는 선수가 눈에 띄고 있다. 포지션으로 해당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을 읽기 힘들어진 이유다. 하지만 여전히 스윙맨하면 스몰포워드가 가장 먼저 연상되기는 한다. 아무리 트랜드가 바뀌었다고는 한들 기본 플레이의 바탕은 남아있기 때문이다.
팀마다 시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스몰포워드는 위치상 가드와 빅맨 사이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공수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NBA로 예를 들어보면 20세기에는 보스턴의 전설 래리 버드, '닥터J' 줄리어스 어빙, 최강의 2인자(?) 엘진 베일러, 휴먼 하이라이트필름 도미니크 윌킨스를 필두로 존 하블리첵, 제임스 워시, 스카티 피펜, 그랜트 힐 등이 명성을 떨쳤다.
국내에서도 NBA를 보기가 쉬워진 2000년대 들어서는 현재 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의 선수들이 많다. 폴 피어스, 메타 샌디포드아테스트, 카멜로 앤서니, 카와이 레너드, 지미 버틀러, 더마 드로잔, 크리스 미들턴, 토바이어스 해리스, 고든 헤이워드, 안드레 이궈달라 등이 대표적이다.
포지션 불문 역대 넘버2 플레이어로 꼽히는 르브론 제임스같은 경우 플레이적인 면에서는 여러자리를 오가고 있지만 주포지션은 엄연히 스몰포워드다. 지구 1옵션으로 통하는 장신 스윙맨 케빈 듀란트 또한 대표적 스몰포워드중 한명이며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왕조의 한축인 클레이 탐슨 또한 슈팅가드로 불리기는 하지만 플레이 스타일만 놓고 보면 스몰포워드에 가깝다고 얘기하는 이들도 많다.
2011~12시즌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무려 9년 연속으로 스몰포워드가 파이널 MVP 독식한 사례도 있다. 현재 주목받는 젊은 3번으로는 제이슨 테이텀, 브랜든 잉그램, 라우리 마카넨, 앤드류 위긴스, 프란츠 바그너, 미칼 브리지스 등이 있다.
국내 농구같은 경우 프로 초창기까지는 에이스 혹은 주득점원하면 스몰포워드라는 공식이 나올 정도로 3번 포지션의 위력이 거셌다. 신동파, 이충희를 필두로 고 김현준, 문경은, 김영만, 추승균, 양경민, 방성윤, 문태종, 문태영, 윤호영 등이 대표적이다. 양희종은 수비와 허슬만으로도 스타가 된 케이스이며 해당 계보는 현재 문성곤이 이어가고 있다.
스몰포워드의 특성상 같은 포지션은 물론 상황에 따라 앞뒤(슈팅가드, 파워포워드)까지 커버하는 경우가 잦아 공헌도가 특히 높다. 현재도 앞서 언급한 문성곤을 비롯 최준용, 송교창, 안영준, 양홍석 등이 리그를 대표하는 스몰포워드로 활약중이다. 그런 점에서 KCC 이지스의 송교창(27‧201.3cm), 최준용(29‧200.2cm) 조합은 역대로 이런 케이스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강한 임팩트를 남기고 있다.
주전급 3번이 한팀에서 같이 뛰는 것만 해도 흔치 않은 일인데 하물며 둘다 국가대표팀의 핵심전력이다. 거기에 빅맨의 신장을 갖춘 빅윙이다. 국내 농구 역사상 송교창, 최준용만큼 큰 스몰포워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공수겸장으로도 명성이 높으며 이를 입증하듯 정규시즌 MVP 경력을 가지고 있다.
호주 농구 리그(NBL)의 일라와라 호크스 소속 이현중(23‧202cm)과 미국 곤자가 대학교의 여준석(21‧202.5cm) 정도를 제외하고는 송교창, 최준용만큼의 장신 테크니션은 국내에 없다. 그런 둘이 심지어 한팀에서 뛰고 있다. 송최조합에 대해 ‘사기조합이다’, ‘KBL판 듀란트‧르브론이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더해 특급 외국인포워드 알리제 존슨(27·201cm)까지 버티고 있는지라 이를 지켜보는 상대팀 입장에서는 보는 것 만으로도 기가 질릴 수밖에 없다. 송교창은 모든 팀들이 탐낼만한 리그 최고의 빅윙이다. 좋은 사이즈에 잘 뛰고 잘 달리며 수준급 볼 핸들링에 슈팅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돌파면 돌파 슛이면 슛 안되는게 없다.
속공 상황에서 어지간한 가드 이상으로 빠르게 달려들어 피니셔나 트레일러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상대 수비의 빈틈을 발견했을시 날렵하게 뚫고 득점을 올린다. 3점슛은 물론 미드레인지 점퍼까지 갖추고 있는지라 수비 입장에서도 대처하기가 매우 어렵다. 패싱 능력도 포지션대비 준수하다. 가장 교과서적인 스몰포워드 가운데 한명이다.
최준용은 희소성에서 역대 최고를 다툴만한 선수다. 스몰포워드로서 갖춰야 할 능력을 고루 장착한 것은 물론 어지간한 가드 이상으로 시야, 리딩, 패싱센스가 좋다. 역대로 패싱게임에 자주 참여하는 포인트 포워드의 경우 플레이의 비중에 비해 가성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본인이 그러한 플레이를 좋아하지만 정작 특별하지는 않았고 외려 가드의 영역까지 잡아먹으며 조합 짜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준용은 다르다. 잠깐씩 포인트가드가 가능할 만큼의 능력치인지라 시너지효과가 대단하다. 그가 나오면 볼 돌아가는게 다르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게임 리딩에 능한 가드가 있을 때는 본연의 3번 역할에 충실하면서 가끔씩 보조리딩만 해주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포인트 포워드로서 전방위로 활약이 가능하다. 거기에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일대일을 성공시킬 정도로 득점능력 또한 확실하다.
때문에 최준용이 KCC에 오던 시점부터 상무에서 제대할 송교창과의 빅윙조합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은 매우 컸다. 서로가 서로를 살려주면서 각자 해결사 능력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으로 어떤 면에서는 ‘움직이는 트윈타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로 둘은 호흡을 많이 맞춰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둘의 조합은 수비에서 더욱 빛난다. 잘 뛰고 잘 달리는 장신 포워드라는 점만으로도 둘의 수비능력은 약할 수가 없다. 동 포지션에서는 누구를 상대로도 스토퍼 역할이 가능하다. 거기에 송교창같은 경우 사이드스텝이 더욱 발전하면서 어지간히 발 빠른 가드까지도 쫓아다니는게 가능해졌다.
송교창같은 장신이 가드와 대등한 스피드로 움직이며 외곽수비까지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되면 상대팀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숨이 막힐 수 밖에 없다. 지속적으로는 쉽지 않지만 빅맨 수비까지도 가능한지라 실질적으로 1~5번 수비가 모두 가능하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최준용 역시 송교창과 마찬가지로 전포지션 수비가 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송교창이 빠른 발을 살려 가드 수비에 능하다면 최준용은 4번 수비에 더 강점이 있다는 부분이다. 어떤 컬러의 팀을 만나더라도 스위치 수비를 통해 자연스러운 압박이 가능하다. 둘의 수비 조합이 더욱 빛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공포의 빅윙 콤비가 시즌초 주춤했던 이지스함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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