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신호탄 쏜 SBI…저축은행 '우울한 업황'에 "현실적으로 동참 어려워"
저축은행업권 상생금융 동참할지 관심
기존 저축은행 서민금융안 확대할 것이란 시각도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SBI저축은행이 취약차주 지원을 위해 도입한 자체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6개월간 약 1300억 원 규모의 금융지원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아직 상생금융안을 마련하지 않은 다른 저축은행들이 동참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다만 저축은행들은 업황 악화에 따라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이에 대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은 아니더라도 중금리대출 공급 확대 등 기존에 있는 저축은행의 서민금융을 확대하는 방안을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취약차주 지원을 위해 도입한 자체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6개월간 약 1300억 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실시했다.
SBI저축은행은 시장금리 상승, 경기둔화로 인해 상환능력이 저하된 개인과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의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6월 자체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프로그램 도입 이후 6개월간 총 3939명의 차주를 대상으로 약 1300억 원 규모의 채무에 대해 상환 유예, 금리인하를 실시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의 대상 및 지원 금액 확대뿐만 아니라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이행해 나갈 수 있는 다양한 지원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SBI저축은행이 약 1300억 원 규모의 상생금융 결과를 발표한 만큼 타 저축은행도 상생금융 행보에 동참할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 수장들은 각 금융업권 CEO들과 릴레이 회동을 갖고 있다. 이들은 금융지주 회장단에 이어 은행장, 보험사 사장단 등과 만나 상생금융 방안 마련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에 은행권은 은행연합회 회원 은행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18조9369억원의 약 10% 수준인 2조 원 규모의 기여금을 내놓을 전망이다. 보험사들은 상생금융 방안의 일환으로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최소화하는 안을 내놨다.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내년도 실손의료보험의 전체 인상률 평균(보험료 기준 가중평균)은 약 1.5% 수준으로 산출됐다. 손해보험사들은 사회적 책임 강화 차원에서 자동차보험료도 인하하기로 했다.
그러나 저축은행들은 업황 악화에 따라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역시 저축은행에는 직접적인 상생금융 압박을 가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사 대부분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적자가 예상되면서 수익성 개선이 더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저축은행의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은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 신용대출(사잇돌 대출 제외) 취급액은 1조45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1436억원) 대비 53.7%(1조6890억원) 급감했다. 지난해 말(1조5088억원)과 비교해도 3.6% 줄었다.
연체율도 악화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저축은행의 총여신 연체율은 5.33%로 지난해 말(3.41%)보다 1.92%포인트 뛰었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4.08%에서 5.61%로 1.53%포인트 올랐다.
최근에는 저축은행의 실적 감소세와 함께 건전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생기자 저축은행중앙회가 직접 나서 업계의 경영안정성은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등 경기침체의 영향과 이에 따른 리스크 관리 강화의 필요성 증대 등으로 영업 여건이 단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의 유의미한 개선에 어려움이 예상되나 업계의 경영안정성은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수신 안정화에 따른 지속적인 이자비용 감소를 기반으로 수익성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만간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사, 카드·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사, 신협·농협 등 상호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나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간담회에서는 상생금융 방안과 관련된 내용 외에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 등 건전성 대책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중앙회이 기존에 있는 저축은행의 서민금융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도 지금까지 전개해 온 사회공헌 활동에 집중하고 경영 내실화를 통해 실적 개선을 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의적인 관점에서 상생금융 동참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올해 들어 적자 운영이 이어지고 내년 업황도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저축은행 업권이 상생금융에 동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예대금리차도 줄어든 상황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 조건 완화 등의 상생안은 타 업권 대비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의 경영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저축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 운영으로 상생을 실천하고 있다. 업황 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무리하게 상생금융 지원안을 내놓기보다는 지금까지 전개해 온 사회공헌 활동에 집중하고, 경영 내실화를 통해 실적 개선을 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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